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비즈

"밀레니얼 세대 잡아야 산다" 화장품 업체들, 생사 건 변신

People 최원석 차장
입력 2017.08.04 16:46

세계 10대 화장품 기업의 위기 돌파 전략

미국의 고급 백화점 체인 로드&테일러는 지난 6월 화장품과 향수 품목 대부분의 가격을 15% 인하했다. 미국의 또 다른 백화점 블루밍데일은 비슷한 시기에 충성 고객 회원을 대상으로 화장품류 100달러어치를 구입할 때마다 25달러짜리 기프트카드를 제공하는 행사를 시작했다. 이에 앞서 메이시스백화점이 화장품 판매 가격을 15% 인하하기로 한 데 따른 여파였다. 10여년 전만 해도 백화점에서 취급하는 고급 화장품은 할인 행사가 거의 없었다. 오랫동안 백화점 1층의 가장 목 좋은 곳은 고급 화장품 매장 차지였다. 고급 화장품 회사는 자사 제품을 백화점에만 입점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백화점은 이를 통해 고객을 유인하는 공생 관계였다.

그런데 업계 양상이 확 바뀌었다. 고객이 백화점으로 가지 않고 인터넷으로 구매하는 게 일상화되면서부터다. 50년 이상의 전통을 자랑하는 비싼 고급 화장품보다 소셜 미디어에서 충성 고객을 확보한 신생 기업의 저렴한 기능성 화장품이 불티나게 팔린다. 이런 변화는 신흥 소비자층인 밀레니얼 세대(1980~1995년 출생)가 이끌고 있다. 스마트폰에 친숙한 밀레니얼 세대는 이전 세대와는 소비 습관도, 선호 제품도 다르다. 이들의 성격을 정확히 파악해 마음을 얻어낼 수 있는지가 세계 화장품 업체들의 생사를 가르기 시작했다.

밀레니얼 세대 고객을 잡아라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유통 채널의 다각화다. 아마존과 각종 온라인 구매 사이트가 유통망을 빠르게 장악해가고 있는 가운데, 오프라인 채널마저도 '세포라(Sephora)' 같은 전문 매장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세포라의 성공 비결은 고도화된 큐레이션(필요한 상품을 목적에 따라 새로 분류해 배포하는 것)과 매장 경험이다. 세포라는 소비자들이 좋아할 만한 화장품 1만5000여개를 선별해 전 세계 2300개 매장과 온라인 사이트에서 판매한다. 세포라 매장에서는 로레알그룹, 에스티로더그룹, LVMH 등 대기업 브랜드는 물론, 다양한 신생 기업 화장품도 찾아볼 수 있다. 세포라 오프라인 매장을 찾은 고객은 점원의 소개를 들어야 하는 부담감 없이 자유롭게 화장품을 얼굴에 발라보고 매장을 구경할 수 있다. 단일 브랜드의 제품만 모아놓은 백화점과는 완전히 다른 경험이다. 파브리지오 프레다 에스티로더 최고경영자(CEO)는 "젊은 소비자는 단일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낮고 변덕스럽다. 이들은 끊임없이 다양한 화장품을 시도하길 원한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는 화장품 수요처의 변화다. 최대 화두는 소셜 미디어다. 소셜 미디어의 부상으로 '화장품업계 트렌드는 소비자가 아닌 공급자가 주도한다'는 공식이 깨지면서, 화장품 제조·판매·홍보 방식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유명 모델이 등장하는 화장품 대기업의 TV 광고보다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어 수십만 명을 거느린 개인이 바른 립스틱에 열광한다.

여배우를 홍보 대사로 활용해온 로레알의 중저가 브랜드 로레알 파리가 최근 인플루언서(소셜 미디어에서 영향력이 큰 일반인)와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는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다. 로레알 파리 영국지사의 애드리언 코스카스는 "(거리감이 느껴지는 여배우와 달리) 인플루언서는 일반 소비자를 대변한다. 인플루언서가 소셜 미디어에서 로레알 파리 제품을 소개하면 댓글에 즉시 피드백이 달리기 때문에 소비자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파악할 수 있고, 이 정보를 제품 개발에 반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로레알은 화장법을 소개하는 인터넷 동영상을 제작하는 등 인플루언서의 홍보 방식을 그대로 도입하고 있다.

SNS 트렌드 분석하고 신생 브랜드 인수

세포라의 대성공과 소셜 미디어 파급력에 놀란 화장품업계는 내부적으로 디지털 인력을 대폭 늘리는 한편, 소셜 미디어에서 인지도가 높은 신생 브랜드를 인수해 단숨에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하기 시작했다. 에스티로더는 지난해 신생 기업 베카코스메틱스를 2246억원에 인수했다. 베카코스메틱스는 2년 전 미국 뷰티 블로거 재클린 힐과 협력해 하이라이터(얼굴에 입체감을 주는 화장품)를 선보였다. 재클린은 화장하는 방법을 소개하는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충성 팬을 확보한 20대 여성이다. 재클린의 이름을 걸고 나온 베카코스메틱스의 '샴페인 팝 하이라이터' 제품은 그해 세포라에 출시되자마자 2만5000여개가 20분 만에 품절됐다. 에스티로더그룹은 지난해 소셜 미디어를 기반으로 성장한 또 다른 색조 화장품 기업 투페이스드도 1조6900억원에 사들였다.

로레알그룹도 지난해 성형외과 의사들이 화장품 개발에 참여하는 브랜드로 온라인에서 소문난 IT코스메틱스를 1조3500억원에 인수했다. LVMH는 별도 투자 회사를 만들어 2014년 립스틱 전문 화장품 브랜드 바이트뷰티를 사들였다. 투자은행 파이낸코 LLC는 지난해 글로벌 화장품 시장에서 이뤄진 인수·합병은 총 52건으로 10년 만에 최대였다고 밝혔다.

작년까지 급성장해왔던 국내 화장품업계도 올 들어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최근 "고객이 어떻게 변하고 있으며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혁신 상품, 고객 경험, 디지털의 세 가지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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