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NBA(미국프로농구) 스타 선수였던 코비 브라이언트는 지난 13일 끝난 NBA 챔피언 결정전 결과를 이렇게 평했다. 7전 4선승제였는데, 서부 리그 대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동부 대표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를 4승 1패로 제압하고 정상에 올랐다.
두 팀 색깔은 확연히 다르다. 워리어스는 '시스템 농구' '협력 농구'의 최강자다. 스테픈 커리, 케빈 듀랜트, 클레이 톰프슨, 드레이먼드 그린 등 선수 전원이 쉴 새 없이 달리고 패스하고 슛하고 수비에 나선다. 협력과 희생으로 '팀이 이기는' 농구를 한다. 반면 캐벌리어스는 르브론 제임스와 카이리 어빙이라는 NBA 최고 스타가 전면에 나서는 '재능 농구'의 대표 주자다. 위기에 돌파구를 만들거나 승부에 쐐기를 박을 때, 모든 것이 이 둘에게서 시작되고 끝난다. 특히 제임스는 이번 챔피언 결정전에서 양쪽을 통틀어 발군이었다. '시스템이 재능을 이겼다'는 얘기가 농구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는 것은 이런 이유이다.
워리어스의 승리 방정식은 당분간 유효할 전망이다. 지난주 미국 스포츠 전문 채널 ESPN이 전문가들에게 "다음 시즌 챔피언 결정전 우승자를 예상해달라"고 물었는데 97.8%가 워리어스를 꼽았다. 워리어스는 2012년까지만 해도 줄곧 하위권을 맴돌았다. 그러던 팀이 2015년부터 3년 연속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했고 올해를 포함해 두 번 우승했다. 어떻게 NBA 대표 루저가 최강 엘리트로, 그것도 몇 년 만에 180도 변신할 수 있었을까. 모든 변화는 불과 6년 전 시작됐다.
1. 조직은 리더의 꿈 크기만큼 자란다
미 동부의 가난한 유대인 가정 출신인 조 레이컵은 스탠퍼드 MBA(경영대학원)를 마친 뒤 1980년대부터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 투자로 부를 일궜다. 2010년에는 당시 서부리그 하위권팀 워리어스를 4억5000만달러에 인수했다. 그리고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육성법을 접목해 NBA 일류팀 만들기에 나섰다.
인수 후 그가 처음 한 일은 비전을 밝히는 것이었다. 일성은 "5년 안에 워리어스를 챔피언으로 만들겠다"였다. 당시엔 팀 관계자들은 물론 팬들조차도 그의 말이 터무니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레이컵은 워리어스에서 오랫동안 잊혔던 것을 상기시켰다. '조직은 반드시 비전과 목표를 세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NBA와 스타트업 양쪽에 정통한 스포츠 칼럼니스트 마이클 버먼은 "비전이 아주 명확하다면 비전을 성취할 적절한 리더십을 만드는 것도 쉬워진다"고 했다.
2. 그 일을 가장 잘할 사람을 뽑아라
구단주가 된 레이컵이 다음에 한 일은 목표를 달성할 적임자를 찾는 것이었다. 단 한 명을 뽑았다. 2011년 팀 경영이사회에 제리 웨스트를 영입한 것이었다. 그는 1960~1970년대 NBA 스타 선수였고 이후 지도자·경영자로도 성공한 'NBA의 살아있는 전설'이었다.
웨스트는 NBA의 마케팅 구루 릭 웰츠를 팀 사장에, 업계 최고 리크루터이자 협상가인 밥 마이어스를 단장에 임명했다. 감독이 그해 경기를 책임진다면 단장은 팀 경영과 장기 계획을 책임진다. 마이어스는 중대한 결정을 여러 차례 내렸는데, 압권은 자신이 2011년 영입했던 마크 잭슨 감독을 2014년에 해임하고 NBA 감독 경험이 없던 스티브 커를 대신 앉힌 것이었다. 대중적 인기가 높았던 잭슨의 경질에 팬들은 분노했지만, 커가 감독 취임 첫해 팀을 우승시키면서 마이어스의 판단이 옳았음이 드러났다. 인재 교육 기업 휴넷의 조영탁 대표는 "위대한 조직은 위대한 사람을 채용하는 데서 시작된다"면서 "수많은 경영자가 이를 간과하고 시간·돈·관심을 덜 들여 나중에 더 큰 어려움을 겪는 우를 범한다"고 말했다.
