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잘하는 방법은 뭘까. 김종명 리더십코칭연구소 대표는 직원을 네 유형으로 분류한다. ①시키는 일도 제대로 못 하는 사람 ②시키는 일만 잘하는 사람 ③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잘하는 사람 ④감탄을 자아낼 정도로 잘하는 사람. 누구나 ④번형 직원이 되고 싶겠지만 현실에선 ①번형이 많아 골치를 썩는 조직이 허다하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없을까. 최근 '일취월장'이란 책을 낸 고영성·신영준 작가는 운, 사고(思考), 선택, 혁신, 전략, 조직, 미래, 성장이란 여덟 가지 측면에서 '일을 성취하여 월등히 성장'하는 방법을 분석했다. '나날이 성장해간다'는 뜻을 지닌 사자성어 '일취월장(日就月將)'에 대한 기업판 해석을 풀어놓은 셈이다. 두 작가 콤비는 이에 앞서 평생 공부하면서 일취월장하자는 의미를 강조한 책 '완벽한 공부법'으로 지난해 각종 서점 베스트셀러 순위에 장기간 이름을 올린 바 있다. 두 사람을 판교 신도시 아브뉴프랑에 있는 한 커피 전문점에서 만나 '일취월장'을 달성하기 위한 구성원과 조직의 자세와 각오에 대해 들어봤다.
고 작가는 고졸이고 신 작가는 공학박사로 삼성디스플레이 개발실 연구원 출신이다. 신 작가는 일전에 페이스북에 '일 못하는 사람의 다섯 가지 특징'에 대해 글을 올린 적이 있다. ▲디테일이 왜 중요한지 모른다 ▲잘못에 대해 인정하지 않는다 ▲피드백을 구하지 않는다 ▲변화를 두려워한다 ▲공부(독서)를 안 한다. '일취월장'은 이 내용을 길고 넓게 확장한 것이다.
①성공: 최악 상황에 잘 대비하라
불확실성 시대에 성공은 생각보다 운에 많이 좌우된다. 딜로이트컨설팅과 텍사스대 연구진이 1966~2006년 23만개 회사 성과를 분석한 결과, 실력보다 운이 상대적으로 더 중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성공은 운과 실력의 조합이지만 운을 실력으로 착각해선 곤란하다. 여기서 요구되는 태도는 '최악에 대비하는 습관을 기르자'는 것이다. 그러려면 최악의 경우가 어떻게 발생할지 예측해야 하는데 상상력이 풍부할수록 좋다. 최선의 경우는 스스로 알아서 잘 관리된다. 승부는 최악에 대비하는 데 달렸다.
②사고: 2주에 한 번씩 반성문
일과 성과에 대해 생각할 때 중요한 대목은 반성이다. 뭘 잘못했는지 되돌아보는 것이다. 개인은 일기(Daily Report), 조직은 후기(After Action Report)를 쓰길 추천한다. 미 육군에선 교육 훈련 성과를 검토하기 위해 '최초 기대한 건 무엇이었나 → 실제 발생한 결과는 어땠나 → 그 결과가 나온 원인은 뭔가 → 향후 보완해야 할 점'에 집중해서 사후 토의를 한다. 과거를 기록하지 않는 사람은 과거를 되풀이한다. 관리자는 2주에 한 번씩 반성문을 쓰는 시간을 가져 보라. 이를 통해 개인과 조직의 장단점을 차분하게 성찰하면 자연스레 과오를 정제하고 역량을 쌓아갈 수 있다.
③선택: 겸손하게 분석한 뒤 결정
비즈니스에서 선택은 갈림길이다. 그런데 완벽한 선택이란 없다. 인지적 한계가 뚜렷한 인간에겐 불가능한 과제다. 결국 선택의 수준을 최대한 높이는 게 관건이다. 이를 위해선 선택 프로세스를 잘 짜야 한다. 조직행동론 전문가 댄 히스, 칩 히스 형제가 '자신 있게 생각하라'에서 제안한 조언을 참조해서 '일취월장'식 선택 프로세스를 만들어 봤다. 인식론적 겸손을 갖췄는가(내 선택이 틀렸을 수 있다) → 선택안은 정말 충분한가 → 검증 과정은 거쳤나 → 경쟁자를 생각했나 → 최악의 시나리오를 대비했나.
