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비즈

Space·우주, Longevity·長壽, Deep Sea·심해… 기업인들이여 담대한 비즈니스에 도전하라

Trend 김정훈 차장
입력 2017.03.04 15:29

[Cover story] Silicon Valley [경영 구루 3인 인터뷰] (1) 피터 디아만디스 X프라이즈 재단 회장

여기는 미국 실리콘밸리. 레드우드시티 역 인근에는 전기밥솥 모양 로봇이 인도(人道)를 유유히 달린다. 음식을 휴대폰 앱으로 주문하면 가져다 주는 '배달봇'이다. 새너제이에서 가장 큰 쇼핑몰에선 '안내봇' 페퍼가 길을 알려준다. 이 쇼핑몰엔 배터리가 부족하면 알아서 충전도 하는 '순찰봇'이 돌아다닌다. 샌프란시스코의 '로봇팔 바리스타'가 홀로 근무하는 카페의 커피는 인근의 반값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미래 기술을 실험하는 실리콘밸리. 이곳 사람들이 예측하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위클리비즈는 끊임없이 구체적 미래를 예측하고 기업의 실험에 새 영감을 불어넣는 실리콘밸리 경영 구루 세 사람을 만났다.

피터 디아만디스(Diamandis) X프라이즈 재단 회장, 비벡 와드와(Wadhwa) 카네기멜런대 선임 연구원, 와이어드 초대 편집장을 지낸 케빈 켈리(Kelly)가 그 주인공이다. 먼저 디아만디스 회장을 찾아갔다.
X프라이즈 재단
달 광물 채취, 심해 지도 그리기

달에 착륙해 광물 채취하는 로봇 만들기, 해저 3962m의 심해(深海) 탐사 지도 그리기, 기름에 오염된 바다 복구하기…. '인류의 미래를 대비한다'는 X프라이즈 재단의 국제 경연 대회 과제는 터무니없을 만큼 스케일이 크다. 헛소리라는 말이 나올 것 같지만 전 세계에서 참가자가 모이고, 구글·퀄컴·타타그룹 같은 대기업이 앞다퉈 이 재단을 후원한다. 대체 어떤 미래가 닥쳐오기에 이렇게 거창한 과제를 제시할까. 지난 2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컬버시티에 있는 X프라이즈 재단 본사에서 만난 피터 디아만디스(56) 회장은 확신에 차 있었다.

―미래 기업인에게 왜 '대담함(BOLD)'이 중요한가.

"지금부터 펼쳐질 미래는 풍요의 시대다. 지금은 '먹고살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일하는 시대지만, 앞으로는 지저분한 일, 위험한 일이나 힘든 일은 로봇이 하게 될 것이다. 자동화로 일자리를 잃을 사람을 위해 기본 소득이 도입되고, 사람의 기본적 의식주는 보장될 것이다. 일상을 약간 개선하는 정도의 일은 로봇이 하면 된다. 사람은 인류의 미래를 뒤바꿀 만큼 큰 문제를 찾아 해결해야 한다. 문샷(moonshot·달 탐사선 발사에 버금가는 혁신 과제)을 찾으라는 얘기다. 게다가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주기적으로 능력이 2배로 성장하는 '기하급수 기술(exponential technology)' 시대다. 처음에는 성장이 눈에 띄지 않지만,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폭발적으로 순식간에 성장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수십 분야에서 폭발적 기하급수 성장이 일어나고 있다. 이런 기하급수 기술을 활용할 줄 알면 새로운 아이디어 하나가 수십억달러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으로 성장한다. 뒤처지는 것도 순식간이다. 세상에 있는 골칫거리는 곧 기업가의 사업 기회다. 그 골칫거리가 클수록 성공의 결과도 크다. 나는 늘 '억만장자가 되려면 억만 명의 문제를 해결하라'고 말한다."

―말은 쉽지만 무모해 보이기도 한다.

