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비즈

창업이 직업인 두 청년 "모든 것 바치고 싶은 아이템 아니면 실패"

Trend 윤예나 기자
입력 2017.05.13 15:26

스타트업 수백억원에 팔고 또 창업… '연쇄 창업가' 네 가지 성공 비결

3D 프린터 한 대로 24시간 만에 주택 한 채를 뽑아내는 요즘은 참신한 아이디어만 있다면 누구에게나 창업 문이 활짝 열려 있다. 창업 문턱이 낮아진 덕분에 '창업을 직업으로' 삼아 연쇄 창업 성공 신화를 꿈꾸는 사람도 늘었다. 그러나 한국을 찾은 연쇄 창업가 제임슨 휴(Hsu) 모치미디어 창업자와 카이 황(Huang) 레드옥탄 창업자는 "누구에게나 창업이 쉬워진 만큼, 창업을 통해 성공할 기회는 더 적어졌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휴와 황은 수차례에 걸친 창업과 매각을 통해 스타트업 생태계를 몸으로 익힌 연쇄 창업가들이다. 휴는 2005년 창업한 플래시 게임 포털 모치미디어를 2010년 중국 샨다게임스에 약 800억원에 매각했고, 2012년에는 창업 5개월 차였던 스타트업 피스에이블소프트웨어를 페이스북에 약 1500억원에 매각하며 화제를 모았다. 황은 플레이스테이션, 닌텐도DS용 게임 '기타 히어로' 제작자로 유명하다. 형과 함께 비디오게임 개발 스타트업 레드옥탄을 창업해 기타 히어로로 수천만달러 매출을 올린 뒤 게임 개발 업체 액티비전에 매각했다. 그 뒤로도 게임 개발사 블루고지 등을 잇따라 창업했다.

서울 역삼동에 있는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스파크랩 본사에서 두 사람을 만나 연쇄 창업에 성공한 비결을 물었다. 두 사람이 숱한 시행착오를 딛고 깨달은 교훈들을 네 가지로 정리했다.

제임슨 휴 / 카이 황
1. 열정 쏟을 아이템으로만 승부하라

휴 "스타트업 생태계는 정글이다. 아침에 눈을 뜬 순간 거래가 성사됐는데 그날 밤 잠자리에 들 때는 깨지는 일도 부지기수다. 웬만큼 열정을 바칠 수 있는 아이템이 아니면 수없이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찾아온다. 보통 다섯 번째 위기를 맞을 때가 가장 큰 고비다. 그 고비를 넘길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창업 아이템에 대한 창업가의 열정과 의지다. 돈을 벌겠다는 생각만으로 덤비면 지탱하기 어렵다."

황 "구구절절 공감한다. 레드옥탄 역시 기타 히어로로 성공을 거두기까지 흥행에 성공한 게임이 별로 없었지만, 게임에 대한 열정으로 시작한 회사였기에 끝까지 버텨낼 수 있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특히 첫 창업에 성공한 뒤 두 번째, 세 번째 창업에 나설 때가 가장 위험하다. 첫 시도 때 자신의 열정을 바치지 않는 사람은 오히려 찾기 드물다. 그러나 한 번 성공을 맛보고 나면 무모하게 창업에 나서는 이가 많다. '첫 성공이 운이 아니라 실력이란 걸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다. 나도 그런 경험이 있다. 그러다 보면 '괜찮아 보이지만 굳이 모든 것을 바치고 싶지는 않은' 아이템만 보여도 창업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2. 거대 비전 보여야 투자자가 움직인다

황 "창업하기에 전보다 좋아진 환경이라고 해서 투자 자금 유치까지 쉬운 일로 얕봐서는 안 된다. 적당히 수익성이나 사업성을 포장해서 유려하게 발표해도, 벤처투자자의 눈에는 '진짜 기업가'가 보인다. '진짜'들은 자신의 창업 아이템에 대해 자칫 허무맹랑하게 보일 정도로 큰 비전을 갖고 있다. 모든 질문에 대해 해답을 내놓지는 못하더라도 자신의 창업 아이템에 애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오타쿠'에 가까울 정도로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낸다."

