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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이 방정'… 뛰어난 창업자들이 말실수가 잦은 까닭은?

Analysis 이철민 선임기자
입력 2018.09.01 03:00

[이철민의 Global Prism] 창업자의 말실수 "흑인을 깜둥이(nigger)라 불러도…" "여직원과 성관계는불가피하다" (이사회 상의 없이)"테슬라 상장 폐지"

이철민 선임기자
"말라리아로 1주일 앓아누운 것을 빼곤, 2001년 이후 한 주도 못 쉬었다. 최근엔 주당(週當) 120시간 일하며, 생일(6월 28일)에도 24시간 내내 공장에서 보냈다."

전기자동차 테슬라와 우주항공기업 스페이스 X의 창업주이자 CEO인 일론 머스크(47)는 8월 26일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지난 1년은 생애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럴 만했다. 테슬라가 중형(中型)으로 내놓은 신차 '모델 3'는 지난 1분기(1~3월)까지 45만여 대의 예약 신청이 쌓였지만, 테슬라는 7월에 들어서야 '주(週) 5000대 생산'이란 목표를 맞출 수 있었다. 그새 계약 취소가 빗발쳤고, 언론은 테슬라의 엉망인 관리·생산 체계를 비판했다. 그의 친구들은 "머스크가 수면제 없이는 잠도 제대로 못 잔다"고 전했다.

머스크는 높은 이상을 가졌지만, 냉혹한 현실의 벽에 부닥쳐 있다. 그 바람에 말실수를 연발한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인 노엄 와서먼은 2008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와 이후 책으로 출간된 '창업자의 딜레마(founder's dilemmas)'에서 탁월한 비전과 전략으로 창업한 이들이 이후 일상적 관리와 인사 정책에 실패하거나, 자신의 아이디어와 열정에 도취돼 변화를 무시하는 등 회사 설립 이후 보이는 여러 유형의 딜레마를 정리했다. 이런 딜레마로 인해 많은 스타트업이 3차 펀딩을 받을 때쯤에는 52%의 설립자가 투자자 요구에 밀려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난다는 것이다.

말실수로 곤욕을 치른 CEO들. 피자업체 파파존스의 존 슈내터, 의류유통체인 아메리칸 어패럴의 도브 차니, 전기차 생산업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왼쪽부터)./블룸버그, 도브 차니 페이스북
①머스크 "영국 구조대는 소아성애자"

머스크는 이 시대에 가장 '예지력' 있는 기업인임은 분명하다. 그는 인형 운전자 '스타맨'이 탄 테슬라 차량을 우주로 쏴 올려 지금도 태양 주변을 시속 7만6273㎞로 '달리게' 하고, 화성 식민지를 꿈꾼다. 재활용 가능 로켓의 발사와 회수에도 성공했다. 그러나 극도로 경쟁적인 사회에선 전략적 순위를 정하는 것에 못지않게, 기업의 복잡다단한 일들이 빈틈없이 돌아가게 점검하고 작지만 중요한 결정을 제때 정확히 내리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머스크는 지난 1년간 '선견자'와 '관리자'라는 중요한 두 직책을 혼자 맡다 보니, 종종 회사와 투자자들에게 해를 끼치는 결정과 행동을 취하기도 했다.

지난 4월 머스크는 안전 사고를 일으킨 테슬라 자율주행 차량의 원인을 둘러싸고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 위원장과 통화하다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막강한 조사 권한을 지닌 NTSB를 상대로 하기엔 매우 경솔한 짓이었다. 5월엔 월가 애널리스트들과 테슬라의 1분기 실적을 놓고 전화 회의를 하다가 "추가 펀딩이 필요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따분하고 멍청하다"며 나가버렸다. 심지어 7월 초에는 동굴에 갇힌 태국 소년 12명의 구출 작업을 놓고도, 비이성적 트윗으로 구설에 올랐다. 현지에서 구조 활동 중인 영국인 다이버가 머스크의 소형 잠수정 파견 제의를 "홍보 효과는 있겠지만 비현실적"이라고 평가절하하자 근거도 없이 그를 "소아성애자(pedo guy)"라고 불렀다. 그러더니 8월 7일엔 느닷없이 "테슬라를 상장 폐지하고 개인 기업화하겠다"고 트윗했다. 당시 주가에 20% 웃돈을 주고 주당 420달러에 사들일 생각이 있고, 필요한 자금도 확보됐다고 밝혔다. 이사회도 모르는 이 '중대 발표'에 테슬라 주가는 이날 하루에만 11% 뛰었지만, 자금이 확보됐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었다. 되레 미 증권 당국의 조사를 받게 됐다. 경제 잡지 포브스는 "창업자 머스크가 전략을 구상하는 선견자에 머물 수 있게, 지금 테슬라엔 '스위스 군용 칼'처럼 일상적 업무에서 전권을 휘두르며 뭐든지 할 수 있는 강력한 2인자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②슈내터 "흑인들 때문에 매출 떨어져"