"어떤 혁신이든 성공하기 전까지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미쳤다'는 손가락질을 받기 마련이다. 여러 사람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정부나 대기업은 당연히 이런 식으로 사고하고 움직이기가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X프라이즈 재단이 거액 상금을 걸고 거창한 과제를 내는 것이다. 성공하면 확실한 보상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기에 전 세계 최고 인재들이 전심을 다해 덤벼들 수 있다. 그 결과는 인류 진보에 기여한다."

―대표적 '대담한' 기업가를 꼽는다면.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스페이스X와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같은 사람들이다. 유행을 따르지 않고 '지금과 완전히 다른 세상을 열겠다'는 열정에 따라 행동한다. 나는 우주에 대한 관심을 공유하며 베조스와 30년 동안 알고 지낸 사이다. 그는 서점으로 출발한 아마존을 세계 최대 '잡화점'으로 키워냈고, 그 자본을 활용해 꿈꿔왔던 우주 탐사 영역으로도 발을 넓히고 있다. 베조스가 2000년에 세운 블루오리진은 로켓 발사 분야의 '수직 이착륙' 문제를 해결하는 데 열중해 왔다. 과연 아마존이 드론 배송으로 유통 혁명을 이끄는 게 우연의 일치일까. 머스크는 '내가 스페이스X, 테슬라를 만든 것은 전통 강자를 물리치려 했거나 엄청난 기회를 봤기 때문이 아니다. 단지 그 영역에서 지금보다 훨씬 좋은 제품, 전과 완전히 다른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위험도 무릅쓰고 시작했다'고 했다. 젊은 날부터 로봇에 대한 열정을 실현해 나가고 있는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도 대담한 기업가다. 다양한 분야의 기업에 투자하더니, 최근 위성통신 기업 원웹에 거액을 투자하며 '포트폴리오에 포함한 기업들을 연결하겠다'고 밝혔다. 단순히 열정만 품은 게 아니라 행동으로 특이점(인공지능이 사람 지능을 뛰어넘는 시점)을 앞당기는 사람이다."“인류는 ‘메타 지성(meta-intelligence)’을 지닌 새로운 종으로 진화해 가고 있다. 앞으로 20년 사이 인류의 진화 속도는 급속도로 빨라질 것이다. 현재 우리가 서 있는 지점은 기술 융합의 경계선이다. 내 두뇌는 200만년 전 선조들과 비슷한 수준의 신피질(뇌의 가장 바깥 부분)을 갖고 있다. 하지만 보조 기억 수단이 급속도로 발전한 덕분에 이제 친구 전화번호나 집 주소, 이메일 주소 등을 외워야 할 필요가 없다. 인류의 기억 저장소가 두뇌 밖으로 연장된 덕분이다. 이제부터는 뛰어난 기업가와 연구소, 과학자, 엔지니어 집단의 두뇌가 클라우드라는 가상공간을 통해 서로 연결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인터클라우드(intercloud)’로의 진화다. 전 지구인이 공유하고 참여하는 거대 정보망이다. 유전체학과 합성생물학의 발전에도 가속이 붙는다. 임신부 배 속의 태아를 진찰하던 의사가 ‘돈을 조금만 더 내면 아이의 IQ를 30 정도 높여줄 수 있다’고 제안할 수도 있다. 수백만년에 걸쳐 ‘자연 선택(natural selection)’으로 진화했던 인류는 ‘지능 개입(intelligence direction)’을 통해 몇 주 만에 진화한다.”

피터 디아만디스 X프라이즈 재단 회장이 그려 보인 미래 모습은 거액 제작비를 투입한 할리우드판 SF영화 같았다. 그가 일하는 X프라이즈 재단 사무실 모습도 그의 말만큼이나 영화 같다. 건물 3층에 있는 무미건조한 출입문을 열면, 우주처럼 어두운 천장에 우주 비행선 모형이 매달려 있다. 은은한 LED 조명이 별빛처럼 펼쳐진다. 사무실 벽을 따라 걸으면 X프라이즈 대회 수상작들이 전시돼 있다. 디아만디스 회장은 “미래를 예측하는 최고의 방법은 스스로 미래를 만드는 것”이라는 신조를 행동으로 보여주는 기업가다. 매사추세츠 공과대(MIT)에서 분자유전학과 항공우주공학 학위를, 하버드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여덟 살 때부터 품어 온 우주여행에 관한 집념으로 쉼 없이 창업과 투자에 나서, 지금까지 우주·첨단 기술 기업을 10여개 설립했다.

