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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정답을 고집하지 말라… 잘 듣는 것이 CEO의 덕목

People 김정훈 기자
입력 2017.12.16 03:04

경영대가들이 본 '초불확실성 시대 경영전략' 어제의 해법이 오늘의 해법 아닐 수도 다양한 인재 확보가 최근 경영 화두… 내 사고방식과 전혀 다른 접근법 배워

2002년 중국에 진출한 이베이가 10억달러 규모였던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의 절반을 잠식하는 데는 고작 3년밖에 안 걸렸다. 당시 이베이 최고경영자(CEO)였던 맥 휘트먼(Whitman)은 "여러 작은 경쟁자가 우리 발끝을 뒤쫓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1999년 마윈이 설립한 알리바바도 그런 여러 작은 경쟁자 중 하나였다. 상황은 뒤집혔다. 지난달 11일 중국 광군제(Singles' day) 세일 때 알리바바 하루 매출액(250억달러)은 지난달 27일 미국 사이버 먼데이 전체 매출(66억달러)을 압도했다. 최근 알리바바의 시가총액(4600억달러)은 이베이의 약 12배에 이른다. 이베이와 같은 '트렌드 정립자'도 알리바바와 같은 '트렌트 파괴자'에게 10년도 안 돼 무릎을 꿇는다.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에 따르면 1935년 미국 기업의 평균 수명은 90년이었다. 1975년에는 30년, 1995년에는 22년, 2015년에는 15년으로 급속히 단축되고 있다. 예전보다 활발한 인수·합병으로 회사 이름이 바뀌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해도, 기업 평균 수명이 줄어든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빠르게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시장 지배 기업도 한 방에 나가떨어진다. 불확실하다는 것만이 확실한 시대, 경영 대가들은 기업의 리더와 조직을 통째로 바꾸고 시장에 빠르게 적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리더: 익숙함과 결별하라

자신만의 정답을 제시하는 CEO가 각광받던 시절이 있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구성원이 CEO와 조직 목표를 공유하고 달성하게 했다. 그러나 달라졌다. 닐로퍼 머천트(Merchant) 루비콘컨설팅 창업자 겸 CEO는 "과거에는 임원들이 접하는 정보량이 절대적으로 많았고, 간혹 실패한다 해도 사업 변화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만회할 기회가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직원들이 다른 경로로 더 많은 정보를 접할 확률이 높다"고 말한다.

잘 듣는 것이 CEO의 덕목이 됐다. 리즈 와이즈먼(Wiseman) 와이즈먼그룹 회장은 좋은 리더의 첫째 자질로 '순진함'을 꼽는다. 경륜보다는 의외로 '무지함'이 도움 된다는 뜻이다. 그는 "모바일 플랫폼 등 새로운 기술의 등장으로 급변하는 세상에서는 얼마나 알고 있는지보다 스스로 잘 모른다고 인정하고 새로운 것을 빠르게 받아들이는 능력이 중요하다"며 "리더 스스로를 포함해 조직이 루키(신참)의 마음가짐을 갖도록 하는 게 리더십의 키워드"라고 강조한다.

허미니아 아이바라(Ibarra)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CEO와 관리자의 제1 덕목으로 익숙함에 대한 경계를 꼽는다. 그는 "당신이 지금 머릿속에서 해결책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사실 과거의 경험에서 온 산물"이라며 "그런데 지금부터 맞닥뜨리는 일은 근본적으로 과거와는 전부 다른 일"이라고 말한다. 예전 같으면 해결책인 것들이 지금도 해결책이 된다고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진정성'도 강조된다. 인위적이지 않으면서도 일관된 가치를 추구하고 사회적·도덕적 문제에 깨어 있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까지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를 17년 동안 이끈 라르스 레빈 쇠렌센 전 CEO는 "보기에는 별것 아닌 듯하지만,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최고의 도구"라고 말한다.

조직: 다양한 인재로 팀을 만들라

21세기 조직은 20세기 군대 조직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 일반적이라는 것을 받아들인다면 이런 상황 속에서 운영될 수 있는 조직으로 새롭게 디자인할 필요가 있다. 일단은 다양한 인재다. 일리안 미호브(Mihov) 인시아드 학장은 "최근 경영 트렌드의 큰 화두는 인재의 포용성과 다양성"이라며 "다양한 사람과 환경에 노출되면서 내가 가진 사고방식과 전혀 다른 접근법을 배우고, 또 내가 가진 편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고 반성하게 된다"고 말했다.

사이먼 사이넥(Sinek) 미국 랜드연구소 객원연구원은 다양한 직원들을 모아 직원들이 신뢰하는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이 불확실성 시대 리더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인도의 IT 컨설팅 및 솔루션 제공 업체 HCL테크놀로지에 2005년 부임한 CEO 비니트 나야르(Nayar)는 취임 초 일선 직원이 관리자의 요구를 따르는 상명하달식 문화를 관리자가 직원을 따르는 역피라미드식으로 바꿨다. 관리자가 아닌 직원이 고객과의 최종 접점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가 재임한 8년 동안 HCL의 매출은 6배 이상 늘었다. 게리 해멀(Hamel) 런던비즈니스스쿨 객원교수는 "직원을 관리하지 않고, 직원이 목적의식을 가지고 열정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구성원이 일하는 방법도 바꿔야 한다. 에이미 에드먼드슨(Edmondson)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티밍(teaming)을 강조한다. 티밍은 외부 변화에 맞춰 팀의 구성과 업무 내용까지 바꾸는 동적 협업이다. 고정된 업무를 함께 진행하는 '팀워크'와는 다른 개념이다. 그는 "실제로도 사내 태스크포스가 많아지듯 앞으로는 필요한 사람들끼리 모였다가 흩어지면서 탄력적으로 일하게 될 것"이라며 "미래 사회에선 같이 일하는 사람이나 팀이 매일 바뀌어도 이를 민첩하게 배우고 적응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

시장 대응: 최선의 전략을 매일 세워라

다국적 기업 존슨앤드존슨의 본부 건물에는 '신조(our credo)'라고 불리는 회사의 미션이 새겨져 있다. 첫째는 고객, 둘째가 직원, 셋째가 지역사회와 세계 공동체, 맨 마지막이 주주의 이익에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이렇게 고객의 이익을 최우선한다는 신조를 지켜도 좋은 기업이 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고객의 층위가 너무 다양해졌다. 40대 후반의 젊은 기업인 마화텅 텐센트 CEO조차 "젊은이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 수 없게 되는 것이 내가 상상하는 최대 위기"라고 말한다. 경쟁 업체는 빈틈을 놓치지 않는다. 매월 정액 가입제에 가입한 고객에게 면도날과 카트리지를 배송해 주는 쉐이브클럽은 거대 기업 질레트의 아성을 파먹는다.

로저 마틴(Martin) 토론토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한꺼번에 모든 경기장에서 경기하는 전략은 필패라고 조언한다. 모든 고객에게 모든 것을 다 제공하려다 보면 모든 사람에게 수준 미달 서비스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럼 적절한 경기장을 찾는 전략만 잘 수행하면 될까. 마틴 교수는 "통념과 반대로 전략은 불확실성을 확실성으로 바꾸지 못한다"며 "매일 최선의 선택을 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을 전략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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