미국의 피자 체인 '파파존스(Papa John's)'도 쫓겨난 창업자가 자기가 세운 기업의 발목을 '제대로' 잡은 사례다. 1984년 켄터키주의 한 선술집에서 파파존스를 시작해 세계 3위의 피자 유통체인으로 키운 존 슈내터에게 파파존스는 바로 자신이었다. 아예 기업 로고엔 배달원 복장을 한 슈내터 사진이 들어갔고, 그는 "나야말로 아메리칸 드림"이라고 떠벌렸다. 하지만 이런 외향적이고 직설적인 성격이 결국 회사의 쇠락을 부추겼다. 그는 작년 11월 1일 매출이 하락한 것은 프로풋볼리그의 흑인 선수들이 경기 전 국가(國歌) 연주 때 흑인 차별에 항의해 무릎을 꿇은 탓이라는 '황당한' 이유를 댔다. 같은 기간 경쟁사 도미노피자는 승승장구했는데, 파파존스는 선수들의 '무릎 꿇기'로 자사 TV 광고 노출이 저조해 매출이 떨어졌다고 한 것이다. 소비자들의 반발이 커지자, 회사 측은 2주 뒤인 13일 CEO 슈내터의 발언을 사과하고 "변화의 새로운 토대를 마련하려는 선수들의 캠페인을 지지한다"고 말을 바꿨지만, 주가는 13%가량 빠졌다.

하지만 지난 7월 11일엔 슈내터가 대외 이미지 교육을 하는 홍보 회사 측과 대화하면서 "샌더스(KFC 창업자)는 흑인들을 '깜둥이(niggers)'라 불러도 사회적 문제도 안 됐다"고 말한 게 또 폭로됐다. 이사회는 그날로 로고에서 슈내터 사진을 지우고, 회사 내 모든 직책에서 그를 제거했다. 그런데도 슈내터는 "내 발언이 맥락이 잘린 상태로 보도됐다"며 자신을 몰아낸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뉴욕시 소재 뉴스쿨 경영학 교수인 마크 립턴은 2일 자 비즈니스위크 인터뷰에서 "CEO에서 쫓겨난 창업자가 계속 유령처럼 회사 주변을 맴도는 고전적 사례이자, 단건(單件)으론 최대의 '브랜드 자살' 사건"이라고 비꼬았다.

③차니 "여직원과 성관계는 불가피"

캐나다 출신의 도브 차니가 1989년 창업한 미 의류 유통 체인 '아메리칸 어패럴'에서 25년 뒤 쫓겨난 경위도 비슷하다. 아메리칸 어패럴은 성(性)행위를 연상케 하고 여성의 벗은 몸을 상품화한 광고와, 동남아의 열악한 작업장이 아니라 '메이드 인 USA'라는 점을 내세워 미국 패스트패션 업계에서 급성장했다. 그러나 차니는 재임 중에 여종업원들과의 성희롱, 성관계로 인한 소문이 무성했고, 관련 소송도 계속 불거졌다. 결국 창업자의 비행(非行)이 회사의 쇠락을 조장하는 수준에 달하자, 2014년 6월 이사회는 전격적으로 의장과 CEO·대표이사직에서 모두 그를 몰아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여직원과 성관계는 불가피하다"는 말도 서슴지 않으며 '로스앤젤레스 어패럴'이란 이름으로 재기에 나섰다.

④캘러닉, 비판하는 운전기사 조롱

우버의 창업자 트래비스 캘러닉 역시 자신은 물론 회사 문화를 깨끗하게 관리하지 못해, 작년 초부터 회사 내 만연한 성희롱·성추행 사례들이 언론에 계속 폭로됐고 미 사법 당국이 본격적으로 조사에 들어갔다. 캘러닉이 수년 전 방한(訪韓) 때 룸살롱에 간 사실과, "큰돈을 들여 고급 차를 샀는데 우버의 운임 정책으로 힘들다"는 우버 운전기사를 조롱하는 동영상도 공개됐다. 결국 이런 리더십의 한계 탓에, 작년 6월 투자가들이 이사회에서 반란을 일으켜 거의 700억달러 규모로 폭발 성장한 회사의 CEO 자리에서 그를 몰아냈다.

와서먼은 "기업 초창기엔 창업자의 카리스마를 중심으로 돌아가야 최고의 직원과 고객을 유인할 수 있지만, '나는 결코 틀릴 수 없다'는 사고에 젖은 창업자의 전략적인 결정 실수나 미숙한 행동은 직원과 투자자 모두를 화나게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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