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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추의 '아부 경영' 唐 태종에 태평송 바친 신라… 굴욕 아닌 전략적 승부수

Trend 장대성 경영학 박사·전 강릉영동대 총장
입력 2017.11.04 14:03

[장대성의 제왕 경영학](2) 가야 왕족 출신 김유신과 전략적 제휴… 김춘추, 왕위계승 기반 유연한 아부 외교는 모든 환경에서 불리한 한국 정부·기업 경영에 반드시 필요한 능력

장대성 경영학 박사·전 강릉영동대 총장
기업 경영에서는 고객을 왕으로 대접해야 한다고 한다. 그 뜻은 최고의 '아부'를 말한다. 국어사전은 아부를 '남의 비위(脾胃)를 맞추어 알랑거림'으로 정의한다. 아부로 비장과 위 운동이 잘 조화되면 소화가 잘되어 기분 좋아진다. 기분 좋아지면 행복 호르몬 세로토닌과 쾌락 호르몬 도파민이 뇌에서 분비되어 행복과 기쁨을 느낀다. 고객은 이런 행복과 기쁨을 주는 아부를 좋아하고 새로운 아부를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기업은 계속 승리한다.

무한 경쟁이 심화되는 21세기에는 강한 기업도 홀로 계속 승리할 수 없어 다른 기업들과 전략적으로 제휴한다. 약한 기업은 강한 기업과 더욱 더 전략적으로 제휴할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강자를 기쁘게 해 주어 내 편으로 합류시킬 수 있는 아부가 필요하며, 이러한 아부는 굴욕이 아니고 승리를 위한 중요한 전략적 수단의 하나다.

김춘추, 김유신의 혼인 아부 받아들여

신라 제29대 태종무열왕 김춘추는 조부인 25대 진지왕이 황음무도해 왕위를 박탈당하고 집안이 성골에서 진골로 격하된 왕족이었다. 진골로 신분이 떨어졌어도 김춘추는 원래 성골이었기 때문에 마지막 성골 제28대 진덕여왕이 사망하면 왕위 계승 가능성이 있었다. 그가 왕위 계승을 위해 취해야 할 전략을 현대 경영 전략 기법인 SWOT로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다. 27·28대 선덕·진덕여왕의 신뢰를 받고 있었으나(강점·Strength), 조정에 자기 세력이 드물었다(약점·Weakness). 26대 진평왕 후손 중 아들이 없었으며, 이어진 두 왕이 여자여서 그에게 유리했으나(기회·Opportunity), 백제·고구려가 김춘추에게 공격적이었다(위협·Threat).

분석 결과 가야 왕족 출신 무장 김유신과 전략적으로 제휴하는 길이 왕권을 계승할 수 있는 답이었다. 김유신은 무예가 출중한 맹장이나, 가야 왕족 출신이라는 신분 때문에 신라에서 출세에 지장이 많았다. 진골로 격하된 김춘추와 김유신의 신분상 불리함이 두 사람을 친밀하게 했다. 김유신이 둘째 여동생 문희를 김춘추에게 주려는 아부를 하자 군사력이 필요했던 김춘추는 김유신의 아부를 받아들였다. 정치·외교 달인 김춘추에게 김유신의 군사력이 더해졌다. 선덕여왕을 여자라고 무시하면서 647년 상대등 비담이 반란을 일으켰는데, 김춘추와 김유신이 함께 진압했다. 반란 진압의 공으로 진덕여왕 사후 김춘추는 신라의 왕이 되었다.

일러스트= 정다운
당나라에 전략적 아부

642년(선덕여왕 11년) 신라의 대야성(경남 합천)이 백제군에게 함락당하고, 김춘추 사위인 성주(城主) 김품석 부부가 백제군에게 살해당했다. 원한을 품은 김춘추는 백제 공격을 위해 고구려와 군사 연합을 추진하러 사신으로 갔다. 그런데 고구려 영류왕이 김춘추를 가두고 살해하려 해 겨우 탈출해 돌아왔다. 김춘추는 당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그러나 작은 나라 신라와 세계 제일 강대국 당의 대등한 전략적 제휴는 사실 불가능했다. 김춘추는 작은 국가가 강대국의 힘을 이용하려면 아부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신라 조정은 당의 제후국을 자처하며 자세를 최대한 낮췄다. 당의 연호를 사용하고 조공을 바침은 물론, 진덕여왕이 친히 당을 찬양하는 태평송을 비단에 수를 놓아 당 태종에게 바쳤다.

