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글로벌 금융시장 혼란 빠뜨린 '중국 증시 폭락'… 과연 '중국發 위기' 오나 안 오나
Opinion노아 스미스 스토니브룩대 교수
입력 2016.01.16 03:04
연초부터 중국 증시가 폭락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중국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면서 나머지 국가들도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중국 경제가 '위기'에 직면했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중국 정부가 금융 위기와 경제 침체를 막기 위한 의지를 확고히 했기 때문에 경착륙은 없으리란 낙관론, 떨어지는 주가보다는 금융시장에 쌓인 부실채권 문제가 위기를 촉발하는 뇌관이 될 것이란 비관론이 맞선다. 서로 다른 입장을 담은 두 개의 칼럼을 소개한다.
편집자
[증시거품보다 무서운 건 중국의 수백억 위안 부채] 노아 스미스 스토니브룩대 교수
중국 주가가 연초부터 급락했다. 새해 첫 거래일이던 4일 상하이종합지수는 개장 직후 서킷브레이커(주가가 급등하거나 급락하면 주식 매매를 일시 중단하는 것)가 두 차례 걸렸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장중 3000 선이 무너진 뒤 작년 9월에 기록했던 2015년 최저치에 근접한 상태다.
중국 주가 급락으로 글로벌 주식시장 역시 타격을 받았다. 미국 증시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은 작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1만7000 선이 깨졌고 홍콩 항성지수는 2년 6개월 만에 2만 선이 붕괴했다.
글로벌 주가가 연달아 하락한 데는 중국 경제 둔화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다. 미국에선,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이 떼돈을 벌 것이라고 예상한 일부 투자자가 이런 회사들의 주식을 샀는데, 이번에 발을 뺐다. 중국 증시가 큰 폭으로 떨어지자 전반적인 투자 심리 역시 급속히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주가 연쇄 하락의 이유가 무엇이든,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주가 하락보다는 중국의 금융시장이다. 거품이 꺼지는 현상보다는 거품 붕괴가 중국 경제와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가 더욱 중요하다는 뜻이다.
만일 중국 경제가 직면한 문제가 주식시장 거품 붕괴뿐이라면, 피해 규모는 크지 않다고 봐도 무방하다. 주식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단순히 주식에 적힌 자산가치를 쪼그라들게 할 뿐이기 때문이다.
주가 하락이 실물경제에 주는 영향은 실제로 미미하다. 미국의 '닷컴 버블 붕괴'가 촉발한 글로벌 기술주(株) 급락 사례를 보자. 1990년대 말 형성된 닷컴 버블이 꺼지면서 2000년 3월부터 2002년 10월까지 나스닥 종합지수는 2년 반 만에 70% 하락했다. 주가는 바닥을 기었지만, 닷컴 버블 붕괴 이후 미국 경제 침체는 경미한 수준에 그쳤다.
사실 중국 경제가 직면한 문제는 증시 외에도 더 있다. 중국 경제가 안고 있는 부실채권 문제야말로 부동산 시장 거품 붕괴와 금융 위기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 채권시장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주가 하락 때완 달리 중국 금융시장은 회복하기 힘든 타격을 입을 것이다.
중국 기업과 지방정부는 수년에 걸쳐 '그림자 은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왔다. 그림자 은행은 일반 은행처럼 돈을 빌려주지만, 은행과 같은 수준의 건전성은 갖추지 못한 비제도권 은행을 말한다. 은행들은 자산운용사의 역할을 하는 신탁회사(그림자 은행)를 세우는데, 이런 신탁회사는 개인 투자자에게 고수익 정크본드와 같은 상품을 판매한다. 신탁회사는 채권 상품을 팔고 얻은 자금을 부동산 개발 관련 기업이나 지방정부에 대출해준다. 그리고 부동산 개발 사업이 잘되면, 개인 투자자들에게 수익금을 돌려주는 방식이다.
중국 내 부동산 자산 가격이 하락하고 부동산 개발 시장이 정체되면, 대출자들은 상환이 불가능해진다. 그러면 그림자 금융이 대출을 담보로 개인 투자자들에게 판매한 채권 상품까지 손실을 보게 된다. 연쇄적으로 이런 그림자 금융에 투자한 은행들까지 최악의 상황에 놓인다.
중국 부동산 가격은 2014년 말부터 2015년에 걸쳐 천천히,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일각에선 중국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대부분 꺼지고 디플레이션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부동산 시장이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서면, 금융시장 디폴트 위험이 높아져 중국 경제에도 치명타를 줄 수 있다는 뜻이다.
1980년대 일본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일본 증시(닛케이 평균) 거품이 빠르게 꺼졌지만 결국 일본 금융시장을 파괴하고 장기 침체로 몰아넣은 것은 부동산을 토대로 한 부실채권 문제였다.
