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비즈

제트팩의 마법… 5년 후 인간 날아다닌다

Trend 선전(중국)=김남희 기자
입력 2017.03.04 15:30

'1인 비행기구' 만든 광치그룹 창업자 류뤄펑 회장

2015년 12월 중국 광둥성 선전(深圳시의 호수 위에서 영화 '아이언맨'의 한 장면 같은 광경이 펼쳐졌다. 남성 한 명이 선 채로 올라탄 비행 기구가 영화 속 아이언맨처럼 하늘로 날아올랐다. 이 남성은 문도 달리지 않은 비행 기계에 안전띠만 매고 타 방향을 이리저리 조종하며 하늘을 누볐다. 호숫가에 모인 2000여 시민은 5분 넘게 호수 위 상공을 날아다니는 낯선 비행체를 감탄하며 바라봤다. '마틴 제트팩'이라는 이 비행체가 무사히 착륙하고 남성이 땅에 내리자 환호성이 쏟아졌다. 선전에 본사를 둔 광치과학이 1인 비행 기구 제트팩 시험 비행에 성공한 순간이다. 광치과학이 선보인 제트팩은 정식 생산에 들어가기도 전에 두바이 소방국이 수십 대나 주문했을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광치과학의 모회사인 광치그룹 창업자인 류뤄펑(劉若鵬·34) 회장은 "1인용 비행 기구를 타고 하늘을 나는 세상이 멀지 않았다"고 말한다. "인터넷만으로 혁신하던 시대는 끝났고 하늘, 우주에 미래가 있다. 아이폰이 나오기 전에 지금과 같은 세상을 상상이나 했나. 앞으로 5년 후에는 개인이 하늘을 날아 이동하는 것이 현실이 될 것이다."

인터넷이 아니라 하늘·우주가 미래

류 회장은 미국 듀크대에서 전기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중국으로 돌아와 2010년 공동 창업자 4명과 함께 선전에 회사를 세웠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2년 공산당 총서기 취임 후 첫 시찰 기업으로 창업 3년 차에 불과한 광치를 선택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광치그룹은 메타 물질(특별한 전기적 성질을 갖는 인공 물질), 통신 장비 개발사로 시작해 비행체, 우주 산업 등으로 사업 범위를 넓혔다. 홍콩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주력 자회사 광치과학은 현재 시가총액이 188억홍콩달러(약 2조7500억원)에 이른다.

하늘과 우주를 향한 류 회장의 야심은 끝이 없다. 작년 11월엔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트래블러 2'라는 열기구를 근공간(해수면 위 고도 20~100㎞ 상공)에 띄우는 시험을 했다. 거북이 한 마리를 태우고 카메라, 센서 등을 장착한 열기구는 예정 고도까지 올라가지 못한 채 땅으로 내려왔다. 그러나 류 회장은 "몇 년 안에 사람을 태우고 근공간을 시험 비행한 후 우주 관광을 현실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계획이 실현되면 현재 일반 비행기 최고 고도의 2배가 넘는 높이까지 올라가 우주여행을 할 수 있다. 중국 선전의 광치그룹 본사에서 류 회장을 만났다.

―왜 우주 사업에 뛰어들었나.

"도시를 보면 하늘은 거의 비어 있는데 땅은 어디든 교통 체증이 극심하다. 하늘에서 뭔가를 해야 한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이런 모습을 꿈꿨지만, 기술 부족으로 불가능했다. 항공기를 크게 만드는 것이 작게 만드는 것보다 훨씬 더 쉽다. 비행체가 작으면 무게가 작아 이륙이 더 어려워진다. 지금은 항공 산업에서도 혁신이 가능한 시대다. 거대한 항공기가 공항에서 사람을 태우고 나르는 시대는 곧 끝날 것이다. 1인용 비행 기구를 집이나 회사 건물 앞에 세워두고 개인용으로 쓸 수 있는 세상이 된다. 사람이 주소를 입력하면 '오토 파일럿' 기능을 갖춘 기계가 자동으로 비행해 해당 장소로 사람을 데려다주는 것이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혁신적인 기업가들이 인내심을 가지면 할 수 있는 일이다."

―앞으로 세상을 바꿀 혁신은 뭐라고 보나.

"나는 과학과 기술의 힘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혁신이란 어느 날 갑자기 '이거 하자' 해서 되는 게 아니다. '다음은 뭘까' 계속 상상하고 이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앞으로 5년 후 인류는 일상생활에서 급격한 변화를 겪을 것이다. 많은 물체가 땅에서 우주로 올라가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다. '스카이 시티(sky city)'가 생기는 거다. 10년 후를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5년 후에는 도시 위를 날아다니는 물체가 많아질 것이다. 사실 5년이면 긴 시간이다. 아이폰이 처음 나온 게 2007년이다. 그때부터 스마트폰 시대가 열렸다. 2002년에 아이폰을 상상이나 했는가. 아니다. 과거에는 비행체를 개발하는 데 수십 년이 걸렸지만, 지금은 5년이면 충분하다."

