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비즈

가격 변동성 큰 기업이 손실에 대비하는 방법, 파생 상품

Opinion 신현한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입력 2016.10.01 03:06

파생상품으로 위험 관리

신현한
최근 석유화학 업체 임원을 만나 사업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석유화학 사업에는 특이하게도 몇 년 주기로 호황과 불황이 번갈아 가며 찾아온다고 했다. 그 임원은 화학 사업이 사이클 비즈니스라서 투자를 지속적으로 하기 어렵다고 불평했다. 즉 호황에는 돈을 많이 벌지만 곧 불황이 올 것이 예상돼 장기적 신규 투자를 시작하기 어렵고, 반면 불황에는 곧 호황이 올 것이 뻔하지만 돈이 없어 신규 투자를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석유화학 업계의 사람들은 같은 사업에 오랫동안 몸담고 있기 때문에 누가 경쟁자이고, 어떤 제품을 만들고 있고, 고객이 누구이고, 수요가 얼마나 되는지 등을 서로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호황기에 경쟁 기업의 신규 투자나 공장 증설 등으로 공급과잉이 발생할 때는 호황이 곧 끝날 것을 예상할 수 있고, 불황기에는 경쟁 기업의 공장에 화재 등 사고로 공급이 줄거나 시장 성장으로 수요가 갑작스럽게 늘어나는 경우 불황이 곧 끝날 것을 내다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사업은 옵션 거래를 활용한 현금 조달이 가능하고, 신규 투자를 지속적으로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사업이 호황기의 끝에 접어들었다고 생각되는 시점에 자사 또는 타사 주식에 대해 거래되는 풋옵션을 사는 것이다.

옵션에는 풋옵션과 콜옵션이 있다. 풋옵션은 기초 자산 가치가 떨어지면 이익을 볼 수 있는 파생 상품이다. 예를 들면, 유가를 기초 자산으로 하고 행사 가격이 50달러인 풋옵션은 기초 자산인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이하로 떨어지면 50달러에서 실제 거래 가격을 차감한 금액만큼 이익을 볼 수 있다. 만약 옵션 만기 때 유가가 배럴당 40달러라면, 풋옵션을 구입한 회사는 배럴당 10달러씩 이익을 볼 수 있다. 반면 실제 거래 가격이 50달러 이상이 되면 풋옵션은 가치가 없게 된다. 콜옵션은 기초 자산 가치가 행사 가격보다 올라가면 기초 자산의 실제 거래 가격에서 행사 가격을 차감한 금액만큼 이익을 보는 파생 상품이다. 예를 들면 행사 가격이 배럴당 50달러인 콜옵션은 만기 때 유가가 배럴당 60달러이면 배럴당 10달러씩 이익을 볼 수 있다.

만약 화학 업종이 예상대로 공급 과잉이나 수요 위축 등으로 불황이 시작되면 화학 기업 주가는 떨어질 것이고 주식을 기초 자산으로 하는 풋옵션의 이익은 상대적으로 올라가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불황이 시작돼 영업 현금 흐름은 줄더라도 풋옵션으로부터 영업 외 현금 흐름이 발생하여 투자를 지속적으로 하거나 불황에 부도가 나는 경쟁 기업을 인수합병(M&A)할 수도 있다.

한편, 예상과는 달리 풋옵션 만기일이 지날 때까지도 불황이 나타나지 않고 호황이 지속되면 풋옵션을 비용으로 처리하게 된다. 하지만 호황일 때 기업의 현금 흐름은 여유가 있을 것이고 풋옵션에 투자한 금액은 마치 자동차 보험료와 같이 생각하면 될 것이다. 자동차 보험을 사 두었는데 사고가 나지 않고 보험 기간이 만료되었다고 억울하게 생각할 사람이 없듯이,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여 풋옵션을 사두었는데 불황이 시작되지 않았다고 억울하다 여길 사람도 없을 것이다.

또 다른 예로 백신을 수입하는 업체를 생각해보자. 이 회사는 겨울 날씨를 예측해 어느 정도 백신을 수입할지 결정한다. 그런데 겨울 날씨가 춥지 않으면 백신이 판매되지 않아 백신을 폐기처분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백신 판매의 성공 여부는 날씨에 좌우된다. 이런 경우 날씨와 연동된 파생 상품을 구입해 백신 판매가 안 돼 발생하는 손실을 파생 상품 이익으로 보전하도록 하면 수입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 즉, 날씨가 일정 온도 이상을 유지하면 이익이 발생하는 콜옵션을 구입하는 등의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래서 날씨가 따뜻할 경우 콜옵션에서 난 이익으로 백신 재고의 손실을 보전할 수 있다. 폐기처분할 수도 있다는 위험 때문에 준비하지 못했던 백신도 콜옵션을 이용하면 준비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분쟁이 자주 발생하는 중동 지역으로 수출을 하거나 현지에서 건설 공사를 하는 기업은 중동 지역의 분쟁으로 인해 가격이 변동할 수 있는 상품을 기초 자산으로 하는 옵션을 구입해 분쟁으로 인한 손실에 대한 보험을 들 수 있다. 중동 지역에 분쟁이 발생해 일반적으로 유가가 오르게 된다고 가정하면, 중동 지역에 건설 공사 계약을 한 후 유가에 대한 콜옵션을 구입하여 건설 공사가 중단됐을 때의 손실을 보전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물론 분쟁이 없고 유가가 오르지 않으면 콜옵션 가치는 없어질 것이나,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이 돼 이익이 나게 된다. 이처럼 파생 상품을 단순한 위험 관리가 아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전략적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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