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시기엔 경험과 지식이 오히려 저주… 리더부터 말단까지 순진무구한 '신인 재능' 끄집어 내라
People런던=배정원 조선비즈 기자
입력 2016.01.16 03:04
리즈 와이즈먼 와이즈먼그룹 회장
디지털 사회에서 중요한 건 무엇을 얼마나 아느냐가 아닌 의문 갖고 묻고 발견하는 것
"새로운 것을 얻기 위해서 우선 가진 것을 버려야 할 때가 있습니다. 급변하는 세계에서는 경험이 오히려 저주가 될 수 있습니다. 새로움, 순진함, 무지, 순진무구함이 오히려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리즈 와이즈먼(Wiseman·51) 와이즈먼그룹 회장은 좋은 리더의 첫째 자질로 '순진함'을 꼽았다. 전문성과 숙련도, 경험의 지혜가 아니라 '무지함'이 필요하다는 얘기는 많은 사람에게 의외다. 와이즈먼 회장은 "모바일 플랫폼 등 새로운 기술의 등장으로 급변하는 세상에서는 얼마나 알고 있는지보다, 스스로 잘 모른다고 인정하고 새로운 것을 빠르게 받아들이는 능력이 중요하다"며 "리더 스스로를 포함해 조직이 루키(Rookie)의 마음가짐을 갖도록 하는 게 리더십의 키워드"라고 강조했다. '루키'는 '신입생' '신인' '신참'을 뜻한다.
와이즈먼 회장은 국내에서는 저서 '멀티플라이어(Multipliers)'와 '루키 스마트(Rookie Smarts)'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미국의 소프트웨어업체 오라클에서 17년 동안 일하며 인적자원을 개발하는 업무를 맡았다. 오라클에서는 글로벌 인적자원 개발 담당 부사장을 지냈다. 이후 실리콘밸리에 리더십 컨설팅회사 와이즈먼그룹을 설립, 전 세계 경영인을 대상으로 리더십을 컨설팅한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나이키, 갭 등 글로벌 브랜드가 주요 고객이다.
'경험 부족'이 이점 될 수 있다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선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인가요?
"그보다는 우리가 흔히 핸디캡으로 생각하는 '경험 부족'이 오히려 이점이 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특히 지금처럼 빠른 속도로 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더 그럴 수 있습니다. 오늘날 많은 리더는 똑같은 문제를 두 번 마주하는 일이 없습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당신 자신이 무엇을 아느냐가 아닙니다. 어떻게 하면 신속하게 배우고, 나아가 다른 사람이 아는 것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연구 결과, 25세부터 65세까지 나이를 막론하고 뭔가를 처음 접할 때는 학습자의 이점이 발휘됩니다. 의아해하고, 묻고, 발견해 가는 과정 속에서 최선의 사고를 하는 것이죠. 그럼으로써 종종 경험이 있는 사람들보다 더 나은 성과를 보이곤 합니다. 기업들은 이런 '루키 재능'을 활용하고 육성하는 리더십과 재능 관리 경영을 도입해야 합니다."
―'루키'의 장점에 대한 사전 연구가 많지는 않은 것으로 봅니다만.
"미국 사회철학자 에릭 호퍼(Hoffer)가 쓴 '인간 조건에 대한 고찰'을 보면 이런 말이 나옵니다. '급격한 변화의 시기에 미래를 물려받는 것은 학습자이다. 박식한 사람이란 대개 더 이상은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 살도록 맞춰진 사람이다.' 지식이 오히려 부담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통찰입니다. 또한 '늘 주려 있으라. 우직해라(Stay hungry. Stay foolish)'라고 한 스티브 잡스의 유명한 조언에도 자극을 받았습니다."
