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비즈

금융위기 때도 年 9~18%씩 성장 '오뚜기식 스피드 경영'

Analysis 윤예나 이코노미조선 기자
입력 2016.09.03 03:05

진짬뽕 173일 만에 1억개 판매… 상반기 매출 처음으로 1조원 돌파

2015년 6월, 일본 규슈의 나가사키현에 다섯 명의 '요원'이 출동했다. 25년 동안 라면 수프를 개발해 온 김규태 책임연구원을 비롯해 라면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로 구성한 오뚜기의 태스크포스팀(TFT)이다. 이들의 임무는 일본 인터넷 맛집 순위 사이트에서 나가사키 짬뽕으로 1위를 차지한 맛집의 비결을 알아내는 것. 연구팀은 일본에서 6일 동안 머무르며 짬뽕집을 수차례 찾아가 짬뽕을 맛보고 주인에게 국물 맛의 비법을 물었다. 그렇지만 맛의 비결을 쉽게 알려줄 리 없었다. 연구팀은 결국 짬뽕집이 문을 닫을 때까지 기다린 뒤, 가게의 음식물 쓰레기통을 뒤졌다. 역한 음식물 쓰레기를 몇 차례나 뒤진 끝에 발견한 재료는 닭 뼈. 닭 머리를 뺀 나머지 뼈를 우려내는 것이 육수의 비법이었다. 국내로 돌아온 연구팀은 그 뒤로도 전국에서 소문난 짬뽕 맛집 88곳을 찾아 맛보며 '불맛' 나는 짬뽕라면 개발에 몰두했다. 그리고 그해 10월, 프리미엄 라면 업계를 뒤흔든 짬뽕라면 '진짬뽕'이 나왔다.

2014년 6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엑스포에서 참석자들이 오뚜기 라면을 들고 있다. 오뚜기는 동남아를 중심으로 해외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오뚜기 제공
1. 빠른 판단

오뚜기가 짬뽕 연구팀을 꾸린 2015년 5월은 경쟁사 농심의 프리미엄 짜장라면 '짜왕'의 히트로 라면 업계가 중화풍 짜장라면 개발에 몰두하고 있을 때였다. 오뚜기는 이 열기가 중화풍 짬뽕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일찌감치 승부수를 던졌다. 주말도 반납한 채 삼시 세 끼를 모두 짬뽕만 먹으며 연구에 매달린 연구원들은 분말 수프에 비해 제조 공정이 까다롭지만, 국물 맛을 잘 살릴 수 있는 액상 수프를 선택해 원하는 맛을 잡아냈다.

결과는 화려했다. '진짬뽕'은 출시 50여일 만에 판매 1000만개, 75일 만에 3000만개, 100여일 만에 5000만개, 173일 만에 1억개의 누적 판매량을 기록했다. 8월 24일 현재 1억4400만개가 팔렸다. 오뚜기는 그 뒤로도 계절 변화에 맞춰 5월에는 비빔면 형태의 매콤한 파스타 라면 '아라비아따'를 내놨고, 지난 7월에는 넓은 면적의 극태면을 사용해 소스가 면에 잘 어우러지고 면발은 더 쫄깃한 '볶음진짬뽕'을 출시했다.

빠른 판단과 매출액 1% 수준의 과감한 투자는 실적으로 이어졌다. 오뚜기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1조37억원을 기록해 작년 상반기보다 9.07% 늘었다. 상반기 매출이 1조원을 넘은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라면 매출만 보면 작년 상반기 1680억원이던 오뚜기의 라면 매출은 올해 상반기 2530억원으로 50% 늘었다. 라면 시장 점유율도 순항하고 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16~17% 수준이던 오뚜기 라면 시장 점유율(매출 기준)은 지난 7월 21.5%까지 올랐다.

2. 다양한 분야에 분산 투자

오뚜기가 과감하게 신제품에 투자할 수 있는 힘은 다품종 소량생산을 바탕으로 한 안정적인 수익 구조에서 나온다. 오뚜기가 출시한 제품 가짓수는 3700여개. 각종 즉석식품과 냉동식품, 케첩과 마요네즈 등의 양념 소스류부터 식용유·참기름 등 유지류, 당면과 라면 등 면류에 이르기까지 웬만한 식자재에는 모두 발을 뻗었다. 그 가운데 분말 카레, 케첩, 마요네즈, 식초, 당면, 마가린 등 20개가 넘는 제품이 각 분야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1위 제품들의 연 매출은 1000억원 이상인 경우가 거의 없다. 그만큼 제품 가격이 저렴한 시장을 공략해 한 가지 상품군이 큰 수익을 내지는 않지만, 다양한 식자재 시장에 넓게 뿌리내리고 있다는 뜻이다. 덕분에 2000년 이후 지난해까지 15년 동안 매출이 감소한 적이 없고,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 경기가 흔들렸던 2007~2009년에도 매출이 9~18%씩 성장했다.

3. 불황에 더 팔리는 주력 제품

경기 불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가정간편식'이 주력 제품이란 점도 오뚜기의 강점이다. 일반 식음료 업종은 내수 시장 불황에 민감하지만, 오뚜기가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는 분말 카레나 데우기만 하면 먹을 수 있는 저가형 '3분 요리' 시리즈 등의 즉석식품은 불황에 오히려 빛을 보는 제품이다. 가정간편식 시장은 내수 시장이 불황을 겪는 지금도 계속해서 성장하는 추세다. 농식품유통교육원은 맞벌이 가구와 1인 가구 급증으로 국내 가정간편식 시장 규모가 2014년 1조3000억원에서 2015년 1조5000억원, 올해 2조원 수준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공격적인 마케팅도 성공 요인이다. 1969년 창립 직후 1호 제품 '오뚜기 카레'가 발표된 뒤 영업사원이 직접 거래처를 찾아 오뚜기 제품이 어디서나 쉽게 눈에 띌 수 있게 진열했다. 오뚜기는 또 평일 어린이 방송 시간대와 일요일에 TV에 집중 광고를 해 "일요일은 오뚜기 카레~"라는 광고 노래를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오뚜기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기호가 빠르게 변하고 있어 민감하게 트렌드를 읽고 끊임없이 품질과 맛을 갖춘 신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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