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여성 판매사원 대거 기용해 성공한 브라질 화장품 기업… M&A로 해외서 큰 터키 가전업체
'신흥 다국적 기업들'
스리랑카 茶 브랜드 딜마… 처음부터 해외 마케팅 전력
신흥 시장에서 태어난 기업이 세계적으로 성공하는 일이 늘고 있다. 한국에서도 삼성이나 현대자동차 같은 글로벌 기업이 태어났고, 중국이나 브라질 등에서도 '신흥 다국적 기업(Emerging market multinationals)'이라 불리며 세계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는 업체들이 나오고 있다. 이런 신흥 기업들은 저비용 혁신과 민첩한 의사 결정이라는 강점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스리랑카 차(茶) 브랜드인 딜마(Dilmah)는 '세계서 가장 신선한 홍차'라고 한다. 스리랑카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약 3000달러로, 일부 전문가는 신흥 시장 이전 단계로 분류하는 나라다. 탄탄한 자국 시장을 기반으로 해외에 진출하는 다른 신흥국 브랜드와 달리, 딜마는 처음부터 해외시장을 목표로 삼고 공격적으로 달려들었다. 가장 먼저 진입한 곳은 호주였다. 우선 호주의 대형 마트 콜스(Coles)에서 콜스 브랜드로 판매를 시작한 후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자 '딜마' 독자 브랜드로 판매하자고 제안했다. 딜마는 순수 스리랑카산(産) 홍차, 그리고 농부들이 직접 기르고 손으로 딴 찻잎으로 만들었다는 점을 부각했다. 국제 무대에서 점유율을 더 높이려고 주요 항공사와 5성급 호텔 체인에도 납품했다.
브라질 화장품 기업 나투라(Natura)는 아이디어 회전율이 빠르고 기민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회사는 설립 초기인 1970년대, 자국 시장 유통망을 뚫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유통업체를 통해 화장품을 판매하면 높은 수수료를 내야 하기 때문에 소비자가격을 높게 잡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마케팅 비용이 부족했던 나투라는 젊은 브라질 여성들을 화장품 판매 사원으로 대거 기용하는 방책을 썼으며, 이 방법이 주효해 결국 국내 1위 업체에 올랐다. 나투라는 매달 열 가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새로운 제품을 내놓든지, 상품 포장을 바꾸든지, 할인 행사를 하든지, 무엇이든 매달 새 실험을 한다. 지금은 북미와 남미 지역을 포함해 프랑스·스페인·네덜란드 등 전 세계 18개국에 진출해 있다. 2015년 기준으로 나투라의 해외 매출 비중은 32%에 이른다. 2013년 포브스가 꼽은 가장 혁신적인 성장 기업 10위에 올랐다.
터키 가전업체 아르셀릭(Arcelik)은 이스탄불에 본사를 뒀지만 10곳이 넘는 자회사를 통해 유럽, 미국, 중동, 아시아 등 100여 나라에 진출했다. 터키·루마니아·러시아·중국 등 15곳에 생산 공장이 있다. 아르셀릭의 매출 중 절반이 해외 매출이다. 이 회사는 인수·합병(M&A)으로 해외시장에서 힘을 키운 대표적인 곳이다. 유럽에서 프리미엄 가전을 팔려고 프랑스 '네드', 독일 '그룬딕' '아틱'을 샀고 아프리카 시장에 진입하려고 남아공 '디파이'를 샀다. 이 회사의 해외 매출 중 80%는 이렇게 인수한 해외 브랜드가 벌어들이는 돈이다.
다만 아르셀릭과 같은 인수·합병 접근법은 신흥국 출신 다국적 기업의 한계로 지적된다. 도널드 레서드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슬론경영대학원 교수는 "기업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려면 다른 경쟁 업체들이 쉽게 따라잡지 못하는 핵심 기술 등 '고유한 장점'이 있어야 하는데 신흥국 기업은 그러지 못한 곳이 수두룩하다"며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 여부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결정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