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비즈

미술 작품 가격은 믿으면서 비트코인은 왜 못 믿나

Opinion 타일러 코웬 조지메이슨대 교수
입력 2018.01.27 03:07

[Pro & Con]

타일러 코웬 조지메이슨대 교수
아들이 아버지에게 생일 선물로 1비트코인을 달라고 했다. 그러자 아버지 대답이 이렇다. "뭐, 1만5554달러를 달라고? 1만4354달러는 네게 너무 큰돈이야. 잠깐, 그런데 1만6782달러는 왜 필요해?" 초 단위로 변하는 비트코인 시세 변동을 풍자한 얘기다. 비트코인 시세는 예측 불가능하다. 40시간 만에 40%씩 오르내린다.

그럼에도 의미가 있다. 감독 기관 없이 거래할 수 있게 하고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데 유용하다. 그렇다면 적정 가격은 어느 정도일까. 지금은 고평가된 걸까, 저평가된 걸까?

전 세계 총자산은 대략 241조달러로 추산된다. 그리고 현재 비트코인 등 모든 암호 화폐 가치를 다 합쳐도 3000억달러가량이다. 0.1% 수준. 암호 화폐를 금이나 국공채처럼 헤지(hedge·위험 회피) 수단으로 여긴다면 이 정도 가치는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

또 다른 자산인 미술품과 비교해보자. 비트코인 총가치가 3000억달러인데 레오나르도 다빈치 작품 1점은 얼마 전 4억5000만달러에 낙찰됐다. 진위조차 논란이 있는 작품이었다. 미술 작품처럼 평가자 주관에 따라 값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자산에 비하면 비트코인이 비난받을 이유는 없다. 전 세계 투자자들은 스위스 국채든, 명화든, 비트코인이든 상관없이 주목받는 투자처로 몰려가고 있다.

한 가지 잣대로 바라보면 비트코인 시세는 시장의 오작동으로 보인다. 아직 비트코인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탓에 작은 정보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등락이 심하다. 또 소유권이 소수에 집중되어 있는데, 사람들은 이런 특성을 자산 가치 조작의 증거로 여긴다. 솔직히 경제·경영 전문가들도 무지하기 그지없다. 이런 이들은 연금이나 펀드 수익률이 타격을 입지 않는 한 절대 비트코인에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다.

비트코인 성공 신화는 사회적으로 볼 때 용기를 북돋워주는 이야기다. 10년 전만 해도 비트코인 가치는 제로에 가까웠다. 소수 '선각자'들만 쉼 없이 홍보했고, 이제는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예수와 열두 제자처럼 말이다.

요즘 같은 불평등 사회에서 '기적'을 믿는 이는 많지 않다. 그렇지만 비트코인처럼 '무'에서 '유'가 창조되는 현상을 바라보면 어딘가 다른 기적도 존재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서 비트코인 가격이 거품이라 생각지 않는다. 아직 확신에 찬 건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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