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이하 연준)와 일본은행(BOJ)은 계속 효력 없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주 연준은 예상대로 금리를 동결했다. 연준은 결국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셈이다. 일본은 장기 금리를 끌어올리기 위해 '국채 수익률 곡선 관리'라는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을 들고 나왔다.
연준과 일본은행은 실물 경제와 동떨어진 전략을 쓰고 있다. 이들은 통화정책에 따른 금융시장의 반응, 자산 가격의 움직임에 지나치게 열중하고 있다. 이런 접근 방식은 또 다른 금융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경제는 무기력증에 빠졌지만, 중앙은행장들은 자신들이 내놓은 새롭고 강력한 정책들의 효능에 대해 토론하느라 현실을 잊고 있다. 일본이 여기에 딱 들어맞는 사례다. 지난 25년 동안 일본 경제는 겨우 1%가량 성장했다. 일본은행은 1990년대 말 제로금리정책에 이어 2013년부터는 대규모 양적 완화를 실시했지만 결국 경기 부양에 성공하지 못했다. 2012년 말 아베 신조 총리가 취임한 이후 일본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0.6%를 기록했다. 이는 '잃어버린 세월'로 불리는 지난 22년(1991~2012년) 동안의 연간 평균 경제 성장률 0.9%를 밑도는 수준이다. 아베노믹스는 명백한 실패작이다.
연준도 그리 잘하고 있지는 않다. 지난 2009년 3분기 이후 28분기 동안 미국의 실질 경제 성장률은 연평균 2.1%에 불과하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경제 호황 시기의 경제 성장률(4%대)의 절반 수준이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미국도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으로 경기를 살려내지 못했다.
경제 성장률이 계속 낮아지고 있지만 중앙은행의 수장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접근 방식이 옳다고 주장한다. 연준의 경우 미국의 실업률이 2009년 10월 10%에서 현재 4.9%로 떨어졌다는 것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실업률이 낮아졌다고 해도 경제 전반적으로 상황이 좋지 않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미국의 장기 성장 가능성, 자본 비용 증가, 그리고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해 의문을 가져야 할 시점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9월 21일(현지 시각) 금리 결정을 위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사진은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FOMC 직후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는 모습. / 블룸버그
통화정책에 따른 경기 부양은 일본과 미국의 실물 경제에는 별 효과가 없었지만, 자산시장에는 큰 영향을 미쳤다. 금리를 최저 수준으로 낮추고 엄청난 유동자산을 투입한 통화정책 덕분에 주식과 채권 가격은 급등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비전통적인 통화정책들은 자산시장과 실물경제가 분리된 것을 간과하고 있다. 총수요는 자산가격 거품에 의해 잠시 인위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이 거품이 터지면 실물자산에 비해 과도한 대출을 받은 소비자들(미국)과 기업들(일본)만 남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로금리 정책이 효과가 없었던 것은 놀랍지 않다. 이는 1930년대 중앙은행들이 빠졌던 유동성 함정을 떠올리게 한다.
가장 걱정스러운 부분은 중앙은행장들이 현실을 직시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본은행의 최근 행보에서 알 수 있듯이, 실물경제를 수학으로 해결하려는 중앙은행들의 습관은 좀처럼 고쳐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연준이 다시 한 번 보여줬듯이 중앙은행들은 금리정책을 정상화할 계획이 없는 것 같다. 그들은 전통적인 통화정책은 이미 오래전에 다 써버렸다고 생각한다. 중앙은행장들은 과거 전통적인 조치들이 금융위기를 해결하는 데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는 인정하지 않고, 오직 근시안적으로 새로운 도구를 찾는 데에만 몰두하고 있다.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의 결과 주식·채권·단기자산·장기자산·통화 등 자산 가격은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그 결과 저축하는 사람들은 피해를 보고, 자본 비용은 늘어났다. 소득은 그대로인데 자산가격이 오르니 개인들은 리스크가 크더라도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자산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자산 가격의 과도한 상승에서 왔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중앙은행들은 1930년대의 가장 강력한 교훈 중 하나인 '재정 정책만이 유동성 함정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는 말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그래서 현재 상황은 가장 큰 비극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