위클리비즈

쓰러져가던 공룡을 길들여 다시 일으키다

Analysis 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부회장
입력 2019.03.01 03:00

마이크로소프트 부활시킨 사티아 나델라

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부회장
마이크로소프트(MS)가 부활했다. 2018년 12월 사상 최초로 연간 매출 1000억달러를 돌파하면서 16년 만에 애플·구글·아마존을 제치고 시가총액 1위를 탈환했다. 인도 출신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가 2014년 4월 최고경영자(CEO)에 취임한 이후 쇠락하던 공룡 MS는 혁신의 아이콘으로 복귀했다. 변화의 원동력은 기업 문화 혁신이었다.

1990년대까지 IT 업계의 지존이었던 MS는 21세기 들어서 변방으로 밀려났다. 애플, 구글, 아마존에 주도권을 빼앗긴 MS는 정체된 PC 시장에서 윈도와 오피스를 판매하는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한 공룡이었다. 구원투수로 투입된 나델라는 당시 풍자 만평에서 "MS 직원들은 마치 이권 다툼을 하는 조직 폭력배처럼 서로에게 총을 겨누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실제로 단위 조직들이 각자의 영지에서 사내 정치로 기득권을 지키는 관료집단이 되어 혁신이 사라지고 유능한 인재는 이탈하고 있었다. 그는 "CEO의 C는 문화를 의미한다"고 선언하고 "MS의 영혼을 되찾고 모두에게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하는 여정"으로 명명한 기업 문화 혁신을 시작하였다.

3대 핵심 가치를 재정립하다

빌 게이츠가 MS를 창업한 이래 MS의 목표는 "모든 가정과 책상에 MS의 소프트웨어로 구동되는 PC를 둔다"였다. 나델라는 "모든 사람과 조직이 더 많은 것을 성취하도록 돕는다"로 변경했다. PC를 구동하는 소프트웨어 제품 개념에서 고객 중심 서비스로의 관점 전환을 선언한 것이다. "우리 업계는 전통과 역사를 존중하지 않는다. 혁신만 존중한다. 우리의 임무는 MS가 모바일 및 클라우드 세계에서 성공하는 것이다."

2014년 나델라 취임 당시 분기별 PC 출하량은 7000만대 수준인 반면, 스마트폰은 3억5000만대를 넘어섰다. 전임 CEO의 결정으로 PC 시장 지배력을 스마트폰으로 확장하려 72억달러에 핀란드의 노키아 휴대폰 사업부를 인수했다. 그러나 불과 2년 만인 2016년 대만 폭스콘에 매각하면서 총 100억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시장과 고객이 원하는 대로 사업의 규칙을 바꾸는 대신 기존 제품을 확장하려는 시도는 참담한 실패로 마무리됐다.

나델라는 이를 교훈 삼아 조직에 팽배한 정체 마인드를 성장 마인드로 바꾸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도전을 피하고 부정적인 피드백을 무시하며 다른 사람이 성공하면 위협을 느끼는 정체적 사고방식을, 도전을 포용하고 비판을 수용하며 다른 사람들의 성공에서 영감을 얻는 사고방식으로 바꾸는 작업이었다. 새로운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 나델라는 '고객 우선(Customer Obsession)' '다양성과 포용성(Diversity & Inclusion)' '원 마이크로소프트(One Microsoft)'라는 3가지 핵심 가치를 제시했다.

일러스트=유현호
①고객 우선

MS가 윈도와 오피스라는 제품의 관점에 머무르고 있는 동안 시장은 서비스의 개념으로 진화하고 있었다. 전자상거래의 아마존이 시작한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질주하는 와중에 MS는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근본적 이유는 외부 고객의 관점에서 사업을 바라보지 않고, 내부 제품의 관점에서 고객을 설득시키려는 오만 때문이었다.

MS의 내부 교육에 고객을 직접 방문하는 프로그램이 대대적으로 도입되었다. 이를 통해 시장이 클라우드 서비스 중심으로 진화하고 있는 실상이 조직에 공유되었다. 또한 말로만 떠들던 머신러닝, 인공지능(AI) 등의 중요성을 체감할 수 있었다. 엔지니어와 현장 직원의 연계성 강화는 혁신의 원동력이었다. '현장을 우선시하는 문화'의 정착을 위하여 엔지니어들의 주요한 회의에는 고객을 직접 상대하는 현장 직원들이 참석하도록 권장하고 때때로 CEO 자신도 참석하였다.

후발 주자라는 각성은 차별적인 전략으로 이어졌다. MS는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Azure)를 데이터 저장 공간만 파는 방식이 아니라 윈도와 오피스 등과 연계하여 차별화하고 틈새를 공략했다. 2018년 웹클라우드 시장은 AWS가 51.8%의 점유율로 압도적인 1위지만, MS도 2위(13.3%)로 교두보를 구축한 상태이다. MS의 웹클라우드 매출은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 신성장 사업으로 부상했다.

②다양성과 포용성

급변하는 트렌드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성별, 인종, 지역 등의 인구통계적 측면만이 아니라 사고와 관점의 스펙트럼이 넓어져야 했다. 기업 문화적 차원에서 확장된 다양성과 포용성은 사업에서도 협소한 시야에서 벗어나 개방적 생태계로 진화하는 촉매제가 됐다.