디아만디스 회장은 대학 재학 중 친구들과 국제우주대학교를 공동 설립했고, 미 항공우주국(NASA)의 무중력 비행 체험 기회를 얻지 못하자 민간 우주관광 회사 ‘제로그래비티’를 세워 꿈을 이뤘다. 2007년에는 루게릭병으로 전신마비 상태인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과 함께 무중력 비행을 해 화제를 모았다.디아만디스 회장은 지구 밖 소행성에서 광물을 채굴하는 우주 광산 채굴 프로젝트 ‘플래니터리리소시스’의 공동 회장으로 사업을 지휘하고 있다. 또 ‘100세 환갑 시대’를 목표로 인간 유전자를 분석해 맞춤 처방을 제공하는 기업 ‘휴먼롱제비티’의 공동 창업자이기도 하다.디아만디스 회장의 업무 공간에는 각종 비행기와 우주선 모형이 빼곡하게 늘어서 있었다. 어지러운 회의실 테이블 구석에서 샐러드와 야채 수프로 점심을 해결하며 인터뷰에 응한 참이었지만, 다가올 미래를 설명할 때면 곧장 숟가락을 놓고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자신이 세운 민간 우주 관광 회사 ‘제로그래비티’의 무중력 체험선에서 유영하는 피터 디아만디스(왼쪽). / 제로그래비티
AI와 공생법 찾아야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발전 속도가 기하급수적인 센서, AI, 로봇, 증강현실, 합성생물학 등의 기술은 미래의 경제 구조도를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다. 인류는 AI와 협력해서 해결할 과제를 찾아 나가야 한다. 그래서 X프라이즈 재단은 IBM의 인공지능 왓슨과 함께 새로운 경연대회를 만들었다. ‘사람과 좋은 짝을 이뤄 어려운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AI를 만들어 보여달라’는 것이다. 어려운 과제를 혼자 해결하는 AI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사람과 AI가 ‘협력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로봇과 AI에 일자리를 빼앗길 것을 염려하는 사람도 있다.

“사람이 지금까지와 달리 새롭게 해야 할 일을 찾는 과정에서 실업률이 올라갈 수는 있다. 그렇지만 그 때문에 빈곤해지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 20, 30년 동안 인류가 지금까지 해결할 수 없던 과제를 AI와 함께 해결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기본적인 의식주를 누구나 보장받는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더 많은 사람이 먹고살기 위해 억지로 일하는 대신 기본소득을 보장받을 것이다. 그리고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열정을 바칠 것이다. 공생하는 방법만 제대로 찾는다면 AI와 로봇은 사람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일에 집중하게 돕는 최고의 조력자가 될 것이다.”

―창의성을 발휘해야 로봇과의 경쟁에서 살아남는다고들 한다.

“가까운 미래에 우리는 개인 창의성의 폭발적인 성장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예전에는 머릿속에서 상상한 것을 구체적인 제품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권한이 소수에게만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3D프린터에서 뽑아내면 된다. 앞으로는 3D프린터가 더 똑똑해져 실시간으로 불러주는 요청을 듣고 즉석에서 제품을 만들어줄 것이다. 먼 미래 이야기가 아니다. 가령 작가는 그동안 소수의 지식인만 할 수 있던 일이지만 지금은 누구나 글을 써서 인터넷에 올리면 작가가 될 수 있다. 전 세계 누구나 ‘창의성’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되는 것이다.”

창의성 폭발 곧 일어날 것

―변화가 ‘기하급수적’이라고 표현했지만, 우주탐사 등 일부 분야는 생각보다 발전이 느리지 않나.

