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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귀재' 피스카스, 핀란드 먹여 살릴까… 경제 침체 속에서 공격적으로 세계 진출

Analysis 김남희 조선비즈 기자
입력 2016.01.16 03:04

힘 빠진 '북유럽 호랑이' 핀란드, 국가 대표 기업 노키아 몰락 주요 수출처인 러시아 위기, 인구 노령화로 인력까지 줄어… 노키아 무너진 후 창업 붐

360여년 긴 역사를 가진 피스카스 그룹이 최근 몇 년간 공격적으로 세계시장에 진출하게 된 것은 핀란드의 오랜 경기 침체 상황과 관련이 크다. '북유럽의 호랑이'로 불리던 핀란드가 경기 침체로 흔들리면서 작은 울타리 안에 안주하면 안 된다는 위기감이 높아졌고 이것이 적극적인 브랜드 인수·합병의 계기가 됐다.

핀란드 경제성장률은 2012~2014년 3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데 이어 작년에도 마이너스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핀란드 경제는 한때 핀란드의 국민 기업으로 불린 노키아의 몰락, 주요 수출품인 목재 산업의 성장 둔화, 주요 수출처인 러시아의 경제 악화로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인구 노령화도 겹쳐 총체적 난국이다.
한때 세계 1위 휴대전화 제조사였던 노키아는 애플과 삼성전자 등의 스마트폰에 밀려 휴대전화 사업을 접어야 했다. 노키아는 2014년 마이크로소프트에 휴대전화사업부를 매각했다. /블룸버그
가장 컸던 것은 세계 최강의 휴대전화 기업이던 노키아의 추락이다. 핀란드 경제와 노키아는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 핀란드 국민에게 노키아는 애증의 대상이다. 150여년 역사를 가진 노키아는 핀란드 경제에서 큰 존재감을 자랑했다. 노키아는 1998~2007년 핀란드 수출의 20%를 차지했고 법인세의 23%를 부담했다. 핀란드 전체 연구·개발 지출의 3분의 1을 노키아가 차지했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노키아는 2007년 애플의 아이폰 출시로 시작된 스마트폰 혁명에 제때 대응하지 못하면서 몰락의 길을 걷게 됐다. 노키아가 잘나갈 때는 노키아가 핀란드를 먹여살린다고 했고, 노키아가 쇠락했을 때는 노키아가 나라 경제를 망쳤다는 얘기가 나왔다. 게다가 세계경제 침체로 원자재 시장이 침체되면서 자원 부국인 핀란드는 다른 나라보다 큰 충격을 받았다. 주요 수출품인 목재와 종이 산업의 성장이 정체되면서 경제 전체에 타격이 컸다.

핀란드의 주요 수출 대상국인 러시아의 경제 위기설도 대형 악재다. 대(對) 러시아 수출은 핀란드 전체 수출의 10분의 1 정도를 차지하는데, 이는 핀란드 국내총생산(GDP)의 4%에 해당하는 규모다.

인구 노령화도 핀란드의 경제 회복을 막는 장애물로 꼽힌다. 제2차 세계대전 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기 시작하고 취업자 수가 줄면서 나라 경제에 부담이 커졌다. 핀란드의 노동 연령 인구 비율은 2012년 65%에서 2030년에는 58%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기간 65세 이상 인구는 18%에서 26%로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에르키 리카넨 핀란드 중앙은행 총재는 "핀란드 경제는 동시에 여러 가지 충격을 함께 받고 있다"며 "이 정도의 충격을 받은 국가는 유럽에서 핀란드가 거의 유일하다"고 했다.

작년 4월 취임한 기업가 출신 유하 시필레 총리는 핀란드 경제 구조 개혁을 선언했다. 시필레 총리는 2019년까지 노동 비용을 5% 이상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한 노동 개혁안을 추진 중이다. 노동 비용을 줄이면 재정 적자를 감축하고 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국제 신용 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핀란드의 높은 노동 비용을 경제 성장의 걸림돌로 지목한 바 있다.

다만 아예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노키아가 무너진 이후 핀란드에서 창업 붐이 일어난 것은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노키아가 실적 악화로 직원들을 내보낸 후 이들 노키아 출신 엔지니어와 개발자들은 창업의 길로 나갔다. 그러나 이제 막 싹튼 창업 붐이 노키아의 자리를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란 평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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