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비즈

방산 수출 왜 잘나가나 했더니, 이런 강소 기업들 있었네

Analysis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입력 2018.06.16 03:00

[유용원의 Defenomics]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우리나라에는 지난해 기준 100여개 방위산업체가 있다. KAI(한국항공우주산업)·한화테크윈 등 대기업 방산업체가 30여개, 중견·중소기업이 70여개다. 중견·중소 방산업체가 수는 많지만 매출은 전체의 20%에도 못 미친다. 미국은 방산 중소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나 멘토제를 운영하면서 대기업·중소기업 균형을 맞추고 있다. 한국 정부 역시 중견·중소기업이 튼튼한 허리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지만 지원책은 미흡한 실정이다. 그럼에도 자체 기술력과 영업력으로 세계시장을 개척한 한국의 중견·중소 방산 기업이 있다. 휴니드테크놀로지스, 동인광학, 아이쓰리시스템, 연합정밀이 주인공이다.

① 휴니드테크놀러지스  전투기 패널, 통신 장비…

F-15전투기 치누크 헬기 등 美 해군·공군 납품
2006년 보잉사가 투자 2대 주주 돼

전투기 패널·통신 장비를 주력 생산하는 휴니드(Huneed)테크놀러지스는 1968년 설립(당시 대영전자공업)된 베테랑 방산업체다. 현재 미 해·공군을 비롯, 세계 여러 나라 조종사들이 휴니드에서 공급한 장비를 탑재한 전투기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휴니드는 2006년 세계 1위 항공업체 미국 보잉사를 2대 주주로 맞으면서 항공전자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했다. F-15 전투기, CH-47 ‘치누크’ 헬기와 MV-22 ‘오스프리’ 최신 수직이착륙 항공기용 전자 장비를 수출하고 있다. ‘치누크’ 헬기 전기·전자 시스템 수출 규모는 2022년까지 1억2000만달러에 달한다.

휴니드테크놀러지스 전경.
최근에는 전투기에 들어가는 피아식별장치(IFF·Identification Friend or Foe) 국산화에 성공, 수출까지 넘보고 있다. 지난해엔 세계 2위 항공업체 유럽 에어버스의 헬리콥터 부문과 기술 협력해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에 장착되는 고난도 핵심 기술인 비행조종 컴퓨터(FCC·Flight Control Computer) 항공전자 장비를 개발했다. 개발에 착수한 지 1년 만에 국산화하면서 생산 기술을 인정받았고, 대량 수출 물량을 확보하기도 했다.

앞으로 군용기 부품 위주 사업 구조를 민간 항공기 부품과 무인기 자체 제작까지 확대하기 위해 미 무인기 ‘프레데터’ 개발사 제너럴아토믹스와 손을 잡는 한편, 해외 방산업체 인수·합병(M&A)도 추진하고 있다. 2014년 400만달러였던 매출은 지난해 2000만달러를 돌파했으며 앞으로도 매년 40% 이상 성장세를 이어나간다는 각오다.

현재 휴니드를 지휘하고 있는 신종석 대표(부회장)는 최대 주주 김유진 회장의 처남으로 홍콩 페레그린증권과 국내 IMM투자자문을 거쳤다. 기업 구조조정 전문회사 코러스인베스트먼트를 통해 2001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대영전자(현 휴니드)를 인수했다. 신 대표는 “해외 항공우주업체들과 협력을 강화해 2020년대 초까지 항공기 정비·운영 등 전 분야를 포괄하는 글로벌 항공전자 전문 업체로서 위상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② 동인광학  무배율 광학조준경

가늠자·가늠쇠 대신 빛의 굴절원리 이용한 '도트사이트' 개발
기관총용 DCL 시리즈 세계최초 개발 명성

동인광학은 사격할 때 정확도를 높여주는 도트사이트(Dot Sight·무배율 광학조준경)를 개발·생산하는 기업이다. 1995년 설립돼 민수용 광학 장비를 생산·수출하면서 개발·제조 경험을 쌓았고 이를 토대로 2000년대 초부터 본격적으로 군수용 도트사이트 개발에 나섰다.
동인광학 도트사이트(무배율 광학조준경).
기존 총기의 가늠자·가늠쇠 방식은 조준에 시간이 걸리고 정확도도 떨어진다. 반면 도트사이트는 빛의 굴절 원리를 이용, 조준시간이 훨씬 빨라지고 야간투시장비와 결합하면 어둠 속에서도 정확한 조준사격이 가능하다. 배율이 따로 없어 배율이 있는 스코프(Scope·망원 조준경)와는 다르다.

동인광학은 2008년 기관총용 도트사이트인 DCL 시리즈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면서 명성을 얻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테러와 전쟁을 치르던 미군에겐 기지방어와 화력지원을 위해 중기관총이나 고속유탄발사기에 장착할 도트사이트가 절실하게 필요했다. 하지만 기관총용 도트사이트는 기술적으로 까다로워 해외 유명 업체도 개발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동인광학이 이를 해냈다. 미군이 엄격한 현지 시험을 거쳐 동인광학 도트사이트를 구매하자 다른 나라 부대도 관심을 보였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중동 국가, 나아가 동남아와 아프리카로까지 수출이 이어져 지금까지 15개 나라가 동인광학 도트사이트를 사들였다. 동인광학의 DCL 도트사이트는 ‘캡틴 아메리카’ 등 영화와 게임에도 종종 등장한다.

우리나라도 2013년 이후 전군에 PVS-11K 등 동인광학의 개인화기용 도트사이트가 보급되기 시작했다. 올해는 기관총용 대구경(大口徑) 도트사이트도 보급, K-6 중기관총과 K-4 고속유탄기관포에도 장착이 이뤄졌다.