①1인 비행 기구 ‘마틴 제트팩’의 시험 비행 모습. ②통신 서비스용 헬륨 비행선 ‘클라우드’. ③태양 에너지로 움직이는 화물 운송용 비행선 ‘솔라십’. /광치
5년 후 '스카이 시티' 생긴다

―아마존, 구글 등 미국 기업들도 우주 투자에 적극적이다.

"잘된 일이다. 이젠 과거와는 다른 형태의 기계와 새 기술을 이용해 우주를 탐사해야 한다. 전통적 항공기나 로켓, 위성은 더는 유용하지 않다. 전에 본 적이 없는, 완전히 새로운 것이 필요하다. 제트팩, 플라잉 머신, 첨단 비행선 등 새로운 유형을 보게 될 것이다. 인간과 기계의 관계는 시너지를 일으키는 파트너로 바뀌어 개인 교통, 물류, 통신 등 모든 면에서 큰 변화가 생길 것이라 생각한다."

―중국의 일론 머스크(스페이스X와 테슬라의 창업자)라는 별명이 있다.

"실리콘 밸리에는 세상을 바꾸고 싶어 하는 많은 혁신가가 있다. 이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은 돈이나 명성이 아니라 인류의 삶을 더 좋게 바꾸는 것이다. 누군가 바꿔주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바꾸고 싶어 한다. 일론 머스크는 그중에서 유일하게 인터넷 분야에 속하지 않은 사람이다. 인터넷이 세상에 큰 혁신과 변화를 가져오긴 했지만, 인터넷이 전부가 아니다. 나는 현실 세상을 바꾸고 싶다. 우주 분야는 훨씬 더 어려운 일이 많지만, 나는 실재적인 것을 만들고 일상생활과 산업에 진짜 영향을 주는 일을 하려고 한다."

―마틴 제트팩은 어떻게 활용할 수 있나.

"상용화 작업 단계다. 조립 후 배송하기 전에 테스트를 많이 해야 한다. 제트팩에 탈 사람들도 교육해야 한다. 제트팩의 설계와 원리는 복잡하지만, 사람들이 실제로 조작하고 사용할 때는 쉽고 편해야 한다. 비행 기구와 사람 관계가 중요한데, 사람이 이용하는 기구나 장비라는 개념보다는 협력 파트너 또는 친구 개념이 적절하다. 우선은 개인 용도의 제트팩 판매보다는 재난 구조 등 긴급 상황에서 제트팩을 사용하는 쪽에 중점을 두고 있다. 사용자가 제트팩의 기능과 안전 관련 부분을 충분히 이해하고 쓰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유인 버전과 무인 버전 모두 개발하고 있는데, 무인 버전은 사람과 다른 비행체가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에 물자 수송 등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걸로 본다."

120㎏ 싣고 시속 80㎞로 비행

―마틴 제트팩 기술은 원래 뉴질랜드 회사가 개발한 것 아닌가.

"광치과학이 뉴질랜드 기업인 마틴 에어크래프트의 주요 지분을 매입해 최대 주주가 된 것은 맞는 얘기다. 하지만 제트팩 기술을 마틴 에어크래프트가 개발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우리가 2014년 처음 마틴 에어크래프트와 만났을 때 이 회사엔 제트팩도 없었고 돈도 없었다. 직원도 거의 없었다. 우리가 지분을 사들인 후 경영진을 새로 꾸리고 전략도 새로 짰다. 그 후 2015년 6월에 새로운 제트팩을 파리 에어쇼에서 공개했고 그해 12월에 선전에서 시험 비행을 한 것이다. 현재 제트팩은 시속 80㎞로 최대 120㎏ 물체를 싣고 45분 정도 비행할 수 있는데, 더 강력한 엔진 기술 등을 계속 개발 중이다."

―기업 인수·합병(M&A)과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데.

"회사의 목표와 관련 있는 기업들과 잠재력이 큰 혁신 기업에 주로 투자한다. 총 3억달러 규모의 투자 펀드를 만들어 로봇공학, 우주항공, 가상현실·증강현실, 사물인터넷, 디지털 의료 분야 등의 기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미 컴퓨터 비전, 음성 분석 분야의 이스라엘 스타트업과 노르웨이, 캐나다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 이 기사는 조선일보 WEEKLY BIZ 3월 4일자에 실린 기사입니다. WEELLY BIZ 구독 및 배달 신청은 조선일보 홈페이지 ( https://members.chosun.com/subscription/appendweeklybiz.jsp ) 에서 할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 독자는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무료로 배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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