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위에 올려두고 쓸 수 있는 소형 3D 프린터를 생산하는 메이커봇의 본사는 미국 뉴욕에서도 기술·디자인 관련 벤처기업들이 모여 있는 브루클린에 자리를 잡았다. 온라인 투자 모집 사이트인 킥스타터의 본사도 이곳에 있다.
메이커봇 사무실은 장난감 회사로 착각할 정도다. 알록달록한 피규어와 갖가지 모형들로 가득 차 있었다. 공용 공간 한쪽에는 전자레인지 두 개를 쌓아 놓은 크기부터 식기세척기만 한 것까지, 다양한 크기의 3D 프린터가 진열돼 있었다.
조너선 자글롬(Jaglom·40) 메이커봇 최고경영자(CEO)는 "탁상용 3D 프린터의 최대 잠재 고객은 교육기관과 개인사업가들"이라고 운을 떼고는 "3D 프린터를 활용한 완전히 새로운 사업 기회들이 생겨나고, 아이디어만 있으면 얼마든지 제품을 개발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을 이어갔다. 예를 들어 지금은 안경테가 망가지면 안경점에 가서 새것을 구입하거나 수리를 마칠 때까지 며칠씩 기다려야 하지만, 3D 프린터가 보급되면 인터넷으로 필요한 부품이나 원하는 디자인의 안경테 설계도면을 구입해 집에서 출력해 곧바로 착용할 수 있다.
―교육 분야에서는 3D 프린터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습니까.
"최근 찾아간 코네티컷주의 한 사립초등학교에서는 6학년 학생들에게 3D 프린터를 활용해 봅슬레이 썰매를 개발하는 3개월짜리 조별 과제를 내줬습니다. 제가 인터뷰한 리암이라는 학생은 조원들과 인터넷으로 봅슬레이 썰매에 대해 조사하고, 어떤 썰매를 만들지 그림으로 그려본 다음,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도면을 만들어 3D 프린터로 미니 봅슬레이 모형을 제작했습니다. 첫 번째 썰매가 생각한 만큼 빠른 속도를 못 내자 썰매의 몸체를 더 매끈하게 바꾸는 등 수정을 거듭해 최종본을 만들었더군요. 학생들이 문제 해결법을 고민하고 실수를 보완해 결과물을 완성한 거죠.
우리 회사의 누적 판매량을 따져보면 미국 내 모든 초등학교가 3D 프린터를 1대씩은 갖추고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8세부터 대학생까지, 다양한 연령대 학생들이 과학 실습 때 3D 프린터로 다양한 물건을 직접 만들어 보면서 창의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개발할 수 있을 겁니다. 새로운 기술에도 익숙한 인재로 성장할 테고요."
―일반인이 사용하기엔 비용 부담이 아직 큰 편 아닙니까.
"메이커봇의 입문자용 제품은 한 대에 1500달러(약 180만원) 선입니다. 재료를 가득 채우는 데 50달러 정도 들고, 한 번 충전하면 2~3개월 정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프린터의 압출기는 6~9개월 주기로 교체해야 하는데, 이 비용이 200달러 정도 듭니다. 무료 소프트웨어가 많기 때문에 3D 프린터에 입력하는 컴퓨터 도면을 만드는 데는 드는 돈이 거의 없습니다. 미국 학교에서 많이 쓰는 프로그램은 틴커캐드(Tinkercad)라는 무료 온라인 캐드(CAD·컴퓨터 지원 설계) 프로그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