④혁신: 질보다는 양
혁신은 지난(至難)한 작업이다. 만들기도 힘들지만 주변에서 이를 인정받긴 더 힘들다. 그럼에도 혁신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질보다는 양'에서 출발한다. 세계 최대 의류 기업 자라(Zara)는 사람들이 어떤 디자인을 좋아하는지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는 산업적 특성을 역으로 파고들었다. 최대한 많은 디자인을 선보여 반응이 좋은 건 양산하고 없는 건 폐기하면서 좋은 반응의 제품을 수정·변형·재생산하는 것이다. 자라는 1년에 3만개 디자인을 고안하고 그중 1만8000개를 시판한다. 무수히 많은 실패 속에서 성공의 싹을 틔우는 과정이다. 로버트 서튼 스탠퍼드대 교수는 "성공과 실패를 포상하라. 그러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경우는 처벌하라"고 강조한다. 앞으로 KPI(주요성과지표)는 성공이 아닌 도전 횟수로 측정해야 한다.
⑤전략: Just Do It
중요한 건 아이디어가 아니라 실행 능력이다. 전략에서 가장 우선하는 건 '총 먼저 쏘고 대포 쏘기'다. 이를 기업에 적용해보면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아이디어(제품)라도 일단 시도(실험·출시)해보고, 피드백을 통해 보완한 뒤 다시 시도하는 구조다. '린 스타트업' '애자일(agile)' '패스트 패션' 등 새롭게 떠오르는 경영학 개념들은 다 이런 철학을 반영하고 있다.
고영성(오른쪽)·신영준 작가는 “앞으론 ‘굿 컴퍼니(Good Company)’가 주목받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잡스엔
⑥조직: 통제보다 자율성
경영사상가 피터 드러커는 "전략은 조직문화의 아침식사거리밖에 안 된다"고 일갈했다. 조직문화가 좋은 기업은 직원들이 일을 주도적이고 헌신적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당연히 실적도 좋다는 것이다. 조직문화는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역할을 수행할 때 만개한다. 관리와 통제는 잠시 단기 실적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기업 본원 경쟁력을 구축하는 데는 효과적이지 않다.
⑦미래: 기술 발전에 민감하라
충분히 발전한 기술은 마법과 구분할 수 없다.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지배하는 세상에선 기술의 속도에 저항하는 행동은 부질없는 짓이다. 흐름에 반항하기보단 흐름을 타야 한다. 기술의 미래에 대해 항상 최우선 관심을 두는 습관을 기르자. 직업 선택에도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이다.
⑧성장: 상사에게 조언 구하라
에어비앤비 브라이언 체스키 창업자에 대한 찬사는 '학습하는 기계'로 모인다. 여기서 '학습'이란 책을 읽고 공부하는 것만을 가리키는 단어가 아니다. 조언을 구하고 배우려는 자세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 이타이 스턴 교수가 미국 350개 대기업 임원을 조사했더니 상사에게 조언을 자주 구하는 직원이 임원으로 승진할 확률이 높았다. 평소 주변 관계를 끈끈하게 유지하는 것도 성장하는 지름길이다. 이런 구성원은 어떤 업무가 주어졌을 때 쉽게 주위 도움을 얻어 빠르게 결과를 낸다. 그리고 이런 성과를 독식하지 않고 나눠준다. 그럼으로써 선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이들은 앞으로 직원이 행복한 회사가 성장도 이어가고 생산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런 차원에서 여성 임원이 많은 회사, 여직원이 다니기 편한 회사가 미래가 밝다고 강조했다. 이들이 주목하는 회사는 아모레퍼시픽과 대교였다. 직원들이 회사를 오래 다니고 싶어하는 분위기가 있고 경영진이 열린 사고로 무장하고 있다는 점이 남달랐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