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비즈

日, 브렉시트 최대 피해자… 달러당 90~100엔 되면 환율조정 고려해야

Analysis 이혜운 기자
입력 2016.07.09 03:05

이와타 가즈마사 일본경제연구센터 이사장 "아베노믹스 효과? 충분치는 않지만 소기 목적의 50%는 달성"

"아니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조 콕스 영국 노동당 의원이 브렉시트 반대 운동을 하다 극우 괴한에게 피살당한 후에도 예상 못했어요."

지난달 24일 일본 경제가 브렉시트로 직격탄을 입은 직후 연락한 이와타 가즈마사(岩田一政·70) 일본경제연구센터 이사장은 예상치 못한 결과에 대응하느라 바빴다. 보통 때는 전화나 이메일에 바로 답해주는 학자였는데 통 연락이 닿지 않았다. 그의 비서는 이와타 이사장이 종일 회의에 매여 있다고 했다.

이와타 이사장은 2003년 3월부터 2008년 3월까지 일본은행 부총재를 지냈고, 2010년 10월부터는 일본경제연구센터 이사장을 맡고 있는 대표적인 일본 경제 전문가다. 그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초대 일본은행 총재로도 거론됐다. 브렉시트 이후 이와타 이사장과 직접 연락이 닿은 건 지난달 30일이었다. 일본 증시가 브렉시트의 충격에서 어느 정도 회복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던 시점에 그도 역시 대책 회의에서 풀려난 모양이었다. 그의 인터뷰는 지난달 서울에서 진행됐으며 브렉시트 투표 이후 이메일로 관련 견해를 추가로 물었다.

―브렉시트 직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들은 "브렉시트로 인한 최대 피해 지역은 일본"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동의합니다. 브렉시트 직후 일본 증시는 영국 증시보다 더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달러당 엔화 가치는 급등했고요."

―일본 정부에서 엔화 강세를 막기 위해 나설 가능성이 있습니까.

"(일본에)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이 정책 공조를 통해 특정 국가의 환율이 비정상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막는 것입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미국이나 유로존, 영국 등 주요 국가들은 그렇게 할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만약 엔화 가치가 달러당 90~100엔 사이까지 올라간다면 일본 정부가 단독으로라도 환율 조정에 나서는 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일본은 이미 마이너스 금리 등 강력한 양적 완화 정책을 사용하고 있어서 더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실탄이 없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저는 일본은행이 재정적으로 버틸 수 있는 시점까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더 강하게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일본은행 금리가 -0.1%인데, 전 -2% 이하까지 낮춰도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아데어 터너 전 영국금융감독청장 등은 일본이 경기 부양 효과를 제대로 보기 위해 '헬리콥터 머니 정책(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리듯 중앙은행이 찍어낸 돈을 민간 소비자에게 직접 공급하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저는 일본은행이 헬리콥터 머니 정책을 시행하게 될 경우 은행 재정에 큰 타격이 생길 것을 우려합니다. 현재 일본은행은 경기 침체를 해소하기 위해 세 가지 기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양적 팽창, 질적 팽창, 마이너스 금리입니다. 제 생각에 비용 대비 효과가 가장 큰 것은 마이너스 금리입니다. 물론 아직까지는 마이너스 금리가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개인 소비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고, 기업들도 적극적인 투자를 꺼리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결국 (마이너스 금리가) 물가상승률을 높이고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부 외신은 브렉시트로 일본의 경기 부양책인 '아베노믹스'가 원점으로 돌아갔다고 보도합니다.

"물론 당장 브렉시트로 (아베노믹스가 높여 놓은) 기업들의 수익이나 소비자 신뢰지수에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이 유럽연합이나 영국을 대상으로 한 수출 비중이 크진 않지만, 주식 시장이 큰 폭으로 하락했고, 엔화 가치도 급등했기 때문입니다."

―3년 동안 지속된 아베노믹스가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하십니까.

