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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으로 본 미국… 中·필리핀식당 늘고 獨식당 줄어

Analysis 타일러 코엔 조지메이슨대 교수
입력 2017.12.16 03:04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 식당 급증 아프리카 이주민 늘 듯

타일러 코엔 조지메이슨대 교수
한 사회의 유행이나 유행의 흐름은 컴퓨터 화면으로만 찾을 수 있는 게 아니다. 20년 넘게 온라인에 수도 워싱턴D.C.의 이색적인 외국 식당을 소개하는 글을 쓰면서 나는 음식이 한 사회가 얼마나 빠르게 변하는지 알아볼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가장 큰 변화는 중국 지방 음식의 부상이다. 난징(南京), 상하이(上海), 위구르, 샨시(山西), 대만 등 다양한 지역의 요리를 선보이는 중국 식당이 늘었다. 그동안은 이름만 후난(湖南)식, 쓰촨(四川)식인 식당이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중국 본토의 맛을 선보이는 식당이 많아졌다. 광둥(廣東)식도 현지식에 가까워졌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배경이 의미심장하다. 중국인은 이제 멕시코인에 이어 미국 내 신규 이민자 수 2위다. 멕시코 출신과의 숫자 격차도 빠르게 좁히고 있다.

필리핀인은 미국 내 아시아계 소수 인종 중 규모가 두 번째로 큰 집단이 됐다. 필리핀 식당 역시 동네 식당가에서 빠르게 늘어나는 중이다. 인도와 파키스탄 음식도 미국 내에서 상당한 인기를 얻었고, 최근에는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아프리카 북동부 국가) 식당도 급증하고 있다. 이는 동아프리카 출신 이민자들이 얼마나 자녀 교육이나 창업에 잘 투자하고 미국 사회에 적응했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어느 정도 미국 사회의 미래를 반영한다. 국토가 넓고 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아프리카 국가 출신들이 대거 이주하게 될 거라는 점이다. 이들의 상당수는 무슬림이다.

10년 전만 해도 워싱턴D.C.에 한 곳도 없던 예멘 식당이 5개까지 불어났는데, 이전에 아프가니스탄·베트남 이민자들이 늘어났던 것처럼 예멘의 국내외 상황이 불안정해진 것과 관련이 깊어 보인다. 베트남식은 남부의 텍사스주와 오클라호마주까지 퍼졌지만, 버지니아주와 펜실베이니아주 등 미 동북부 지역에선 인기가 사그라진 것처럼 보인다. 수십년 전만 해도 뉴욕 맨해튼의 어퍼이스트사이드 지역에서는 가격도 질도 적당한 정통 독일 레스토랑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식당 메뉴의 변천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음식 종류가 앞으로 얼마나 더 다양해지든 미국 사회도 무한정 다양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민자 중 일부는 미국 사회에 동화될 테고, 미국 사회에 아무리 영향력이 큰 외국 문화라도 정점을 지나면 위세가 약해질 것이다. 내게 지난 10년 동안 미국의 외식 산업에 나타난 가장 큰 발전을 꼽으라면 신규 이민자들의 전통 식당이 급증했다는 것보다는 햄버거와 피자 가게가 고급화되고 가격대도 다양화됐다는 점을 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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