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푸는 동시에 위안화 가치 하락 막을 묘수는? 中 딜레마 해결할 동안 한국은 더 멀리 봐야
Analysis김소영(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입력 2016.03.19 03:06
중국 관련 뉴스가 들려올 때마다 한국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중국 경제 경착륙, 중국의 외환 위기, 더 나아가서는 중국발 금융 위기 가능성 때문이다. 고속 성장을 이어가던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2015년 6.9%로 낮아졌다. 중국 경제 성장이 올해와 내년에는 더욱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위안화 환율이 출렁이면서 급격한 자본 유출이 나타나고, 중국이 외환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 기업의 부채가 크게 늘어난 것을 금융 위기의 전조로 보는 시각도 있다.
다양한 악재로 중국 정책 당국은 정책 딜레마에 빠졌다. 특히 당장 필요한 정책들과 장기적으로 추구하는 정책 목표가 서로 충돌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중국 금융 당국은 지급준비율 인하, 유동성 공급 등 통화 확장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시중에 돈을 풀면 기업 부채가 증가하고, 위안화 가치가 추가로 하락할 수 있다. 이 경우 더 많은 자본이 유출돼 중국이 외환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것이 중국 위기론의 시나리오다.
작년 8월 이후부터 올해 초까지 미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는 6% 정도 절하됐다. 올해 초부터 중국 금융 당국은 위안화 가치 방어에 나섰고, 올 들어 미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는 1.5% 정도 상승했다. 위안화 절하 추세가 지속되면 위안화 환율이 더 오를(위안화 가치는 하락) 것이라는 예상을 불러일으켜 위안화 투매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중국 정책 당국은 위안화 절하가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이 고착화하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다.
하지만 통화 확장 정책으로 시중에 더 많은 위안화가 풀리면 궁극적으로 위안화 가치 하락을 피할 수 없다. 경기 부양을 위한 지속적인 통화 확장 정책과 위안화 가치 하락을 막으려는 정책은 오랫동안 양립하기 어렵다. 만약 경기 부양 효과가 빨리 나타나지 않는다면 위안화 가치가 더 떨어질 수 있다. 역사적으로 통화 가치 하락을 막으려다 외환 위기가 발생한 경우는 여러 번 있었다. 외환보유액으로 환율 방어에 나서다 외환보유액이 급격히 소진되면서 위기를 맞는 것이 전형적인 외환 위기의 모습이다.
통화 확장 정책에 따른 위안화 가치 하락과 자본 유출 가능성을 파악한 중국 정책 당국은 자본 통제를 강화하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 빠져나가는 자본의 상당 부분은 자본 통제를 피해 우회적으로 유입된 자본이 유출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책 효과가 의심스럽다. 중국 정부는 자본이 우회적인 통로로 유입되는 데 대해 선제적으로 대비했어야 했다.
중국의 통화 확장 정책은 중국이 장기 목표로 추진하던 금융 선진화, 위안화 국제화, 위안화 패권을 위한 노력과 상충된다. 중국은 자본 유출입 자유화와 미 달러화 이외의 다양한 통화 가치를 고려한, 보다 더 자유로운 환율제도로의 이전을 추진해왔다. 미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 상승을 유도하며 다시 달러화 연동으로 회귀하거나, 자본 통제 강화를 고려하는 것은 중국 정부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다행스러운 점은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작년 여름 이후 6000억 달러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3조2000억 달러 수준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중국의 달러 공급처인 경상수지는 지속적인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전부 실제로 사용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의문의 여지가 있다.
한국도 중국과 비슷한 처지다.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 인하 등 통화 확장 정책이 필요하지만, 금리 하락으로 가계 부채가 더욱 증가하고 자본 유출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하지만 한국은 환율의 변동성을 용인하는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 경제는 중국보다 국제 자본 유출입에 훨씬 익숙하다.
한국 경제의 더 큰 문제는 중국 경제의 악화 그 자체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대중 무역 규모는 급격히 커졌다. 중국은 한국에 제1의 무역 상대국일 뿐 아니라 구조적으로도 수직 결합돼 있다.
금융은 물론 문화, 관광, 인적 교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에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미국 금융 위기 때보다 한국이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고심하는 동안 한국은 미래를 위해 보다 분산적인 국제 경제 관계를 구축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