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시(山西)성 출신의 21세 청년 양빙이(楊秉彛)는 중국의 국공(國共) 내전을 피해 1948년 대만으로 홀로 이주했다. 그는 타이베이(臺北)의 요리용 기름 판매점에서 일하다가 1958년 직접 새로운 기름 가게를 연다. 하지만 사업은 순탄치 않았다. 양씨는 생계유지를 위해 가게 구석에서 증기로 쪄낸 중국식 딤섬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그중 '샤오룽바오(小籠包·얇은 만두피 안에 진한 육즙이 들어 있는 상하이식 만두)'가 소문을 탔고, 가게는 문전성시를 이뤘다. 양씨는 1972년 기름 사업을 접고 본격적으로 음식점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 작은 노점이 현재 10개국에 124개 매장을 운영 중인 '딘타이펑(鼎泰豊)'의 시작이었다. 딘타이펑은 '크고 풍요로운 솥'이란 뜻으로, 창업주 양씨가 처음 열었던 기름 가게의 이름이다.
양지화 딘타이펑 대표. /딘타이펑
딘타이펑은 해외 진출은커녕 분점 하나 없었던 1993년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세계 10대 레스토랑'에 포함되면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2013년에는 미국 식음료 전문 사이트 데일리밀이 꼽은 '아시아 101 베스트 레스토랑'에서 1위에 올랐다.
현재 딘타이펑은 양빙이 창업주로부터 가업을 물려받은 아들 양지화(楊紀華)씨가 대표를 맡고 있다. 양 대표와의 인터뷰는 대만 최고층 빌딩인 '타이베이 101'에 있는 딘타이펑 분점에서 이뤄졌다. 양 대표는 사업을 물려받을 때 아버지로부터 "너무 서두르지 마라"는 조언을 들었다고 했다. 그는 "고객이 실망감을 느끼는 순간 브랜드의 가치는 추락한다"고 강조했다.
1. 레스토랑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딘타이펑의 대표 메뉴는 샤오룽바오라는 딤섬이다. 매장에서 일일이 손으로 만들기 때문에 똑같은 맛을 유지하기 어렵다. 그래서 매우 상세한 매뉴얼을 만들었다. 딘타이펑의 샤오룽바오는 만두피 5g, 만두소 16g의 비율을 지켜야 한다. 만두 주름은 반드시 18개가 잡혀 있어야 한다. 1996년 일본에 첫 분점을 내면서 '상세한 매뉴얼'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본점 한 곳에서 사업을 할 때에는 아버지와 내가 모든 것을 알고 있고 체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일본의 사업 파트너가 레시피(음식 조리법)를 매우 세세하게 물어보는 것은 물론 젓가락을 놓는 방향, 차를 따르는 법까지 체크해 매뉴얼을 만드는 것을 보고 매우 놀랐다. 그때 본사도 매뉴얼을 만들었다."
2. 품질을 중시한다고 하면서도 최근 10여 년간 외형을 키웠는데.
"그래도 성장보다 품질이 중요하다. 현재 대만에 10개, 해외에 114개의 딘타이펑이 있다. 확장만을 추구했다면 더 많은 분점을 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무분별하게 늘리면 신규 점포의 음식 맛과 서비스를 기존 점포와 똑같이 유지하기 어렵다. 이런 노력 덕분에 딘타이펑의 몇몇 점포들은 레스토랑 평가서인 미쉐린(미슐랭) 가이드로부터 별을 획득했다. 2009년에는 홍콩 침사추이 분점이, 2010년에는 홍콩 코즈웨이베이 분점이 별을 받았다."
Getty Images 이매진스
3. 마케팅을 하지 않는 이유는.
"소문이 최고의 마케팅이기 때문이다. 음식이 맛있으면 손님이 찾아온다. 마케팅에 쓸 돈으로 식자재와 직원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 재료 중 육류는 사육 과정에 항생제를 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쌀과 밀 등 곡류는 최고 등급 제품만 사용한다. 식자재 공급업자에게 가격을 후하게 쳐주는 편이다. 공급자들은 돈을 더 받을 수 있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더 노력하게 된다."
4. 직원들을 우대한다고 들었다.
"지난해 딘타이펑은 음식 값을 소폭 인상했다. 직원들의 임금을 올리기 위해서였다. 현재 딘타이펑 전체 비용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54%다. 직원을 감동시키면 긍정적 감정이 생기고 이는 고객에게 옮겨간다. 서비스 마인드는 위에서 지시한다고 생기지 않는다."
5. 음식점이 해외에 진출할 때 유의할 점이 있다면.
"인도네시아와 두바이의 딘타이펑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이슬람 문화를 고려해 닭을 재료로 사용한 샤오룽바오를 선보였다. 한국에선 김치 샤오룽바오를 내놨다. 경영 원칙은 지키되 전통을 너무 고집하지 말고 현지화에 신경을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