―루키의 성향을 지닌 리더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보통은 경험을 쌓으면서 확신과 신뢰, 지식을 얻습니다. 하지만 일정한 패턴을 알게 되면, 그래서 모든 것이 이전에 한번 본 것들이 되면, 새로운 가능성을 보는 것을 멈춰버릴 수 있습니다. 왜 그런지 질문하지 않고, 그냥 관성적으로 처리하는 것이죠. 아울러 우리는 경험을 쌓는 중에 상처를 입으면서 두려움도 함께 배웁니다. 점점 지켜야 할 평판이 쌓인 결과 실패를 용납할 수 없게 됩니다. 저는 이것을 일련의 '성년·진입 학습 장애'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배우기를 중단하면, 즐거움도 성취도 끝납니다.
반면 우리가 생전 처음으로 뭔가를 할 때는, 그러니까 완전 초짜일 때는 왜라고 이유를 묻고 남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불가능하다는 것을 모르죠. 그래서 순진하게 도전해 봅니다. 또 빠르게 움직입니다. 숙련돼 있어서가 아니라 그만큼 필사적이기 때문입니다. 연구 결과를 보면, 루키들이 베테랑보다 남에게 도움을 청할 가능성이 4배 높고, 전문가들에게 손을 뻗을 가능성이 40% 높았습니다. 외부에 도움을 더 많이 청할 뿐만 아니라, 훨씬 더 많은 사람과 접촉합니다. 이런 차이가 무지에서 오는 네트워크 효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식 보유보다 지식 습득이 중요
―디지털 사회에서 지식의 본질이 달라졌다는 건가요?
"이제 직장이라는 것은 우리가 가야 하는 장소가 아닙니다. 아침에 어떤 건물 안에 들어가서 출석을 확인하고 저녁에 퇴근하는 장소의 개념이라기보다, 우리가 기여하는 지평(landscape)이 돼가고 있습니다. 이런 새로운 '업무지평(workscape)'에는 처리해야 할 정보가 엄청나게 많고, 업무 사이클은 빠르게 돌아가고, 지식과 스킬은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쓸모없는 것으로 변합니다.
예컨대, 어떤 사람이 기술 산업에서 일하고 있다면, 5년 후에는 그 사람이 지금 아는 것의 15% 정도만 쓸모 있을 것입니다. 콘텐츠의 양은 점점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이 확실하죠. 알아야 할 것이 너무 많을 경우에는 데이터를 마스터한다는 것이 부질없어집니다.
모든 것을 구글링으로 찾을 수 있는 하이퍼 지식 경제에서는 지식을 보유하는 것보다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갖고 있는 모바일 기기처럼 작동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모바일 기기를 보세요. 데이터 저장 능력이 아니라 처리 능력이 중요하지 않습니까?
오늘날 리더들이 처한 조건을 저는 군대 용어인 뷰카(VUCA)로 설명하고 싶습니다.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으로 가득한 환경을 뜻하는 약어인데, 이런 환경에서는 높은 경각심과 상황 대응 태세가 필요합니다."
―루키의 마음가짐을 유지하기 위한 좋은 습관을 추천한다면?
"베테랑 전문가가 루키의 마음가짐을 유지하는 방법으로 세 가지를 추천합니다.
첫째, 기존의 사고 방식을 훌훌 털어내 보세요. 베테랑 리더들은 주기적으로 자기 자신의 경험에서 쌓인 가정과 마음의 짐을 벗어 던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습관적인 언어와 사고를 어지럽히는 공허한 전문용어들을 걷어내고 순진무구한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새로운 전문가들을 찾아보세요. 경험 많은 리더들은 매사에 자기 팀에서 '해결사'가 되기 쉽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스킬은 다른 사람들이 아는 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것입니다. 리더로서는 자기가 전문성이 있는 영역에 반복해서 끼어들 유혹을 피해야 합니다.
셋째, 신중하게 하지만 민첩하게 움직이세요. 리더는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천천히 시작해서 듣고 배울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뭘 해야 하는지 알고 난 후에는 재빨리 실행에 옮겨야 합니다. 마치 단체 줄넘기를 할 때처럼, 처음에는 리듬을 파악하고 들어갈 때를 지켜본 뒤, 재빨리 뛰어들어서 동작을 이어가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