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비즈

위안화 국제화 샴페인 터뜨릴 때 아니다

Opinion 크리스토퍼 발딩 HSBC 비즈니스 스쿨 교수
입력 2015.11.28 03:00
크리스토퍼 발딩 HSBC 비즈니스 스쿨 교수
중국은 위안화의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 중이다. 최근 중국은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달러, 유로, 엔, 파운드화에 이어 위안화를 전 세계 기축통화로 지정할 계획이다. 중국이 전후 경제 질서를 다시 쓸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에게 이번 사건은 미 달러화가 왕좌에서 밀려나는 계기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IMF의 결정은 일종의 정치극이다. 위안화는 IMF의 특별인출권(SDR)을 구성하는 통화 바스켓에 포함될 예정이다. SDR은 통화가 아니며, IMF에 대한 청구권도 아니다. SDR 보유자들은 단순히 SDR을 구성하는 통화들에 대해 동등한 가치를 주장할 권리를 가질 뿐이다. 중앙은행들과 투자자들이 갑작스럽게 위안화를 사용해야 한다든지 위안화 사용을 권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IMF의 의중이 명확해졌다는 것이다. IMF는 위안화가 글로벌 기축통화로 자리 잡는 것을 막지 않고 있다.

IMF는 중국을 돕기 위해 가능한 한 모든 일을 할 것 같다. SDR 통화에 편입됐다는 것은 '해당 통화가 자유롭게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IMF는 SDR 통화를 '국제 거래에서 지불 수단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주요 외환시장에서 광범위하게 거래되는 통화'로 정의한다. 위안화를 SDR에 편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지난 2013년 9월 기준으로 위안화가 국제 결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 미만이었지만, 지난 10월에는 2.5%까지 늘었다"고 강조한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5 종류 통화 가운데 하나가 위안화라는 것이 주장의 요지다.

그러나 이 수치는 위안화의 영향력을 엄청나게 과장하고 있다. 위안화는 전 세계적으로 캐나다 달러나 호주 달러에 비해 조금 더 사용되고 있을 뿐이다. 캐나다 달러를 SDR에 포함시키자고 제안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중국은 전 세계에서 둘째로 큰 경제 대국이며 무역 규모가 가장 큰 국가이다. 그러나 동시에 위안화 결제의 70% 이상은 홍콩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홍콩은 중국 본토의 해운·교역 허브로서 전략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위안화로 표시된 신용장의 98%가량이 중국과의 원활한 교역을 위해 홍콩, 마카오, 싱가포르, 대만 등에서 발행되고 있다. 위안화는 아시아에서조차 파생상품 거래나 그와 유사한 금융거래에서 담보로 취급되지 않고 있다. 위안화는 중국과 거래하는 나라와의 실질적인 상품 거래에서만 사용되고 있다.

게다가 위안화는 금융시장에서 광범위하게 거래되지 않는다. 중국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위안화를 보유하고 있는 홍콩의 경우 위안화 예치금 규모가 9000억위안, 약 1400억달러(약 160조900억원)에 불과하다. 미국 코카콜라의 시가총액보다 400억달러나 적다. 코카콜라의 시총은 애플 시총의 5분의 1 정도다. 중국 본토를 제외한 위안화 예치금 총액은 태국 주식시장의 시가총액 합에도 못 미친다.

중국에 대한 편견 때문에 위안화가 널리 쓰이지 않는 것이 아니다. 이는 의도적인 정책의 결과다. 글로벌 외환보유액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2%라는 통계를 다시 살펴보자. 실질적으로 대다수 국가가 위안화를 자국의 외환보유액에 넣은 것은 중국의 중앙은행인 런민은행과의 통화스와프 계약 때문이다. 이는 중국 런민은행이 위안화 가격을 계속 통제하고 있고, 필요할 경우에 거래를 거절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 런민은행은 지난주 중국 은행들에 위안화 해외 대출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다른 중앙은행들이 중국 내에서 위안화를 자유롭게 매입할 수 있는 반면, 중국 밖에서 위안화를 사용하는 데에는 제약이 따른다.

올해 초 중국 정부는 청산결제은행이 중국 밖에서 런민은행으로부터 위안화를 빌리는 대가로 자산을 제공하는 방식의 재매입 약정을 맺는 것을 허용했다. 그러나 BNP파리바는 역외 위안화 거래는 중국 정부가 소유한 청산결제은행을 통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는 '자유롭게 사용되는'이라는 국제통화의 정의에 어긋난다.

낙관론자들은 위안화의 SDR 편입이 중국의 금융개혁을 촉진할 것이라고 말한다. 개혁 지지자들은 장기간에 걸쳐 중국의 금융 시스템을 개방할 계획이다. 문제는 낙관론을 뒷받침할 증거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중국 밖의 금융시장에서 위안화 사용 규모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 투자은행 바클레이스에 따르면 지난해 중반 이후 위안화 표시 부채 규모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홍콩의 위안화 예치금 규모는 지난해 1월 이후 거의 변동이 없었다.

이처럼 역설적인 상황이 빚어진 것은 국제적인 투자자들과 중앙은행들이 더 많은 위안화를 원했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중국 정부가 진정으로 금융시장을 개방한다면 1조달러에 달하는 돈이 외환보유액에서 중국의 채권시장으로 흘러 들어갈 것으로 추산한다.

그러나 경제학자 배리 아이컨그린은 투자자들이 기축통화를 규모, 안정성, 유동성을 고려해 평가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위안화를 통제하려고 할수록, 기축통화로서 위안화의 매력은 반감된다. 위안화의 사용 규모에는 제약이 따르고, 위안화 환율은 중국 정책 당국자들의 변덕에 따라 좌지우지된다.

투자자들은 어디를 가더라도 통화와 자산 가격의 변동성을 감내할 준비가 되어 있다. 투자자들이 정말 두려워하는 것은 무계획적인 정책 대응과 반사적인 규제, 불투명한 제도 등이다. 중국의 금융 규제가 딱 그렇다. 중앙은행들과 투자자들은 여전히 위안화를 원할 때 사고팔 수 있는지를 걱정한다. IMF가 위안화를 SDR에 편입했다 하더라도, 위안화가 더 매력적인 자산이 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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