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기업 부채 문제는 중국 경제의 연착륙을 좌지우지할 가장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미국이 본격적으로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중국 기업의 부채 상환 부담은 더 커질 것이다. 특히 원리금 상환이 어려운 중국 기업이 많아지면서 기업들이 발행한 부실채권 역시 늘어날 수 있다.
중국 은행감독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기준으로 중국 은행들의 부실채권 잔액은 4조위안(약 665조원)에 달한다. 부실채권 비중(채권 총액을 부실채권 잔액으로 나눈 수치)은 1.75%로 집계됐다. 2011년 3분기 4100억위안 정도였던 부실채권 잔액은 5년 만에 10배 가까이로 증가했고, 부실채권 비중도 2012년 2분기 말의 0.9%와 비교하면 두 배가량으로 늘었다. 중국 금융 당국은 부실채권 규모를 충분히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부실채권이 늘어나는 것을 경계할 필요가 있지만 아직은 견딜 만한 수준이라고 본 것이다.
중국 정부 입장과 다르게 중국의 기업 부채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중국 은행들이 부실채권을 구분하는 기준을 충실히 지키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도 은행의 기업 대출 채권을 정상, 요주의(3개월 미만 연체), 고정(3개월 이상 연체), 회수 의문(3개월 이상 1년 미만 연체되고 채권 회수 의문 시), 추정 손실(회수 불가능한 여신) 등 5단계로 구분한다. 문제는 중국 은행들이 부실채권으로 분류되는 '고정' 이하 채권을 100% 부실채권으로 처리하는지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상하이증권거래소와 선전증권거래소 상장 기업 2850개사 가운데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은 5월 말 기준 223개사에 달한다. 이자보상배율이란 기업의 채무 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이다. 1보다 작을 경우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한다는 의미다. 이자보상배율이 통상 1 미만이면 잠재적 부실기업으로 본다.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들의 부채 규모는 총 7367억위안으로 집계됐다. 상장 기업 2850개사의 총 부채(8조5499억위안)에서 해당 기업들의 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8.6%다. 중국 은행감독위원회가 발표한 부실채권 비중(1.75%)과는 큰 차이가 있다.
여기에 은행이 위험 자산을 장부 외 처리한 것까지 감안하면 부실채권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은행의 이재(理財·자산관리) 상품, 위탁 융자, 신탁회사를 통한 신탁 융자는 은행 장부에 포함되지 않는다. 중국 금융 당국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중국 은행들의 이재 상품 잔액 규모는 23조5000억위안, 위탁 융자 잔액은 10조9000억위안, 신탁 융자 잔액 규모는 14조7000억위안으로 집계됐다. 은행 장부와 장부 외 채권을 모두 합친 규모는 144조9000억원으로, 여기에 상장사의 부실채권 비중(8.6%)을 적용하면 중국 내 금융기관이 보유한 부실채권 규모는 12조5000억원으로 급증한다. 통상 장부상 대출보다 장부 외 대출의 부실 가능성이 큰 것을 감안하면, 부실채권 규모는 예상보다 더 클 수 있다.
다행인 것은 중국 은행들의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 비율이 평균 12%를 웃돈다는 점이다. 중국 은행들의 재무 상태가 상당히 건전하다는 뜻이다. 또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부채를 합친 것) 비중은 60% 수준으로 미국(130%)이나 일본(200%)보다 훨씬 낮다. 정부 재정으로 기업 부실채권을 흡수할 여력이 있는 셈이다.
미국 대통령선거가 끝난 후 내년부터 미국이 본격적으로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내년 초부터 중국 기업들이 받는 부채 상환 압력이 커질 수 있다. 과잉투자로 몸살을 앓는 중국의 철강, 석탄, 시멘트, 화학 업종을 중심으로 부실기업이 양산될 수 있다. 중국의 부실채권 문제는 중국 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입장에서도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