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온라인 금융회사 '앤트파이낸셜' 알리페이 등 서비스로 '현금 없는 중국' 만들어
Analysis유진우 기자
입력 2019.02.15 03:00
[Cover Story] 화폐의 진화… 이끄는 기업들
이용자 8억7000만명 인터넷 은행·신용평가 영역으로 사업 확장
기업가치 1500억달러 JP모건·골드만삭스 합친 규모로 성장
징셴둥 앤트파이낸셜 CEO
앤트파이낸셜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의 금융서비스 전문 자회사다. 대표 브랜드는 바이오 결제와 스마트폰 결제 기술로 '현금 없는 중국'을 이룩한 결제 서비스 '알리페이'다. 인터넷 쇼핑몰이나 상점에서 물건을 사면 알리페이가 구매자에게서 물건 값을 받아 납품 회사에 지급하면서 수료를 받는다. 앤트파이낸셜은 2014년 분사했는데, 알리바바가 15년 전 시작했던 이 서비스 덕택에 기업 가치가 1500억달러에 이른다. 기존 금융업계 강자로 꼽히는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가치를 합친 규모다.
경쟁력은 8억7000만명에 달하는 플랫폼 이용자 수와 이들에게 서비스를 원활히 제공하는 안정된 기술력에서 나온다. 1만명 이상 직원 중 3분의 2에 달하는 63%가 기술자들이다. 징셴둥(井賢棟) 앤트파이낸셜 CEO는 "기술을 활용해서 사람들이 금융업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디자인하는 게 목표"라고 야심하게 선언했다.
알리페이를 쓰면 현금이 필요 없다. 얼굴, 지문 혹은 QR 코드가 현금을 대신한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번호판을 카메라가 찍으면 해당 자동차와 연계된 계좌에서 자동으로 돈이 빠져나가는 기술도 곧 실용화할 예정이다. 앤트파이낸셜은 결제에 사용한 이용자 정보를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해 인터넷은행, 신용평가, 자산관리 브랜드까지 내놨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마치 은행과 합쳐진 페이스북 같다"며 "유럽이나 미국에선 찾아볼 수 없는 서비스"라고 평가했다.
결제·대출에 자산관리 서비스까지
앤트파이낸셜은 지난해 한 해 동안 140억달러(약 15조7360억원) 투자금을 유치했다. '시장 독식' 논란이 일자 스스로 '포용 금융을 표방한다'고 변호한다. 중국명 상호인 '개미금융(螞蟻金服)'답게 스마트폰을 통해 1인 기업가들과 서민들에게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며 기존 금융업의 손길이 닿지 않던 곳에서 활약하고 있다. 앤트파이낸셜은 설립 이후 2017년 6월까지 350만개 중소기업에 비은행권 대출금리로는 획기적으로 낮은 7~8%대에 제공했다. 그 규모가 34조원에 이른다. 금융 인프라가 낙후된 빈곤 지역 이용자 200만명에겐 16조5000억원을 은행과 함께 빌려줬다. 기존 은행과는 IT 설루션을 팔아 상생을 꾀했다. 현재 약 200개 금융회사에 기술 교류를 하고 있다. 징셴둥 CEO는 "홀로 큰 나무가 되기보다는 다른 기업과 숲을 이루고 싶다"며 "은행들과 계속 협력해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앤트파이낸셜은 디지털 결제 기술과 관련한 국제기술 표준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품고 있다. 중국을 넘어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같은 아시아 국가에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한국 결제 시장에도 자리를 잡아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서울 명동 상점들은 대부분 알리페이로 상품을 살 수 있다. 2017년엔 카카오페이에 230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징셴둥 CEO는 "2020년까지 신흥국 위주로 이용자 20억명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