이미 주식시장에선 이런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추측된다. 중국 증시는 2014년 말부터 급등하기 시작했다. 이는 중국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한 시점과 일치한다. 당시 투자자들이 중국 부동산 시장이 꺼질 것으로 예상하고 대체 투자처를 찾아 주식시장으로 옮겨갔을 가능성도 있다.
그 투자자들이 중국 주가를 말도 안 되는 수준까지 밀어 올렸고 이를 본 투기꾼들도 합류해 주가 상승에 기여했을 것이다.
중국 주가가 떨어지는 것만 우려할 때가 아니다. 중국의 부실채권 문제에 따른 금융시장 혼란이 선진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중국보다 부채비율 높은 일본도 멀쩡한데…] 크리스토퍼 발딩·베이징대 HSBC비즈니스 스쿨 교수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발발 이래 금융 전문가들은 어느 나라가 다음번 금융 위기의 진원지가 될 것인지 찾아내려고 노력해왔다. 그리고 지난주 중국이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전 세계 금융시장은 중국 경제성장 둔화 리스크로 패닉에 빠졌다. 중국에 대한 우려가 타당한 측면이 있지만 너무 과도한 측면도 있다.
금융 위기를 유발하는 요인들은 다양하다. 과거 금융 위기에서는 급속한 대출 증가, 부실한 공공 금융, 자산 버블로 희생자가 양산됐다.
오늘날 중국 역시 이런 리스크들로 고통받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2008년 이후 중국의 대출 증가가 근대 금융 역사에서 대출이 가장 많이 늘어난 사례 중 하나라고 경고했다. 은행의 스트레스 테스트(안전성 평가) 지표로 널리 쓰이는 국내총생산 대비 신용비율(credit-to-GDP gap)은 중국이 전 세계 국가 중 가장 높은 25.4를 기록하고 있다. 2위인 터키의 수치가 16.6이다. 2007년부터 2014년 말까지 중국과 홍콩의 GDP 대비 부채는 각각 82%, 103% 증가했다. 다른 신흥국들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빠른 속도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 정부 적자가 GDP의 10%에 달한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부실채권 비율 역시 심각하게 과소 평가돼 있다. 오토노머스 리서치의 샤를렌 추는 GDP 대비 부실채권의 비중이 20%에 가까울 것으로 추정했다.
이런 요소들이 뒤섞여 있는 것을 보고 있으면 위기는 필연적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추정하는 실수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우선, 특정 국가의 리스크 레벨이 높다고 해서 꼭 재앙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GDP 대비 부채비율이 거의 400%에 달하는 일본을 보자. 중국보다 GDP 대비 부채비율이 훨씬 더 높지만 일본발(發) 금융 위기를 걱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금융 위기를 겪는 나라들이 공통의 리스크를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런 리스크를 갖고 있는 나라들이 모두 위기에 처하는 것은 아니다.
둘째로 위기는 다양한 요소들의 복잡한 상호작용에서 비롯된다. 위기는 정형화된 모습으로 나타나거나 예측 가능한 순서로 일어나지 않는다. 맬컴 글래드웰은 저서 '아웃라이어'에서 항공기 추락 사고를 '겉보기에 하찮은 오작동들이 축적된 결과'라고 묘사한다.
중국의 지도자들은 중국 경제 내부의 '겉보기에 하찮은 오작동들'에 크게 신경을 쓰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오작동을 고칠 수 있는 도구들을 가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부실기업들이 도미노처럼 쓰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 재빨리 움직였다. 중국 당국은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루머를 검열할 수 있고, 통화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수십억달러의 보유 외환을 내다 팔 수 있고, 은행 시스템에 많은 자금을 공급할 수 있다. 이런 정책들로 적어도 재앙이 생겨날 가능성은 낮아질 것이다.
셋째로 금융 위기에 대한 불안감은 중국 정부에 정치적 부담을 준다. 중국 경기 둔화는 중국 내 공산당 지배 구조에 위협이 된다. 공산당은 경제적으로 경쟁 우위를 차지하려면 공산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위기 직전까지 중국 지도부가 온갖 경기 부양 정책이나 구제금융을 위한 특단의 조치를 모조리 실시한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전혀 없다는 얘기다. 중국은 금융 위기 위협을 막기 위해서라면 터무니없는 정책도 가리지 않고 펼칠 것이다. 경제성장률의 두 배에 달하는 부채 증가율을 유지하는 정책처럼 말이다.
사실 더 큰 문제는 혼란을 막기 위한 방법들이 총동원됨으로써 심각하고 고통스러울 중국의 구조조정이 뒤로 미뤄지는 것이다. 실제로 대출 증가를 줄인다면 부도를 내는 기업들이 연쇄적으로 나올 것이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가 GDP 성장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부채 증가와 경제 전반에 계속 손실을 가져오는 좀비 기업들의 확산은 궁극적으로 중국 경제의 붕괴 리스크를 더 크게 만들 뿐이다. 위기는 많은 실패 이후 찾아오는 마지막 결과가 될 수 있다. 치료제가 병보다 더 나쁠 수 있다는 의구심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