"지금까지 결과를 놓고 보면 어느 정도 효과는 있었지만 충분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기조는 계속 유지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베노믹스 실시 이후 물가상승률도 높아졌고, 엔화 고평가 현상도 조정됐었습니다. 노동 시장도 개선돼 실업률이 낮아져 완전 고용 상태에 가까워졌습니다. 긍정적인 영향이 있었던 것입니다. 물론 경제성장률 2%, 물가상승률 2%의 목표에는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도달하지 못한 이유로는 소비세 인상 발표가 영향을 줬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 아베노믹스가 소기의 목적을 50%는 달성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 일본 경제에서 가장 큰 위험 요소는 무엇입니까.

"2018~2028년 일본 국채시장의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국채 이자율도 마이너스로 만들었습니다. (국채금리 하락에 따른) 국채 가격 상승으로 일본은행이 민간 금융기관에서 장기 국채를 매입하는 비용이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도 저성장이 계속되며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닮아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일본이 구조적 장기 침체를 동반한 지속적인 불황에 빠진 것은 1990년대 중반 일본 경제에 세 가지 충격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첫째는 1995년 4월 달러당 80엔 이하였던 과도한 엔화 고평가, 그리고 기업 부채, 과잉 설비 및 고용 등으로 인한 부실 대출, 마지막으로 노동 인구 감소입니다. 제가 볼 때 한국이 일본과 비슷한 부분은 마지막 노동 인구 감소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현재 한국 경제는 당시 일본보다 훨씬 유리한 상황입니다."

―앞으로 일본 정부는 어떤 경제 정책을 펼치게 될까요.

"브렉시트의 후속 조치로는 달러 스와프를 통해 충분히 달러를 공급하고, 영국과 새로운 무역 투자 협정을 준비할 것입니다. 브렉시트로 일·EU 자유무역협정(FTA)에 구름이 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마이너스 금리와 관련해서는 북유럽 국가들처럼 현금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에 들어갈 것입니다. 일본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현금 보유율이 굉장히 높은데, 2020년 도쿄(東京)올림픽 이전까지 일본을 캐시리스(현금이 없는) 국가로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인구 고령화와 관련해 노동 인구를 늘리는 것도 주요 정책 중 하나입니다. (합계특수) 출생률을 현재의 1.4에서 2년 내 1.8로 높이고, 이민을 활성화해 2050년까지 20만명의 노동력을 추가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또한 일본 시장을 더 개방해 외국인 투자를 늘리고, 자동차·로봇 분야에서 일본이 선도적인 국가가 될 수 있도록 많은 투자를 진행할 것입니다."

이와타 가즈마사는

관계와 학계를 두루 거친 일본의 대표적인 경제학자다. 도쿄대 경제학과 교수, 일본은행 부총재, 내각부 경제사회종합연구소 소장 등을 역임했다. 아베 신조 총리가 취임 후 첫 일본은행 총재를 지명하던 2013년 2월에는 구로다 하루히코 당시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와 함께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화제의 Analysis 뉴스

넌, 씹니? 난, 마셔
'식전에 아몬드 먹으면 복부 체지방 크게 감소' 음료 칼로리는 우유의 3분의 1··· 2030 열광
폴크스바겐 '디젤게이트', 도이체방크 파산설, 티센크루프 철강 매각설…
중국 심해 무인 잠수정 '풍덩'… 소음 작아 음향 탐지도 무용지물, 군사용으로도 주목
직원들이 일에 잘 몰입하지 않는다? 팀 소속감과 리더에 대한 신뢰를 높여라

오늘의 WEEKLY BIZ

알립니다
아들을 죽여 人肉 맛보게한 신하를 중용한 임금, 훗날…
'암흑의 숲'으로 들어가고 있는 미국과 중국
유럽 기업 빈부격차 줄이려면 '범유럽 주식형 펀드' 만들어야 한다
미국인들이 코로나 위험 무릅쓰고 직장에 복귀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