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가계 부채는 한국 경제를 뒤흔들 뇌관으로 꼽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가계 부채 잔액은 1419조1000억여원으로 사상 최대치였다. 증가 폭은 더 큰 문제다. 분기별 가계 부채 증가율은 2015년 3분기부터 8분기(2년)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이런 식으로 가계 부채가 증가하면 세계 경기 호황으로 모처럼 회복세를 맞은 우리 경제에 큰 악재다. 빚이 불어나는 가운데, 미국발 금리 인상으로 국내 대출금리가 크게 오를 경우 빚내서 주택 구입비와 교육비를 충당해온 상당수 가계가 위험해진다.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가계 지출은 감소해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부채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가구가 짊어져야 할 연체가 늘어나면, 실물시장으로 위험이 옮아갈 우려가 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경우 보유 자산을 팔아도 부채를 상환할 능력이 없는 고위험 가구는 2만5000가구 늘어나고, 금리가 1.5%포인트 오르면 고위험 가구는 6만 가구나 증가한다,
둘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각종 통상 압력도 한국 경제에 드리워진 먹구름이다. 트럼프 정부 출범 후 미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한국에 요구했다. 지난달에는 한국산 수입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가 발동됐다. 최근에는 미국 상무부가 한국을 포함한 12개 철강 수출국의 철강 제품에 최대 53%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공개했다.
앞으로 세탁기와 철강을 넘어 우리의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나 자동차까지 통상 압력이 가해질 경우 우리 경제는 큰 타격을 받을 우려가 크다.
셋째, 국제결제은행(BIS) 산하 바젤위원회가 지난해 12월 마련한 바젤Ⅲ 규제 개혁안도 한국 경제에 적잖은 숙제를 던졌다. 2022년 1월 시행되는 바젤Ⅲ는 은행 자본을 규제할 때 자산의 신용위험 측정 방법을 차등화하거나 강화했다. 예를 들면 주택담보대출에 위험가중치를 35%로 일괄 적용하던 것이 바젤Ⅲ가 적용되면 담보인정비율(LTV) 수준에 따라 20~70%로 차등 적용한다. 안 그래도 저(低)위험자산 위주로 영업한 한국 시중은행들은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더욱 위험이 적은 곳 위주로 영업에 나설 가능성이 커, 서민들이 은행으로부터 대출받기는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