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경제학의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주류 경제학자들은 '인간은 합리적이며, 시장은 효율적이고 자기 교정 능력이 있다'고 믿어 왔다. 그러나 이런 믿음이 깨지면서 경제학자들은 새로운 대안을 찾아 나서고 있다. 적극적으로 현실에 개입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물론 현상을 좀 더 정확히 규명하기 위해 여러 학문과의 이종(異種) 교배도 마다하지 않는 경제학자들이 주목받고 있다. 위클리비즈가 만난 경제학자 중 학계의 개성파로 꼽히는 대표적인 석학 6명을 소개한다.
조지프 스티글리츠(Stiglitz)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이론 연구에만 매달리지 않고 소득 불평등과 세계화 같은 광범한 이슈에 대한 연구로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인물이다. 최근 낸 신간 '대분열(The Great Divide)'에서는 "미국은 소득 불평등 수준이 다른 국가보다 높고 성공의 기회가 동등하게 주어지지 못하는 국가 중 하나가 됐다"고 비판했다. 기업이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임금 수준을 높여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자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앵거스 디턴(Deaton) 프린스턴대 교수는 경제학의 여러 분야를 연구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국내에선 불평등을 연구한 학자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연구 분야는 소비·복지 이론 등 다양하다. 그는 "불평등이 성장을 이끄는 좋은 측면도 있지만, 성장을 저해하는 나쁜 측면이 있다는 것도 동시에 봐야 한다"고 했다
경제학에 다른 학문을 접목해 이론적 바탕을 재구성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심리학과 경제학을 접목한 행동경제학이 대표적이다. 심리학자인 대니얼 카너먼(Kahneman) 프린스턴대 명예교수는 "인간은 주관에 휘둘려 충동적이며, 집단적으로 똑같이 행동해 자기 과신과 편향에 빠진다"고 주장하고 이를 입증해 명성을 얻었다.
리처드 탈러(Thaler) 시카고대 교수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넛지(Nudge)'로 잘 알려져 있다. 넛지는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을 의미한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탈러 교수가 '넛지'의 개념을 가미해 설계한 '점진적 저축증대 프로그램(Save more tomorrow)'을 미국 중소기업 근로자들을 위한 저축 장려책으로 채택한 바 있다.
앨빈 로스(Roth) 하버드대 교수는 실험경제학의 대가로 '현장형 교수'로 불린다. 로스 교수는 '매칭 이론'을 적용해 미국의 신장(腎臟) 이식 시장과 고교생 학교 배정 시장을 성공적으로 재설계했다.
노벨 경제학상 단골 후보로 최근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영입된 폴 로머(Romer)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도 독특한 이론으로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경제성장에서 기술을 미지의 외부 요인(외생변수)으로 간주하던 통설을 깨고, 연구·개발(R&D)과 같은 의도적 노력을 통해 축적된 기술이 성장을 좌우한다는 내용의 '내생적 성장이론'으로 학계에 파장을 일으켰다. 전 세계 빈곤 퇴치와 저개발국 도시화 운동에 앞장서는 행동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