3. 스타에게만 끌려가면 조직은 망한다
2011년 영입된 베테랑 선수 안드레 이궈달라는 자기 희생으로 팀워크를 향상시켰다. 당시 팀에는 어린 선수가 많았는데, 이궈달라는 이들을 보살폈다. 이타적 성향이 강한 젊은 유망주 커리가 자신의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더 큰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끌어줬다. 이런 분위기는 슛 찬스를 잡고도 더 좋은 기회를 잡은 동료에게 즉각 패스하는 협력 문화로 연결됐다. 반면 캐벌리어스는 양대 스타 플레이어인 제임스·어빙에게만 의존하는 방식을 고집했다.
NBA 팬인 유학생 김정윤(26·컬럼비아대 대학원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싱)씨는 "2017년 현재 워리어스의 주전 5명 중 4명은 평균 나이 27세로, 선수로 치면 전성기의 시작이다. 이 나이 때 선수들은 이기적이기 쉬운데, 팀 승리를 위해 개인을 희생한 것은 워리어스 팀 문화의 위대함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4. 리더는 소통하는 스승이 돼야 한다
워리어스의 전 감독 잭슨은 스스로 존재감을 한껏 드러냈다. 워리어스를 공격에 능한 팀으로 바꾸기는 했지만 스스로가 팀의 중심이었다. 더 나은 전략을 짜고 선수를 단련해 더 많은 능력을 끄집어내는 데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었다. 특히 코칭 스태프와 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평가가 결정적이었다.
2014년 워리어스 새 사령탑이 된 커는 전임 잭슨 감독 당시와 똑같은 선수들을 데리고 그해 팀을 우승시켰다. 전년의 잭슨 감독 때는 플레이오프 1차전(8강전)에서 탈락했다. 농구 전문지 '월간 점프볼'의 손대범 편집장('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NBA 농구 스타 22인' 저자)은 "커 감독 리더십의 정수는 전술이 아니라 코치진과 선수들의 소통 능력에 있다"고 했다. 반면 캐벌리어스에서는 감독이 스타 선수와의 불화로 2016년 정규리그 도중에 경질되는 등 최강의 실력과 달리 조직 내 불화가 심했다.
5. 진부해지기 전에 혁신하라
워리어스의 우승은 2015년 실현됐다. 구단주가 약속한대로 정확히 5년만이었다. 워리어스는 NBA 세계에 혁신을 가져왔다. '빠르게 움직이고 점프하며 슛을 잘 쏘는 팀은 결정적인 순간에 스타 중심 팀에 밀리기 때문에 우승하지 못한다'는 NBA의 오랜 고정관념을 깼다. 포지션에 묶이지 않고 변화무쌍한 움직임을 보이는 선수상도 만들어냈다. 수비할 때 팀 전체가 공격적으로 움직이고, 공격할 때 팀 전체가 빠르고 유기적으로 움직여 3점슛 기회를 양산하는 '용광로 시스템'도 개발했다.
위기는 우승 다음 해인 작년에 찾아왔다. 챔피언 결정전에서 2년 연속 맞붙은 캐벌리어스에 3승 1패로 앞서가다 5·6·7차전을 연달아 내주며 무너졌다. 잘해왔지만 NBA 최강의 협업 체제에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경영진과 감독은 듀랜트를 전격 영입했다. 성실하고 이타적인 그의 성향은 워리어스 문화와 딱 맞았고 팀워크와 공격력은 한층 높아졌다.
캐벌리어스도 스타 의존 방식을 바꾸려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갑작스러운 감독 경질로 2016년 시즌 도중 코치에서 감독으로 승진한 타이론 루도 협력을 강조하려 했다. 그러나 그는 스타에게 의존하지 않을 때 어떤 전략을 짜고 평소 어떻게 협력 문화를 이끌어낼지 대비가 부족했고, 위기가 닥쳤을 때 결국 원래 방식으로 되돌아가는 일을 반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