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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수요 2025년 꼭짓점 찍고, 2040년 수소 연료 급부상"

Analysis 싱가포르=김경필 특파원
입력 2018.09.01 03:00

'쉘 시나리오'에 나타난 에너지 산업의 미래… 제러미 밴담 부사장

쉘 코리아
2016년 전 세계 195국이 비준한 파리기후협약(미국 탈퇴로 현재 194국)은 2100년까지 지구 온도를 산업화 이전(1850~1900년)과 비교해 2도 이상은 올라가지 않도록, 더 나아가 상승폭을 1.5도 이하까지 억제해보자는 결의를 담고 있다. 이를 위해선 온도 상승 원흉으로 꼽히는 화석 연료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 이는 곧 석유·석탄을 중심으로 했던 에너지 산업이 이제 새로운 패러다임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에너지 기업들은 다가온 미래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연 매출액만 3051억달러(약 340조원)에 달해 세계 에너지 회사로 꼽히는 로열 더치 쉘은 파리협약이 가져올 미래 산업계 지각변동을 치밀하게 분석한 보고서 '스카이 시나리오(Sky Scenario)'를 최근 완성했다. 이른바 '시나리오 경영'은 쉘이 가진 독특한 문화 중 하나다. 1960년대엔 당시 시나리오가 1970년대 석유 파동을 예측하면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쉘은 '파리협약 이후'를 대비, 스카이 시나리오에 따라 '순(純)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한 단체가 활동을 통해 발생시키는 이산화탄소의 총량)'을 2050년까지 현재의 절반으로 줄이기로 했다. 또 화석연료 대신 전기를 사용하는 전기화와, 바이오연료·수소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포집·저장 프로젝트에 깊이 관여하고 있고, 전력 소매와 전기자동차 충전 관련 기업을 사들였다. 북해에 풍력발전 자산을 갖고 새로운 풍력발전 프로젝트에도 투자하고 있다. 반면 캐나다 오일샌드 사업에서는 완전히 발을 뺐다. 북극 유전 개발도 하지 않기로 했다. 새로운 시나리오와 맞지 않기 때문이다.

WEEKLY BIZ는 2006년부터 시나리오팀을 총괄하고 있는 제러미 벤담(Bentham) 쉘 수석 부사장을 싱가포르에서 만났다. 1980년 쉘에 입사, 35년째 일하고 있는 그는 옥스퍼드대 물리학과를 나와 MIT 경영대학원에서 석사를 받았다. 벤덤 부사장은 "쉘은 대다수 사람이 생각하는 그런 (석유)회사가 이젠 아니다"고 말했다.

Q1 석유 수요가 줄기 시작하는 시점은

"(거주지인) 네덜란드 헤이그에는 길모퉁이마다 전기 자동차를 충전할 수 있는 시설이 있다. 헤이그에서 전기 자동차가 많이 팔리는 이유다. 쉘뿐 아니라 수많은 기업이 매장(주유소)에 전기차 충전소를 도입하고 직장과 집에도 관련 시설을 속속 만들고 있다. 노르웨이에선 (내연기관) 자동차에 대해 중과세가 이뤄지고 있는데, 이런 조세 제도가 전기차를 상대적으로 비싸지 않게 만들고 보급을 촉진하고 있다. 이런 '눈덩이 효과'가 심화하면서 2025년을 기점으로 석유 수요는 줄기 시작하고, 석유는 항공교통이나 아주 무거운 물건 수송 또는 자동차가 아닌 석유화학 같은 다른 산업 분야 수요를 주로 충당하는 시대로 접어들 것이다. 2040년 이후엔 수송용 에너지는 전기가 지배할 것이며, 내연기관 자동차는 2030년 현재의 75%로 감소하고, 2050년엔 구입 자체가 어렵게 된다."

Q2 유가는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까

"앞으론 모든 원유가 아니라, 채굴하기 가장 쉬운 원유만 생산될 것이다. 유가는 변덕스러울 것이다. 유가는 원래 수요·공급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온갖 정치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이란에 대한 제재가 길어지면 유가가 충격을 받는 식이다. 유가는 장기적으로 어떤 수준보다 높게 형성되진 않을 것이다. 유가가 너무 높아지면 사람들은 대체 에너지에 더 투자하고 석유 소비를 줄이기 때문이다. 생산비보다 낮은 수준에 머무르지도 않을 것이다. 결국 일정한 가격대 안에서 변동할 텐데 마지노선은 40달러로 본다."

Q3 수소가 휘발유의 대안일까

"수소 산업은 이미 발전해 있다. 공업에서 주요 화학물질로 쓰이고, 엄청난 양을 생산하고 있다. 수소 연 생산량은 이미 6000만t이 넘는데, 남미와 북미 전역 모든 승용차를 굴릴 수 있는 규모다. 수소를 자동차에 사용할 수 있게 분배하는 네트워크(수소 충전소)가 미비할 뿐이다. 파리협약에 나온대로 지구 온도 상승을 막기 위해 탄소 배출을 억제하려면 수소를 자동차용으로 사용하는 사업이 중요하다. 수소는 2040년대 중요한 연료로 부상한다. 쉘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함께 독일 내에 자동차용 수소 충전소 400곳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소설가 윌리엄 깁슨 말대로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져 있지 않을 뿐'이다."

Q4 태양광은 언제쯤 최대 에너지원이 될까

"태양광은 2050년대에 석유를 제치고 최대 에너지원으로 등극할 것이다. 현재 풍력과 태양광이 세계 전력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 미만이다. 그러나 태양광은 점차 경제성을 달성해가고 있다. 미국과 독일에서 태양력과 기존 에너지원 전력 생산 단가 차액을 정부가 보상하는 발전 차액 지원제도를 대폭 도입했기 때문이다. 생산 단가도 낮아지고 있다.

풍력 역시 공급망이 갖춰지고, 새로운 기술이 만들어지고, 높이 수백m에 달하는 큰 풍력발전기가 나타나면서 비용이 내려가고 있다. 여전히 정부 지원이 필요하지만, 최근엔 지원액이 적거나 전혀 없는 사업들도 이뤄지고 있다. 2030년이면 모든 신규 발전은 풍력과 태양력이 될 것이고, 이후 모든 전력 생산 증가분은 풍력과 태양력에서 나올 것이다. 2050년이면 태양력은 전력 생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2020년대 말이면 원자력에 투자하는 것보다 풍력 발전기나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게 더 싸게 될 것이다."

Q5 원자력발전은 지속될 것인가

"당분간 계속된다. 전력망은 안정적으로 기본 전력수요를 감당하는 '기저부하(base load)' 발전량을 필요로 한다. 이를 위해 원자력을 운용하는 건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 다만 오염 물질 배출량이 많은 석탄 화력발전이 가스와 원자력, 풍력과 태양력으로 대체될 것이다. 인도·중국·한국에서는 오랜 기간 원자력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2070년까지 원자력은 살아남는다. 하지만 점점 비중이 줄다가 2100년에 자취를 감춘다고 예측한다. 앞으로 원전 대신 가스 화력발전이 늘 전망이다. 가스 수요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30년까지 30%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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