휴 "숱하게 많은 창업가를 만나는 벤처투자자는 와인을 감별하듯 '진짜' 창업가를 감별해 낸다. 자신의 아이템에 열정이 넘치는 사람은 지금 투자를 받지 못해도 그 일을 해내겠다는 의지가 뚜렷하게 보인다. 그런 사람을 한 번이라도 만나고 나면 '투자해 주면 창업하고 아니면 말고' 식의 열정도 목표도 부족한 '가짜'를 쉽게 가려낼 수 있다."

3. 투자금 유치에 도취되지 마라

휴 "스타트업 창업 때 가장 저지르기 쉬운 실수가 자금 관리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것이다. 계획 없이 화려한 회사 인테리어에 돈을 쓰거나 불필요하게 인원을 늘리다 보면 돈이 금방 바닥난다. 내가 처음 창업한 기업은 단기간에 많은 투자 자금을 유치했는데, 돈 쓰는 속도도 그만큼 빨랐다. 두 번째 창업 때는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갖고 있던 10만달러(약 1억1300만원)로 2년 동안 회사를 운영했다. 창업 3년째 400만달러(약 45억원) 투자금을 유치했는데, 단번에 거액이 들어오니 또 정신없이 1년 만에 300만달러를 썼다. 그 뒤에야 정신을 차리고 제대로 계획을 세워 자금을 집행하고 관리하기 시작했다."

황 "나도 마찬가지였다. 첫 번째 창업한 기업은 그나마 내 돈으로 창업한 기업이라 괜찮았지만 두 번째 창업 때는 단번에 100만달러(약 11억원)를 유치했다. 그리고 1년이 채 안 돼 그 돈을 다 썼다. 나도 직접 겪기 전까지는 이런 사실을 몰랐다. 언론에서는 '투자금을 얼마나 유치했나'만 다루지, 그 돈을 얼마나 빨리 다 날렸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적어도 2주에 한 번은 자금 상황을 확실하게 점검해야 한다."

4. 창업도 매각도 타이밍이 중요

황 "그동안 여러 기업을 창업하고 매각하면서 느낀 점은 '타이밍'의 중요성이다.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던 기업을 돌아보면 지나치게 시장에 일찍 진입했거나 늦게 진입한 경우였다. 가장 먼저 시장을 개척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는 매력적으로 보이지만 성공하기는 그만큼 어렵다. 산업 종사자의 시각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성숙도를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휴 "매각 타이밍도 중요하다. 특히 기술 변화에 민감한 IT 기업은 더욱 그렇다. 내가 플래시 게임업체 모치미디어를 운영하던 2009~2010년만 해도 페이스북 연동 소셜게임, 온라인 플래시 게임이 시장의 주류였다. 그러나 곳곳에서 모바일 게임업체들이 등장하고 있었고, 시장의 흐름 변화도 뚜렷하게 보였다. 나는 2010년이 지나면 소셜게임의 가치가 크게 꺾일 것으로 봤기 때문에 그때를 놓치지 않고 샨다게임스에 모치미디어를 매각했다. 만약 해를 넘겼다면 모바일 게임에 밀려 기업 가치도 추락했을 것이다."


화제의 Trend 뉴스

모든 억압 깨고 가치 소비 중시하는 MZ세대를 주목하라
양손을 책상 위에 놓고 의자에 앉았다 일어나기… '오피스 워크아웃' 美 직장인에 선풍
고객은 드릴이 아니라 구멍 뚫는 도구를 원한다
당신의 기업에 다시 밝은 태양을 떠오르게 할 방법 5가지
中 "7월 화성 탐사선, 하반기 달 착륙선 발사"

오늘의 WEEKLY BIZ

알립니다
아들을 죽여 人肉 맛보게한 신하를 중용한 임금, 훗날…
'암흑의 숲'으로 들어가고 있는 미국과 중국
유럽 기업 빈부격차 줄이려면 '범유럽 주식형 펀드' 만들어야 한다
WEEKLY BIZ가 새롭게 탄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