“약간만 시선을 돌려보면 엄청난 발전을 체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비행기의 발전 속도는 정말 느리다. 1950년대에 나온 비행기나 현재 운항 중인 비행기는 속도나 형태가 크게 바뀌지 않았다. 그러나 비행기를 타는 ‘목적’을 살펴보자. 외국에 있는 사람과 직접 만나 이야기하려면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돈 한 푼 들이지 않아도 인터넷만 연결되면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 대화할 수 있다. 이런 것이 바로 혁명적 변화다. 일반 여객기의 운항 속도가 지금보다 빨라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여객기보다 1.5배 빠른 미래형 철도 하이퍼루프(Hyperloop)가 탄생하면 또 다른 교통 혁명이 일어날 수 있다.

로켓 등 우주항공 역시 발전 속도가 기대만 못 할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스페이스X, 블루오리진 같은 민간 회사가 인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고 본다. 아직 자유롭게 우주를 오가는 단계까지 온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상상하지도 못했던 소행성과 블랙홀, 은하계의 존재를 숱하게 찾아냈다. 그리고 그런 발견의 속도는 급속히 빨라지고 있다. 한 가지 기술만 살펴보면 발전 속도가 느려 보일지 몰라도,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산업에서 나타난 변화를 모아보면 그렇지 않다. 과거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들이 현실이 된 것을 볼 수 있다. 하나의 기술 발전에만 시선을 고정해서는 안 된다. 자신이 설정한 대담한 하나의 목표를 위해 최적의 기술을 슬기롭게 조합하는 것이 중요하다.”“우주와 인간 장수에 도전 중”

―당신이 찾은 문샷은 무엇인가.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찾은 문샷은 세 가지다. 첫 번째가 우주여행이다. 정부 기관을 통해서는 영 희망이 보이지 않기에 대학 시절부터 국제우주대학을 창립하고 우주여행사 등 관련 창업을 해오고 있다. 두 번째 문샷은 인간 장수 프로젝트다. 사람도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차원의 문제들을 해결하면 고래나 거북이처럼 오래 살 수 있지 않을까. 의학대학원에 다니던 시절부터 고민해 온 문제다. 그래서 3년 반 전에 크레이그 벤터, 밥 하리리와 함께 유전자 분석을 통한 인간 장수를 연구하는 ‘휴먼롱제비티’를 세웠다. 또 ‘셀룰러리티’라는 줄기세포 전문 기업을 세워 그 활용법을 연구하고 있다. 세 번째 문샷은 인류의 당면 과제를 전 세계 인재의 지혜를 모아 해결하는 일이다. 위험한 도박을 꺼리는 정부나 개별 기업 차원에서 나서기 어려울 만큼 실패 가능성이 크지만, 반드시 해결해야만 인류가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과제들이 있다. X프라이즈 재단은 그 문샷을 해결하기 위해 세운 곳이다.”

―조만간 깊이 있게 다루고 싶은 주제가 있나.

“최근 주의 깊게 들여다보는 두 가지 주제가 있다. 한 가지는 인간의 장수에 관한 것이다. 사람들은 여전히 먼 미래 이야기로 여기고 있지만, 이미 가까이에 다가온 미래다. 우리 생명이 연장됐을 때의 삶에 대해 미리 생각해보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한 가지 다뤄보고 싶은 주제는 ‘융합(convergence)’이다. 모든 첨단기술이 융합하고 그 안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탄생하고 있다.”

인터뷰를 끝낼 시간이 됐다. 그래서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당신은 개인적으로 얼마나 오래 살 수 있다고 생각하나.” “나? 희망 수명은 수백 살 정도 된다. 그 방법을 연구하는 중이다(웃음).”

피터 디아만디스는 누구… ‘포천’誌 위대한 리더 50인 중 한명‘인류의 미래를 만드는 일’에 매진해 온 혁신가다. 1995년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현 구글 이사)과 함께 인류의 당면 과제를 푸는 경연대회를 여는 X프라이즈 재단을 세웠고, 2008년에는 미래의 창업가를 기르는 싱귤래리티 대학을 설립했다. 그가 쓴 미래 예측서 ‘어번던스(Abundance)’, 미래를 이끌 기업가의 리더십을 다룬 ‘볼드(BOLD)’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천은 2014년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리더 50인’ 가운데 한 명으로 디아만디스를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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