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비즈

세계 1위 미국 '마스'에 선전포고한 이탈리아

Analysis 이재은 기자
입력 2018.02.24 03:06

초콜릿 세계대전 불붙었다

지난달 이탈리아 초콜릿 명가 페레로 그룹이 스위스 식품회사 네슬레의 미국 제과부문을 28억달러(약 3조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잠잠하던 초콜릿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난 순간이었다. 이번 인수로 미국 시장에서 만년 4~5위에 머물던 페레로는 인수가 마무리되는 3월이면 마스와 허쉬에 이어 3위로 올라서게 된다.

1946년 피에트로 페레로가 이탈리아 북서부 작은 마을 알바에 세운 초콜릿 가게 페레로는 '페레로 로쉐' '누텔라' '킨더' 등 빅 히트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면서 연 매출 120억달러(약 12조8000억원)를 올리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지오반니 페레로(53) 페레로 그룹 회장은 "이번 (네슬레 미국 제과부문) 인수로 세계 최대 제과 시장인 미국에서 양질의 초콜릿과 간식 등을 공급, 새 성장 동력을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페레로 회장은 이탈리아·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페레로를 본격적인 글로벌 대기업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로 기업 인수와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페레로뿐 아니라 성장 정체에 고민하던 주요 초콜릿 제조사들은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키우거나 건강식, 반려견 사료 시장 등에 진출하는 등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글로벌 초콜릿 시장 규모는 약 1000억달러(약 107조원). 건강식품을 찾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영국 등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설탕의 유해성을 알리는 캠페인에 나서면서 초콜릿 소비는 지난 5년간 정체기를 겪었다. 올해 초콜릿 시장도 1~2% 증가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투자은행 UBS는 "초콜릿 시장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유럽과 북미 등 선진국에서 초콜릿 판매가 올해부터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①저칼로리 '건강 간식'에 투자

미국 초콜릿 회사 허쉬는 지난해 "허쉬는 초콜릿 회사가 아니라 스낵 강자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했다. 당분 많은 초콜릿보다 건강에 좋은 성분으로 구성된 간식을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초콜릿 판매가 주춤하자, 아예 핵심 사업을 간식으로 바꾼다는 전략이다. 허쉬는 지난달 앰플리파이 스낵 브랜드를 16억달러(약 1조7000억원)에 인수하면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앰플리파이 스낵 브랜드는 식사 대용으로 섭취할 수 있는 단백질 바 '오트메가', 저열량 팝콘 '스키니 팝' 등을 보유한 스낵 회사다. M&M과 스니커즈 제조사 마스도 지난해 11월 과일과 견과류가 주성분인 단백질 바를 만드는 카인드 스낵에 투자했다.

열량이나 성분 등을 꼼꼼하게 따지는 소비자의 기호에 맞춰 기존 초콜릿 제품의 크기와 열량도 조정하고 있다. 미셸 벅(55) 허쉬 CEO는 "건강한 식생활을 중시하는 소비자를 고려해 2020년까지 주요 초콜릿·사탕 제품의 열량을 개당 200㎉ 이하로 줄이고 성분 표를 읽기 쉽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앞서 마스는 1990년대까지 65g이었던 대표 제품 마스바의 크기를 51g으로 줄여 개당 250㎉가 넘지 않도록 바꿨다. 개별 마스바 제품의 포화지방 함량도 2010년보다 15% 줄었다. 그랜트 리드 마스 CEO는 "지방과 설탕, 염분을 줄일수록 (소비자가) 선호한다"고 말했다.
②반려견 사료·비타민…신사업 진출

네슬레는 미국 제과부문을 페레로에 매각하면서 관련 사업에서 손을 떼기 시작했다. '영양·건강·웰니스(웰빙과 피트니스의 합성어)'를 장기 전략으로 삼은 네슬레는 부진한 초콜릿·사탕·과자 사업에서 서서히 철수하고 건강 기능 식품에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새 전략의 하나로 지난 2016년 헬스케어 전문가인 마크 슈나이더를 CEO로 영입한 뒤 공격적인 M&A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네슬레는 비타민 회사 아트리움 이노베이션을 23억달러에 사들였고, 채식주의 전문 식품회사 스윗어스푸즈, 건강식 배달업체 후레쉬리를 연달아 인수했다. 올해 들어서는 유기농 식품회사 테라퍼틸에도 투자했다. 슈나이더 CEO는 "네슬레의 헬스케어 사업을 키우는 게 목표"라면서 "인수 대상으로 유망 중소기업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했다.

마스는 빠르게 성장하는 반려동물 시장을 공략 중이다. '페디그리' '위스카스' 등 사료 브랜드를 보유한 마스는 지난해 1월 미국에서 800여 개의 애완동물 병원을 운영하는 VCA를 91억달러에 사들였다. 미국 반려동물 산업협회에 따르면 미국 반려동물 사료 시장은 지난해 4.1% 증가한 628억달러로, 미 식품 업계에서 가장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켄 시아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연구원은 "반려동물 시장은 성장과 다양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마스도 주력 사업인 가공식품보다 반려동물 시장에서 사업 기회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③초콜릿에 올인…수제 고가품 개발

경쟁사들이 사업 다각화에 나선 반면 일본 초콜릿 제조사 메이지는 고가 초콜릿 시장에서 기회를 찾고 있다. 메이지는 2016년 브라질과 베네수엘라에서 직수입한 고품질 카카오 열매로 만든 초콜릿 브랜드 '더 초콜릿'을 출시했다. 더 초콜릿은 50g당 2373원으로 가격이 메이지 밀크 초콜릿 제품의 2배 수준인데도 첫해 3000만개가 팔렸다. 사토 마사히로 메이지 제과부문장은 "시중에 판매되는 초콜릿과 차별화되는 고가 수제 초콜릿을 찾는 일본 소비자가 늘면서 더 초콜릿의 판매량은 지난해 3000만개에서 2020년 1억2000만개로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에 메이지는 2억5000만달러를 초콜릿 생산 공장에 투입, 2020년까지 초콜릿 제품군을 강화하고 생산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특히 카카오 함량이 높아 건강에 좋다고 인식되는 다크 초콜릿을 중심으로 제품을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페레로는 주력 사업인 초콜릿에 집중해 '글로벌 초콜릿 지존'으로 올라서겠다는 야심을 키우고 있다. 사업 확장에 소극적이었던 아버지와 형의 뒤를 이어 2011년 페레로를 물려받은 지오반니 페레로 회장은 "페레로는 자체 성장을 고집해왔지만, 앞으로 세대는 다른 방식으로 새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면서 기업 인수로 덩치 키우기에 돌입했다. 2015년 영국 초콜릿 회사 손튼스를 인수해 고가 제품군을 확보하고 중국 항저우에 첫 아시아 생산 공장을 설립했다. 지난해 5월에는 사탕회사 패니메이, 10월에는 페라라 캔디를 인수해 미국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올해 연간 9억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네슬레 제과 사업부를 인수해 세계 초콜릿 시장의 20%를 차지하는 미국 시장에서 주요 입지도 확보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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