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10년물 국채 금리가 또다시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전례 없는 움직임을 보이는 미국의 채권시장을 제대로 분석하려면, 이전과 다른 특수한 상황적인 요인들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첫 번째로 미 국채 가격이 오르면 미국 경제가 침체기에 들어설 것이란 전통적인 해석은 지금 상황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최근 미 국채 금리의 급락(국채 가격 상승)은 유럽과 일본이 변수로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특히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한층 더 커지면서, 미 국채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결정 여파는 영국에 대한 기업 투자 감소로 나타날 것이고 소비심리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경제적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영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이 금융기관의 지급준비율을 낮춰 시중에 자금을 푸는 정책을 쓰겠다고 발표했지만, 기대한 만큼 큰 효과를 보긴 어려울 것이다. 영국 정부가 내놓은 법인세율 인하 정책도 EU와의 무역 재협상 문제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완전히 상쇄하기엔 부족하다.
유럽 국가들의 채권 금리가 마이너스 수준으로 떨어진 데다 영국의 금리 인하나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 완화 확대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미 국채의 투자 매력이 상대적으로 상승하기도 했다.
두 번째로, 선진국들이 시행하는 저금리 정책의 경제 활성화 효과도 기대한 것만큼 크지 않을 전망이다. 경제 구조나 은행시스템에 대한 구조조정이 미흡한 상황에서 경제적인 불확실성만 커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금리 수준이 하락하면서 은행권의 수익 구조는 더 나빠지고, 더 높은 수익률을 찾는 투자자들의 자금이 비은행권으로 흘러들어 갈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에는 금융시장이 더 불안해진다.
마지막으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통화·금리 정책 결정 과정이 복잡해질 전망이다. 미국의 경제 성장에 방해가 될 만한 외부 요인들이 산재해 미 연준의 거시건전성 관리 능력에도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불안정한 금융시장과 국가 간 정책 불균형이 결과적으로 중앙은행에 부담을 몰아 주고 있다.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당분간 미 채권시장은 미국 경제 상황과 통화 정책만으로 분석하거나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