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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족서 항공기 부품까지… 3D 프린팅 산업 年30%씩 성장… 인공 장기 등 생체의학·건축·식품 분야서 금맥 터질 것

Trend 유한빛 조선비즈 기자
입력 2016.06.18 03:05

3D 프린팅 산업 어디까지 왔나

월요일 아침 7시 10분. 잠결에 칫솔을 변기에 빠뜨렸다. 곧바로 온라인 쇼핑몰에서 칫솔 디자인을 주문해 책상 위에 놓인 3D 프린터로 전송한다. 옷을 갈아입고 나니 칫솔이 완성돼 있다. 이를 닦고 집을 나선다.

어제 이사 온 이 집은 이틀 전 완공됐다. 3주 전에 갑작스럽게 전근 통보를 받았지만, 3D 프린팅 건축사무소에 연락해 새 사무실과 가까운 동네에 작은 주택을 지었다. 건물 바깥벽에는 대리석을 붙이고 안쪽 벽은 붉은 벽돌과 섬세한 무늬가 새겨진 목재로 마감한 것처럼 보이게 디자인했다. 집은 2주 만에 완공됐다.

출근하자마자 고객관리팀에서 운동화 깔창에 대한 불만을 접수했다고 알려왔다. 저장된 운동화 디자인을 수정해 3D 프린터로 출력한 다음, 다른 직원들과 착용해본다. 깔창 부분에 홈을 추가한 디자인 파일을 생산팀으로 넘긴다.

오후에는 신체 스캔을 진행하러 병원에 들를 예정이다. 20대가 지나기 전에 몸 상태를 기록해 두면 주름을 없애고 싶거나 다쳤을 때 몸에 이식할 인공 피부와 장기를 3D 프린터로 만들수 있다. 저녁 간식으로 먹을 초콜릿 케이크 조리법을 검색해 부엌에 있는 '푸드 프린터'로 보내고 조리 시간도 예약해 둔다.

3D 프린팅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미래 모습을 정리하면 대략 이렇다. 얼마나 현실성 있는 이야기일까.

최근 3D 프린터 시장의 성장 속도는 폭발적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약 52억달러(약 6조원), 3년 동안 연평균 30% 넘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Getty Images/이매진스
30년 만에 빛 보는 3D 프린팅 산업… 연평균 30% 성장

3D 프린터가 세상에 등장한 것은 생각보다 오래됐다. 미국 3D시스템이 최초의 상업용 3D 프린터를 출시한 것이 1986년이다. 그러나 기업이나 대중에게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불과 3~4년 사이에 3D 프린팅의 위상은 급변했다. 3D 프린팅 전문 시장조사기관인 월러스의 집계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보급형 3D 프린터(대당 5000달러 미만)의 전 세계 판매량은 해마다 배로 늘었다. 2007년 66대에서 지난해 약 27만8000대로 급증했다. 월러스는 3D 프린팅 산업이 오는 2020년에는 21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련 기술이 발전한 데다 소비자의 빠른 취향 변화를 따라잡고 혁신을 이루려는 기업들의 노력이 맞물리며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기본 기능을 갖춘 3D 프린터 가격도 대당 3만~4만달러에서 2000달러(약 240만원) 안팎으로 하락해, 중소기업이나 1인 개발자들의 진입 장벽도 낮아졌다.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은 해마다 3D 프린팅을 '미래 산업의 핵심 기술'로 꼽고 있다.
 
현재 3D 프린팅 기술은 맞춤형 치과용 의료기기 등 일상생활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제품을 만들거나, 신제품이나 건축물을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실물 모형을 만드는 데 쓰인다. 왼쪽 사진의 파인애플 모형은 3D 프린터로 만든 것이다. 3D 프린터의 성능도 실물과 큰 차이가 없는 색상과 질감을 구현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시제품·비행기 부품·맞춤식 의족 제작

현재 3D 프린팅 기술이 가장 활발하게 도입된 분야는 제조업이다. 3D 프린터에 도면을 입력하고 시제품을 출력하면 제품 개발에 걸리는 시간을 수십 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부품 틀을 제작하고 실물 모형을 만들기까지 몇 주씩 걸리던 과정을 그 자리에서 몇 시간 안에 끝낼 수 있다.

조립하기 복잡하거나 다양한 소재를 섞어 만들어야 하는 부품을 제작하는 데도 유용하다. 항공·우주·첨단기계 등 고성능 부품이 중요한 산업계에서 3D 프린팅을 주목하고 있다. 제너럴일렉트릭(GE)그룹의 항공 부문 자회사 GE에비에이션은 엔진의 연료관을 3D 프린터를 이용해 개발하고 생산한다. 20여개 부품을 각각 제작해 조립하던 것을 3D 프린터로 한 번에 출력하면서, 부품 생산비용도 최고 75% 감소할 전망이다.

의료기기 제조업체들은 '사용자의 인체에 맞춘' 제품을 제작하는 데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한다. 신체 본을 뜨고 틀을 만드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인체를 스캔해 3D 프린터로 출력하면 된다. 미국의 얼라인테크놀로지(Align Technology)는 치아에 장착했을 때 눈에 잘 띄지 않는 투명한 교정기를 생산하고, 미국 비스포크이노베이션(Bespoke Innovation)은 착용자의 신체와 미적인 취향까지 반영한 맞춤식 의족을 제작한다.
 
미래에는 심장 판막이나 연골 등 신체 부위를 맞춤식으로 출력하는 바이오 프린팅(bio-printing), 영양 성분을 원하는 대로 배합하고 모양까지 정교하게 만드는 푸드 프린팅(food-printing) 등이 3D 프린팅 산업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 전망이다.
"인공 장기 만들고 집 짓는 프린터 곧 나올 것"

산업 전문가들은 3D 프린팅 기술을 응용한 금광은 생체의학, 건축, 식품 산업에서 터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의료계가 연구에 열을 올리는 분야는 '바이오 프린팅'이다. 인체 세포를 3D 프린터용 잉크로 만든 다음, 신체 촬영 정보를 기반으로 맞춤형 관절이나 심장판막 등 인공 장기를 만드는 게 기본 원리다. 장기 이식이 필요한 환자들이 기증자를 기다리는 대신 자신의 세포를 추출해 인공 장기를 만들고, 사고로 신체 일부를 잃은 경우에도 진짜 같은 인공 신체를 제작할 수 있는 신개념 의료 기술이다. 최근 스웨덴 발렌베리산림과학센터(WWSC)는 3D 프린터로 인공 귀 연골을 제작하는 데 성공해, 쥐를 대상으로 전(前)임상실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로 피가 통하고 신경을 연결할 정도로 정교한 장기를 만들려면 세포가 살아 움직이는 바이오잉크를 만드는 게 관건이며, 이 기술 개발에 전 세계 관련 기업들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건축계도 3D 프린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건축 부지에 3D 프린터를 설치하고 건설 자재를 출력해 쌓아 올리면 운반비나 재료비를 줄이는 건 물론이고 공사 기간도 대폭 단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의 부동산개발업체 줘다(卓達)그룹은 시멘트 대신 자체 개발한 특수 소재를 3D 프린터로 층층이 쌓아 만든 컨테이너 모양의 조립식 주택을 공개했다.

☞3D 프린팅(3차원 인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만든 제품 디자인이나 설계 도면을 바탕으로 플라스틱, 합성수지, 금속 등 재료를 쌓거나 굳혀 3차원의 물체로 만드는 기술. 일반 프린터가 2차원인 종이 위에 잉크로 글과 그림을 출력한다면, 3D 프린터는 다양한 소재로 부피와 두께가 있는 물체를 찍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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