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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 본업에 충실했던 히타치와 달리 미국 원전 무리하게 인수 '엇갈린 운명'

Analysis 하미리 인턴기자
입력 2018.11.02 03:00
도시바는 화력·원자력 등 에너지 사업과 엘리베이터·공공부문 등 인프라 사업에서 히타치와 자웅을 겨루며 일본 대형 제조업을 이끌어온 대표적 글로벌 기업이었다. 하지만 본업에 충실했던 히타치와 달리 도시바는 정부 정책을 지원하기 위해 무리하게 미국 원전을 인수했다가 재무 구조가 악화됐다. 도시바 앞길은 순탄치 않다.

도시바는 지난 8월 2018년 2분기(4~6월) 결산 발표에서 순이익 1조167억엔이란 깜짝 실적을 공개했다. 하지만 이는 반도체 자회사였던 도시바메모리의 매각이익 9655억엔을 얹은 수치로 '사상누각'에 불과했다. 도시바메모리는 도시바의 품에서 영업이익의 90%를 벌어들이는 효자 사업이었다. 도시바메모리는 지난 6월 미국 투자펀드 베인캐피털과 한국 SK하이닉스가 이끄는 '한·미·일 연합' 산하에 2조엔(약 20조원)에 매각됐다.

메모리 분야를 제외하면,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4.5% 감소한 0.08%로 7억3000만엔에 그쳤다. 같은 시기 발표된 히타치제작소의 영업이익률 6.8%, 미쓰비시전기의 5.9%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핵심 사업이었던 메모리 매각 후 도시바를 견인할 사업이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문제는 에너지나 인프라 등 다른 사업 부문이 메모리 공백을 메우기엔 역부족이라는 점이다. 에너지나 인프라 부문은 이익률이 낮은 사업이다. 여기에 알짜 사업인 의료기기 부문은 2017년 3월 캐논 품에 넘어갔다. 1985년 세계 최초로 노트북 컴퓨터 판매를 시작한 도시바의 자존심이자 세계 노트북 시장 점유율 1위를 지켜오던 '다이나북(dynabook)' 브랜드도 후지쓰와 사업 통합을 모색한 끝에 결국 올해 PC사업 정식 매각 절차를 밟아 10월 1일부터 샤프 브랜드로 재출발했다. 도시바는 효자 사업 대부분을 잃은 셈이다.

이를 의식한 듯 도시바는 11월 중기 경영 계획 발표를 앞두고 수익력 강화를 위한 또 한 번의 사업 구조조정과 사업별 전략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냉랭하다. 도시바도 뒤늦게 인공지능 등을 활용한 데이터 부문 사업 개발 등 수익 확보가 예상되는 사업 모델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본격 궤도에 올라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게다가 올해 메모리 분야 매각 자금을 자사주 매입하는 데 쓴 탓에 신성장 사업에 필요한 투자 여력도 넉넉지 않은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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