동인광학은 오랫동안 광학제품 개발·제조에 집중하면서 선진국 군대가 요구하는 사항을 미리 포착해 성공 신화를 썼다. 미군이 애용하는 기관총용 대구경 도트사이트가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창업 때부터 수출을 위주로 해 제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세계시장을 염두에 둔 점도 성공 요인이다.

③ 연합정밀  통신 커넥터, EMI 차폐 케이블…

38년간 방산 핵심부품 국산화 선도한 중견기업
군용 스펙 커넥터 아시아 최초로 美 국방군수국 인증 획득

연합정밀은 1980년 설립 이후 38년간 방산 핵심 부품 국산화를 선도한 중견기업이다. 1995년 핵심 방위 산업체로 지정된 이래 통신 관련 연결 부품 커넥터, EMI(전자기장) 차폐 케이블, 전차에 탑재하는 통신 장비 인터컴 세트, 무인항공기(UAV) 분야 전원 전장 계통 등 핵심 기술을 보유한 업체로 성장했다.

연합정밀 군용규격 커넥터들.
지난 3월 연합정밀의 군용 스펙 커넥터는 아시아 최초로 미 국방 군수국의 QPL(인증 리스트)에 등재됐다. QPL 인증은 까다로운 현지 실사와 150여 가지 시험 검증을 통과한 제품에만 허용되는데, 보통 획득까지 5년 이상이 걸리는 엄격한 과정이다. 일본 기업들조차 아직 등재되지 못한 문턱이다.

연합정밀은 2009년 미 국방군수국 문을 두드린 이래 10년 만에 QPL 인증을 따냈다. 10년 도전 끝에 성공한 제품은 ‘MIL-DTL-38999 시리즈 Ⅳ’ 군용 규격 커넥터다. 이 제품의 개발에 성공함에 따라 한국은 항공우주·미사일을 비롯한 무기 체계 전반에 활용되는 군용 규격 커넥터 수입을 국산품으로 대체했고, 200억원가량의 비용을 아낄 수 있게 됐다. 또 일부 미국 대기업이 독점해 온 항공우주·최첨단 분야의 커넥터 시장에도 진출할 길이 열렸다.

QPL 인증을 획득할 수 있었던 비결은 국산화 개발 전문 연구소를 운영하고 전용 생산 설비와 품질 체계를 구축하는 등 국산화 기술 개발에 꾸준히 많은 투자를 한 결과다. 수출 비중도 높다. 세계 29국에 수출하면서 전체 매출액의 13%는 수출로 채워지고 있다. 지난해 서울 ADEX(국제 항공우주 방위산업 전시회)에 다양한 연구개발 제품을 선보이면서 해외 기업의 관심을 끌었다. C4I(지휘 통제) 체계와 연동되는 장비인 IP형 인터컴(내부 통신 장비), 미래 항공용 제품인 햅틱(촉감 제시 장치), 상호 통화기 세트, 무인항공기 기체에 장착되는 전원 제어 장치(PMU) 등을 전시했다.

김인술 연합정밀 회장은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중소기업의 수출 비중을 높이고, 정부도 대기업 위주 정책에서 벗어나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④ 아이쓰리시스템  영상 센서

진입 장벽 높은 적외선 영상센서 기술 세계서 7번째로 보유
3년 전 공모주 청약때 1500대 1 경쟁률 폭발

아이쓰리 영상센서 시스템.
1998년 설립한 아이쓰리시스템은 영상센서 전문기업이다. 열영상 카메라 핵심 부품인 적외선 영상센서와 모듈, 의료진단기 핵심 부품인 엑스레이 영상센서 등을 개발했다. 특히 적외선 영상센서 기술을 보유한 국내 유일 기업으로 세계에서 7번째로 이 기술을 개발해 냈다. 중거리 대전차 유도무기(미사일) ‘현궁’에 사용되는 적외선 센서가 아이쓰리시스템 작품이다.

적외선 영상센서는 주로 야간이나 악천후 같은 악조건에서 대상 정보를 정확하게 얻기 위해 활용하는 핵심 부품이다. 애초에 군사용으로 개발해서 미사일 탐색기(유도장치), 지상무기 조준장치, 야간 감시장비 등에 활용됐다. 최근엔 단가가 내려가면서 스마트폰용 적외선 카메라, 야간 보안 카메라, 인체 열 분포도를 알아내는 의료용 발열 검사 카메라 등 민간 분야로까지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구현 과정에서 자율주행차 등에도 적용할 수 있을 전망이라 미래 성장성이 유망하다는 평가다.


적외선 센서는 원천 기술 개발이 어려워 진입 장벽이 높다. 또 주요 군사 기술로 분류되기 때문에 제품 수출뿐 아니라 다른 나라로 기술을 이전할 경우, 정부의 철저한 통제를 받는다. 아이쓰리 적외선 센서 기술 개발에는 방위사업청과 국방과학연구소, 연구 인력을 양성한 각 대학의 유기적인 협력이 있었다는 평가다. 국내에서 개발에 착수한 지 20년이 지난 2009년부터 아이쓰리를 통해 국산품이 양산될 수 있었다.

덕분에 지난 2015년 아이쓰리가 상장할 때 시장의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일반 공모 청약 결과, 경쟁률은 1506대1을 기록했고, 2조7118억원에 달하는 청약증거금이 들어왔다. 수출도 급증세다. 2014년 11억원에서 지난해 191억원으로 18배 늘었다. 정한 아이쓰리시스템 대표는 “군수용을 넘어 민수용 영상센서 시장까지 진출해 글로벌 영상센서 업체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박사 출신으로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다 1998년 아이쓰리를 창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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