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비즈

선택지 없는 ECB, 헬리콥터 머니 꺼내 든다고 비난할 수 있겠는가

Opinion 마크 길버트(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입력 2016.04.30 03:06
마크 길버트(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유럽중앙은행(ECB)의 마리오 드라기 총재는 동정을 받아 마땅하다. 경기 부양을 위한 유로존 국가들의 재정정책이 전무한 상황에서 그는 과거에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을 동원하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게다가 독일은 일정 수준 이상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은 허용할 수 없다며 공격을 퍼붓고 있다. 드라기 총재는 유로화를 평가절하하거나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릴 방법을 논의하자고 말조차 꺼내기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

이달 21일 열린 ECB 통화정책회의의 주요 결론은 지난 2월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암묵적으로 동의했던 것을 실행에 옮기자는 것이다. 글로벌 환율 전쟁을 중단하자는 것이 회의의 요지다. 드라기 총재는 지난 3월 10일 기자회견에서 "추가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고, 유로화 가치는 떨어졌다. 드라기 총재의 발언 이후 유로화에 대한 미 달러화 환율은 1.08달러에서 1.12달러로 상승했다.(유로화 가치 하락) 이는 한 달 내 최고 수준이었다.

유럽의 상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유로화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드라기 총재가 유로화 약세에 대해 또 언급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그러나 지난주 ECB 통화정책회의 직후 이와 관련된 질문을 받자 드라기 총재는 답변을 피했다. 유로화에 대한 미 달러 환율은 한때 1.14달러까지 갔다가 현재 1.13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추가로 금리를 올리지 않고 있으며, 중국은 위안화 평가절하를 일단 중단한 상태다. 다른 나라들도 통화 약세를 통해 수출을 늘리고 성장을 도모하는 시도를 멈췄다.

지난달 드라기 총재는 헬리콥터 머니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그는 "매우 흥미로운 개념"이라고 묘사했다. 반면 옌스 바이트만 독일 분데스방크 총재는 드라기 총재의 답변에 대해 "멍청한 생각"이라고 공개적으로 무시했다. 드라기 총재는 지난주에도 ECB가 직접적으로 실물경제에 돈을 투입하는 것이 적법한지에 관한 질문을 받았고, 그는 "아직 논의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ECB의 다른 이사들은 이미 수차례 헬리콥터 머니를 언급했다.

통화정책 결정자들이 더 급진적인 조치를 논의하더라도 놀랄 일은 아니다. ECB는 매달 금융 시장에 800억유로를 투입하고 있지만 기업들의 대출 수요는 좀처럼 늘어나지 않고 있다. ECB 조사 결과 은행들은 1분기에 오히려 기업 대출 수요가 대폭 줄었다고 응답했다.

ECB는 이달 은행들에게 '지난 6개월간 ECB의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통해 받은 자금을 어디에 썼는지, 앞으로 6개월간 어디에 쓸 것인지'를 물었다. 은행 여신 담당자 141명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30명은 "약간 기여했다"고 답했고, 70명은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고 답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답변자가 향후 6개월의 상황이 과거 6개월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머빈 킹 전 영란은행 총재는 "통화정책은 해법이 아니다"고 말했다. 캐나다은행(BOC)의 스티븐 폴로즈 총재는 ECB의 통화정책에 대해 "한계에 부딪히기 직전"이라고 말했고, 호주중앙은행(RBA)의 글렌 스티븐스 총재는 "중앙은행들이 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좀더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제 각국 정부가 나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제몫을 할 차례다. 드라기 총재를 비롯한 중앙은행 통화정책가들은 그들이 펼친 통화정책들에 대해서 비난 받아선 안된다. 지금보다 더 과격한 비전통적 정책을 고려한다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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