648년(진덕여왕 2년) 김춘추는 아들 김문왕과 당에 가서 당 태종에게 극진히 아부했다. 당 태종이 기분이 좋아져, 백제와 고구려를 정복한다면 백제 전 국토와 고구려 평양 이남 땅을 신라에 주겠다고 약속하자 김춘추는 아들 문왕을 당에 남겨 두고 왔다. 이렇게 신라는 저자세 아부 외교로 당과 전략적으로 제휴하고 삼국을 통일하는 전략을 수립했다. 그러던 중 654년 진덕여왕이 사망하여 김춘추는 51세에 왕이 됐다. 그는 660년 당과 함께 백제를 멸망시키고 후일을 아들 김법민(30대 문무왕)과 김유신에게 맡기고 661년 사망했다. 평생 한 번도 허리를 굽힌 적 없는 고고한 역사가 단재 신채호는 김춘추를 비굴한 사대주의자로 맹렬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단결도 못 하면서 굽히지 않는 약소국에는 강대국의 무자비한 공격과 잔인한 지배만 있었다는 것을 역사는 보여주고 있다.

왕이 된 뒤에는 부하 김유신에게 아부

신라가 당과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해도 기백이 빼어난 명장 김유신이 없었다면, 신라는 당의 군사 작전에 종속적 역할만 하는 부속 국가가 되어 통일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김춘추는 왕이 되자 자기보다 아홉 살이나 많은 61세 노인 군벌 김유신에게 셋째 공주(지소 부인)를 주는 아부를 해 김유신의 매부 겸 장인이 되어 전략적 제휴를 더 공고히 했다. 노장 김유신은 충성심이 극에 달해 신라를 무시하는 당 최고 사령관 소정방과 정면으로 맞서 기를 꺾었다. 사기충천해진 신라군은 676년 세계 최강대국 당의 세력을 대동강 이북으로 밀어냈다.

김춘추의 유연한 아부 외교와 전략적 제휴 능력은 국토가 나뉘어 있고 자원이 빈약해 거의 모든 환경에서 불리한 한국의 외교와 기업 경영에도 반드시 필요한 능력이다. 기업 경영에서도 경쟁에 불리한 기업들이 서로 연합하여 자원과 역량을 장기적으로 공유하면서 괄목할 만한 경영 성과를 달성한 예가 적지 않다. 유럽에서만 주로 영업해 세계시장 진출을 못 하던 프랑스 자동차 회사 르노와 만성 적자였던 일본의 닛산 자동차가 1993년 3월 전략적 제휴를 맺었고, 2010년에는 주식 교환으로 제휴를 더 강화했다.

두 회사는 각 회사의 고유한 정체성과 독립성을 인정하면서 개발 모형, 생산 시설은 물론, 부품 개발과 선적 일정 등을 공유해 생산성을 올리고, 유통 비용도 최소화해 두 기업 모두 경쟁력을 높였다. 특히 닛산은 1999년 60억달러 적자, 2000년 56억달러 적자가 났는데, 2001년에는 영업이익률 11.3%에 30억달러 이상 흑자를 냈다. 르노 닛산 얼라이언스는 전략적 제휴를 통해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빠른 성장을 해 왔다. 2015년 매출 대수 850만대였으나, 2017년 매출 대수는 1000만대를 넘게 예상되어 세계 제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엔 미쓰비시 자동차를 합류시켜 2022년 1400만대 판매 목표를 세웠다.

포항제철 만들어낸 박태준의 아부

약자가 강자에게 아부로 도움을 받아 성공한 사례는 포스코 설립 과정에서도 볼 수 있다. 한국은 1960년대 초 1인당 국민소득 70달러 정도로 세계 최빈국 중 하나로 종합 제철 회사 건립은 상상도 못 할 상황이었다. 그러나 종합 제철 회사 없이 경제 개발은 있을 수 없었다. 1968년 박정희 대통령은 포항 종합 제철 설립을 구상하고 군 시절 충성스러웠던 부하 박태준을 사장으로 임명했다. 건립 자금을 검토하기 위해 미국 등 5국으로 구성된 KISA(대한국제철차관단)가 발족했지만, 결국 한국에서 종합 제철 회사 건립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차관 지원을 거절당했다. 한국 정부 내부에서도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박태준은 농수산업 발전에 사용할 수 있는 대일 청구권 자금 일부를 전환하여 종합 제철 회사 건립 자금으로 확보하기 위해 신일본제철㈜의 이나야마 요시히로 회장 등을 만났다.

박태준은 이나야마 회장이 좋아하는 일본 노래들을 미리 파악한 후 공부와 연습을 하고 일본에 가서 그와 함께 노래를 부르는 등 온갖 정성과 아부를 다하여 이나야마 회장의 전폭적 지지를 확보하고 기술 지원 각서를 받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 지원 각서로 청구권 자금 전환에 성공해 자금과 기술 문제가 동시에 해결되었다. 이렇게 해서 1970년 한국에서 불가능하다는 연 103만t 생산 능력의 종합 제철 회사가 포항에서 어렵게 출발했다. 현대 경영학의 원천은 미국 군대인데, 박태준은 장교 시절 미국 보병학교와 행정학교에 두 번 유학해 경영학을 배워 당시 한국 대학의 엘리트 경영학 교수와 거의 다름없었다. 전투 등 군대 생활 경험과 경영학 실력 그리고 진실한 아부 능력까지 갖춘 그는 불굴의 투지와 도전으로 포항제철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켜 세계 최고 종합 제철 회사로 성장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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