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비즈

치알디니 연구소서 생활해보니

People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입력 2018.06.30 03:00

[Cover Story] 설득의 6대 원칙, 몸소 실천하고 교육

치알디니 박사는 '설득의 심리학'을 몸으로 실천하는 지식인이다. 2008년 미국 애리조나주 템피시에서 미국인 6명과 함께 1주일간 치알디니 연구소에서 진행하는 트레이너 양성 교육을 받을 기회가 있었다. 치알디니 연구소 핵심 개념을 전파하는 '전도사'에 해당하는 이 트레이너는 지금까지 20여 명 정도가 전부이며, 연구소가 이들을 엄격하게 관리하면서 유지한다.

첫 식사 자리에서 치알디니 교수는 "어떤 취미를 갖고 있느냐"면서 질문을 꺼내 이것저것 시시콜콜 물어봤다. 관심을 갖고 있다는 걸 내비치기 위해서다. 호감을 얻는 첫 단계다. 항상 이야기를 들을 때는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경청한다. 그리고 다음 질문을 던진다. 누가 조언해준 건 기억하지 못하지만 경청해준 건 기억에 남는다.

그해 가을 서울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 치알디니 교수가 초대를 받았다. 주최 측에선 치알디니가 참여하는 세션 좌장으로 국내 모 교수를 추대했지만, 치알디니는 나를 추천했다. 그래야 강연과 토론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다고 설득한 것이다. 결국 토론 세션 좌장을 맡아 "'영향력'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그를 소개했고, 세션은 성공리에 마무리됐다. 상호성을 추구할 때는 "내가 뭘 도울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윈·윈(win win)'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다.

세션 직후 그는 조심스레 한 가지 충고를 건넸다. 아직 외부에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터라 내가 직접 나를 간단하게 소개했는데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었다. "유명하지 않아서 때론 직접 소개해야 한다"고 설명하자, 그럴 경우엔 차라리 약력을 인쇄하여 자료집에 넣거나, 외부 회의라면 이메일이나 비서를 통해 미리 약력을 보내놓아 알려주라고 권고했다. 자기 입으로 자기 자랑하는 건 권위와 신뢰를 동시에 깎아 먹는다는 분석이 들어 있었다.

경청해주고 '윈·윈'하려 노력

10년 전 치알디니 교수가 한국을 방문했다. 주최측은 1시간 강연하는 데 비행기와 호텔 등 비용을 제외하고도 수천만원이 들었다. 그는 "혹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고객사에서 강연을 하는 건 어떻겠냐"면서 "강연료는 없어도 된다"고 먼저 제안했다. 실제 이 갑작스러운 제안은 실현됐고 고객사 직원들 반응은 뜨거웠다. 이후 이 고객사 대표는 회사를 옮겨서도 설득의 심리학 워크숍을 세 차례나 가졌다. 치알디니는 윤리적 설득의 핵심 요건 중 하나로 "어떻게 하면 우리가 더 잘 협력할 수 있을까?"를 든다. 이런 행동을 실천한 게 바로 그 무료 강연 제안이었다. 본인이나 나나 고객사나 모두 '윈윈'을 구현할 수 있었다.

다시 2008년 애리조나주로 돌아가 보자. 1주일 동안 빡빡한 워크숍을 끝내고 실기 시험과 100여 문제에 가까운 필기시험을 치르고, 수료식을 할 때였다. 그는 내게 예쁜 목공 도구 장난감을 선물로 주었다. 첫날 식사에서 내가 목공에 빠져 있다고 이야기한 걸 기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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