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비즈

'위안화 국제화' 꿈꾸는 中, 금융시장 개혁 없인 불가능

Opinion 배리 아이켄그린UC버클리 교수
입력 2016.10.15 03:04

SDR 편입으로 국제통화? 크게 달라지는 것 없어 문제는 취약한 금융시장… 돈 갚지 못하는 기업 늘면 은행도 무사하지 않을 것

배리 아이켄그린UC버클리 교수
이달 1일부터 중국 위안화가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통화 바스켓에 정식 편입됐다. SDR은 IMF 회원국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했을 때 담보 없이 돈을 인출할 수 있는 가상 국제 통화다. 이전까지 SDR은 미국 달러화, 영국 파운드화, 일본 엔화, 유로존 유로화 등 4개 통화였다. 이번에 위안화는 SDR의 다섯 번째 통화로 편입됨에 따라 명실공히 국제 통화로 인정받게 됐다.

중국인들은 위안화의 SDR 편입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중국이 국제 금융시장의 강자라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또 중국 정부의 '위안화 국제화' 정책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증거이기도 했다.

그러나 위안화가 SDR로 편입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점은 거의 없다. SDR은 진짜 화폐가 아니다. IMF가 장부에 적을 때 쓰는 단위에 불과하다. 많은 금융기관은 SDR을 매력적인 도구로 보지 않는다. IMF의 자매 격인 세계은행이 발행하는 SDR 채권이 가끔 눈에 띄는 정도다. 위안화가 SDR로 편입되면서 달라지는 것은 회원국이 IMF에서 돈을 빌릴 때 4개 통화뿐 아니라 위안화도 빌릴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진짜 금융 위기가 터졌을 때 달러화 대신 위안화를 빌리고 싶어 할지는 미지수다.

중국은 위안화의 SDR 편입을 넓은 시각에서 바라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위안화 국제화를 위한 여러 단계 중 한 걸음을 뗐다는 것이다. 위안화 국제화 정책의 또 다른 과제는 중앙은행 간 통화 스와프 협정을 늘리는 것이다. 통화 스와프란 두 나라 또는 두 기업이 상대방의 통화를 교환해 쓰는 것이다. 양쪽이 미리 약정한 환율에 따라 일정 기간 자국 통화를 교환하는 외환 거래를 하는 것으로, 계약 기간 내에 아무 때나 자국 통화를 맡기고 대신 타국 통화를 가져와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통화 스와프 역시 실질적인 효과는 상징적인 장치에 불과하다. 게다가 위안화 통화 스와프는 거의 사용된 적이 없는 도구다.

현재 중국의 가장 큰 문제는 취약한 국내 금융시장이다. 2015년 중반 중국 증시가 크게 출렁이자 투자자들은 깜짝 놀랐다. 국제결제은행(BIS), IMF 등 상당수 해외 연구기관은 중국의 기업 채권 시장이 불안하다고 입을 모은다. 돈을 갚지 못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 은행들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현재 '위안화 국제화'를 중심으로 한 중국 정부의 전략에는 문제가 있다. 각종 자본 규제가 완화되면, 기업들은 회계 방식을 더 투명하게 고쳐야 하고, 은행들은 리스크 관리를 더 철저하게 해야 한다. 중국 금융시장에 진입하는 투자자들도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국경을 넘나드는 자본의 규모가 커지는데도 중국 기업과 은행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금융시장의 혼란만 커질 것이다.

중국이 위안화를 국제통화로 키우려면 국내 금융시장 개혁부터 해야 한다. 낙후된 금융 규제를 새 틀에 맞게 고치고, 각종 계약 규제는 재정비해야 한다. 위안화가 SDR에 편입됐다거나 뉴욕 시장에서 위안화 거래가 늘었다는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중국이 튼튼한 국내 금융시장을 키우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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