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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줄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할리우드 방식 배워야

Analysis 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부회장
입력 2019.01.11 03:00

[Cover story] 1920년대 재즈 공연 '긱이코노미' 재등장… 높은 수익으로 일회성 고용 원하는 자발적 비정규직 쏟아진다

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부회장
1990년대 기업들은 할리우드 영화사의 작업 방식과 조직 구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할리우드에서 영화 제작이 결정되면 감독, 촬영, 조명, 분장, 소품 등 분야별 전문가들이 모여들어 일종의 프로젝트 팀을 이루어 작업을 진행한다. 제작이 끝나면 팀은 해체되고 흩어진 인력들은 각자의 스케쥴에 따라 이합집산하여 다른 영화제작에 참여한다. 영화사는 기획 분야의 핵심 인력만 유지하면서 실제 제작은 장르와 예산을 감안하여 각 분야 최적의 전문가로 팀을 구성하고 해체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당시 영화사 조직 운영의 유연성과 개방성, 전문성에 전통적 기업들이 주목한 배경은 정보화 혁명 시대 조직의 미래상이 함축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주목받는 할리우드 영화 제작 방식

새로운 기술의 출현은 새로운 작업 방식과 조직 구조로 연결된다. 농업혁명으로 정착생활이 시작되고 정교한 사회적 위계질서가 생겨났다. 18세기 산업혁명으로 대규모 공장이 출현하였다. 증기기관을 중심으로 배치된 생산라인에서의 분업과 표준화에 따라 군대식으로 구성된 중층적인 조직 구조에서 작업이 진행되었다. 정보화 혁명으로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기업 조직도 스피드와 유연성이 중요해졌다. 조직 개편 주기가 단축되고,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사안을 해결하기 위해 임시로 구성되고 해체되는 태스크포스(TF)의 활용도가 높아졌다. 나아가 조직 구조를 정보의 흐름에 따라 재편하는 리엔지니어링이 도입되면서 유연하고 신속하며 개방적인 할리우드 영화사의 조직 운영 방식에 주목하게 된 것이다.

21세기 4차 산업혁명의 전개로 긱이코노미(Gig Economy)가 출현하면서 기업의 인력과 조직의 개념이 글로벌 차원으로 확장되고 있다. 긱은 1920년대 미국의 재즈 공연장에서 하루 또는 일회성 계약으로 밴드나 연주자들을 고용하던 방식에서 유래된 단어이다. 디지털 기술의 확산으로 전 세계 인력들이 '10x Management' 'Toptal' 'Upwork' 'Fiverr'등의 플랫폼을 매개체로 임시로 고용되어 자유롭게 일하는 방식이 출현하였다. 인공지능 연구자, 빅데이터 분석가, 반도체 설계자 등 첨단 분야 전문가에서 문서 번역, 디자인 등 단순한 작업까지 연결된다. 우리나라 단어로 표현하면 자발적 비정규직인 긱이코노미가 글로벌 차원에서 확산되는 배경은 상호 이익에 있다. 기업은 전세계 인재가 보유한 지식과 경험을 필요한 만큼 활용하고, 인건비를 경직된 고정비가 아니라 유연한 변동비로 접근할 수 있다. 근로자는 조직에 소속되는 부담 없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업무에 집중하고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글로벌 인재들이 일 따라 이합집산

긱이코노미의 주역은 밀레니얼 노마드로 불리우는 디지털 세대이다. 조직에 소속된 정규직이 주축인 아날로그 시대의 일터를 탈피하여 자신의 역량에 따라 자유롭게 일하고 보상받는 생활방식을 선호하는 세대들이다.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글로벌 긱플랫폼을 통해 미국 실리콘 밸리의 기업과 계약한 후 인도네시아 발리에 머무르면서 작업을 진행하는 시대이다.

긱이코노미의 확산은 조직 개념의 확대와 조직 문화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아날로그 시대는 정규직 근로자가 주축인 경직되고 닫혀 있는 조직이었으나 디지털 시대는 정규직, 계약직, 프리랜서 등 다양한 인력이 글로벌 차원에서 수시로 합류하고 이탈하는 유연하고 개방적인 조직으로 확대되고 있다. 또한 제한된 공간에서 근로자의 업무를 지시하고 감독하던 아날로그 시대의 조직 문화에서 디지털 시대는 전 세계 어디에서나 각자 자유롭게 업무를 수행하되 명확한 책임 의식으로 과업을 완수하고 보상받는'자유와 책임'의 문화로 변화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의 조직은 개방적이고 유연한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긱이코노미는 촉매제이며, '자유와 책임'의 조직 문화는 지향점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정규직-비정규직이라는 퇴영적 이분법에 매몰되어 고용시장의 경직성이 높아지면서 기업의 활력이 추락하고 있다. 미래 산업의 태동과 발전을 위해서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글로벌 긱이코노미 차원에서 국내외 우수한 인재들의 역량과 연계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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