나델라는 경쟁사와도 협력과 공존으로 전환했다. 과거 MS는 윈도를 중심으로 문서 작성, 스프레드시트, 웹브라우저 등 사업 부문에서 경쟁사들을 시장에서 몰아내는 전략이 기본이었다. 윈도와 경쟁하는 개방형 운영시스템인 리눅스에 대해서는 전임 CEO인 스티브 발머가 '암(cancer)'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유아독존이었다. 그러나 나델라는 2016년 'MS는 리눅스를 사랑합니다'는 슬로건으로 오픈소스를 활용해 클라우드 시장 경쟁력을 높였다. 숙적인 애플 아이폰과 구글 안드로이드폰에 사용하는 오피스앱을 개발했다.

클라우드 사업의 최대 경쟁사인 아마존과도 제휴하여 인공지능 비서인 코타나와 알렉사의 교차 사용을 허용했다. 나아가 외부 자원과 연계한 개방적 혁신 생태계 구축의 관점에서 인수·합병(M&A)이 추진되었다. 2016년 직장인 중심의 소셜미디어 링크트인(Linkedin)을 262억달러에 사들였다. 2018년 6월에는 오픈소스 개발자 커뮤니티인 깃허브(GitHub)를 75억달러에 인수했다. 이를 통해 직장인 5억명의 개인 정보와 2800만명에 이르는 개발자의 아이디어에 접근하게 되었다.

③원 마이크로소프트

나델라는 MS의 우수한 인재와 첨단 기술들이 고립되고 단절되어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가치를 만들지 못한다고 인식했다. 연결할 뿐 아니라 통합도 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했다. 먼저 글로벌 차원에서 마케팅, 재무, 법률 및 판매 기능을 중앙집중적으로 통합하되 부문 간 협력을 위한 프로그램을 수립했다.

먼저 CEO가 직접 참석하는 주간 리더십 회의를 개설했다. 리더십팀은 장시간의 토론을 통해 사명(mission statement)과 문화를 재정의하고 변화 목표와 책임 기준을 수립했다. 또한 신기술의 의미와 가능성에 대해서 조직 전체가 공감하도록 다양한 미팅과 행사를 개최했다. 핵심은 '모든 것을 안다(know-it-all)' 문화에서 '모든 것을 배운다(learn-it-all)' 문화로의 전환이었다. 과거에는 MS가 초우량 기업이기에 업계의 모든 것을 안다고 전제했다. 하지만 이제는 한계를 인정해야 하며, 미래에는 모르면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원들은 과거에는 실패를 개인과 조직의 자부심에 입은 상처라고 인식했다. 그러나 이제는 배우는 기회로 생각했다. 나델라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인공지능 채팅봇 테이(Tay)가 대표적 사례이다. 나델라는 2016년 3월 미국의 18~24세 청소년들과 소셜미디어 문자 메시지로 대화하는 테이를 선보였다. 그러나 "나는 유대인이 싫다. 히틀러가 옳았다" 등 상식에 벗어난 응답으로 비난이 쏟아지자 16시간 만에 서비스를 중단했다. 나델라는 테이 프로젝트팀에 직접 메일을 보냈다. "계속 전진하자. 나는 당신들과 함께한다. 지속적으로 배우고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취임 후 4년간 주가 2배로 뛰어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는 "전략은 문화를 이길 수 없다"라고 말했다. 탁월한 전략도 조직의 문화와 조응해야 에너지를 발산한다. 나델라는 미래로의 변화를 위해 문화라는 기본에서 출발해서 '고객, 개방, 연결'이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혁신의 영혼을 되살리고 사업 생태계를 재건하였다. 변화와 혁신의 결과는 실적으로 나타났다. 나델라의 취임 전해인 2013년 하반기(7~12월)의 MS 매출은 430억달러, 영업이익은 143억달러였다. 취임 4년 후인 2018년 하반기에는 매출 615억달러(43% 증가), 영업이익 202억달러(41% 증가)로 나타났다. 주가는 취임 당시인 2014년 4월 2일 49달러에서 2018년 10월 8일 100달러로 2배가 됐다.

1967년생 나델라, 학창 시절 크리켓 선수하며 '열정·팀워크·공감' 3가지 리더십 터득

사티아 나델라는 1967년 인도 하이데라바드에서 태어났다. 인도 마니팔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1988년 미국 위스콘신 대학에 입학하여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1990년 선마이크로시스템에 입사 후 1992년 MS로 옮겼다. 1975년 창립 이래 40년간 빌 게이츠와 스티브 발머 2명의 CEO만 있었던 MS에서 3대 CEO로 취임하여 현재에 이른다. 리더의 덕목으로 공감 능력과 팀워크를 중시한다.

나델라 CEO는 MS 입사 당시 면접관이 "아이가 길에서 울고 있으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질문하자 "911을 부르겠다"고 대답했다. 면접관은 "아이가 울고 있다면 먼저 안아 올려야 하지 않겠나"며 "공감 능력이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는 일화가 있다. 그러나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첫아들을 돌보면서 달라졌다. 그는 "공감은 다양한 가치를 가진 직원들을 융화시키면서 소비자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요소"라는 지론을 갖고 있다.

팀워크는 학창 시절 크리켓 선수로 활약하면서 다음과 같은 3가지 리더십 원칙을 터득했다고 한다.

① 불확실하고 위협적인 상황에서도 열정적이고 씩씩하게 경쟁해야 한다. 경기를 통해 항상 경쟁자를 존경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일단 나가서 맞서야 한다.

② 자신보다는 팀을 우선해야 한다. 실력은 뛰어나지만 팀을 우선시하지 않는 선수는 팀을 완전히 망가뜨릴 수도 있다. 자신에 대한 확신이나 평판보다는 언제나 팀이 먼저다.

③ 공감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공감 능력은 리더십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구성원들이 자신감을 키우고 모든 사람에게서 최선을 이끌어낼 수 있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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