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비즈

한국 경제전망과 산업 경쟁력은? 세계 석학 25명에 물었더니

Trend 런던=이혜운 기자
입력 2015.11.21 03:04

한국이 日·中사이 샌드위치? 오만한 생각 중국은 이미 미국 반열… 한국은 이제 인도와 경쟁

한국 경제가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는 분석조차 현 시점에선 오만(傲慢)이었다.

장루이민 하이얼 회장이 영국 런던에서 열린 싱커스 50 행사에서 수퍼스타가 된 날 위클리비즈는 참석한 경영 석학들 중 25명에게 한국 경제 전망과 산업 경쟁력에 대해 물었다. 그들에게 한국 산업이 일본을 따라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쫓아오고 있는 중국을 따돌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다.

하지만 이들은 한국이 아직 중국에 앞서 있다는 전제를 깐 '샌드위치'라는 말 조차도 이해하지 못했다. 대부분의 석학은 "한국은 이미 중국에 뒤떨어졌고, 한국의 새로운 경쟁 상대는 인도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샤오미, 더는 카피캣(copycat·흉내쟁이) 아니다

석학들에게 한국 기업에 대해 물었을 때 언급된 기업은 삼성, 현대자동차 단 2개 기업이었다. 게다가 이들은 삼성 역시 중국 기업들에 비해 경쟁력을 잃은 지 오래라고 말했다.

나비 라드주 영국 케임브리지 저지경영대학원 선임연구원은 "샤오미조차 '혁신'이라는 관점에서는 삼성을 앞질렀다"고 말했다.

그는 "샤오미는 더 이상 애플과 삼성의 카피캣이 아니다"라며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가장 빠르게 짚어내 혁신적인 제품을 만드는 회사"라고 말했다.

삼성의 라이벌에 대해서는 "애플은 (삼성과 달리) 프리미엄 브랜드라 경쟁 상대가 될 수 없다"며 "앞으로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시드 핀켈스테인 다트머스대 터크경영대학원 교수도 "이미 중국 기업은 품질 낮은 제품으로 박리다매(薄利多賣·싼 제품을 많이 팔아 이익을 남기는 것)를 하는 수준을 벗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중국 경제의 경쟁력은 정부 주도의 강력한 정책이 아니라 좋은 제품으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는 우수한 기업들"이라며 "최근 중국 경제가 위기 조짐이 있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기업 기반이 튼튼하기 때문에 우려할 일은 없다"고 말했다.

수비르 차우드허리 ASI 회장도 "중국은 이미 미국과 비슷한 반열에 올랐고 세계 시장에서도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며 "앞으로도 최소 100년간은 비슷한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새 경쟁자는 인도"

경영 석학들은 한국의 새로운 경쟁자로 '인도'를 들었다.

수비르 차우드허리 회장은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가장 큰 국가는 인도"라며 "인도 기업은 성장 초기의 중국 기업처럼 싼 노동력과 엄청난 내수 시장, 첨단 기술 개발 등을 등에 업고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도의 강점은 무엇보다도 탄탄한 중산층"이라며 "이런 분위기라면 앞으로 10년 안에 중국을 이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석학들은 인도의 경쟁력으로 국민들이 매우 근면하고 개념적 사고와 분석에 뛰어나며 인내심이 강한 점을 들었다. 영어를 사용할 수 있으며, 전통적으로 미국식 교육을 받아 동서양을 아우르는 경영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봤다.

특히 석학들은 인도 출신 경영인들이 글로벌 기업에서 리더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인도 경제의 경쟁력으로 보고 있었다.

나비 라드주 선임연구원은 "앞으로 기업 경쟁력은 오픈 플랫폼 속에서 다른 나라나 기업들과 협력해 기술을 개발하고, 제품 사용 역시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 등을 통해 공유하는 형태로 발전할 것"이라며 "이 경우 선다 피차이 구글 CEO, 사티아 나딜라 MS CEO 등 글로벌 기업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도 리더들은 자국 기업에 큰 힘이 되어 줄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브 얼리치 미국 미시간대 경영대학원 교수도 "인도 경영자들이 글로벌 기업에서 리더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앞으로는 인도 자체 기업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데스 디어러브 싱커스 50 창립자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혁신 기업은 터키의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그룹 터크셀(Turkcell), 아프리카의 모바일 은행 엠 페사(M-pesa), 마지막으로 인도의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 인포시스(infosys)"라고 말했다.

한국 기업의 단점은 브랜드 경쟁력 부족

세계 석학들은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낮게 보는 가장 큰 이유로 '브랜드 가치 부족'을 들었다.

마크 에스포시토 미국 하버드대 경영학과 교수는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핵심 가치가 있어야 한다"며 "일본은 도요타로 대표되는 장인 정신이, 중국은 하이얼로 대표되는 속도가 있지만 한국 기업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자동차가 폴크스바겐의 아우디나 도요타의 렉서스처럼 고급 브랜드를 만들려 하는 것 같은데, 그러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확실한 '가치(value)'"라고 말했다.

쇼핑학 창시자인 마틴 린드스트롬도 "인도인을 떠올리면 '수학과 물리에 능한 인재'가 떠오르고 그것은 인도라는 국가 이미지, 인도 기업의 이미지와도 연결된다"며 "하지만 한국은 아직 국가 이미지라고 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에 대해서도 "삼성을 한국 기업이라고 아는 사람도 드물 뿐만 아니라 삼성이 가진 브랜드 이미지도 흐릿하다"며 "이는 과거 소니가 '비싸지만 멋지고, 성능이 뛰어난 일본 브랜드'란 이미지로 세계 시장에서 활약하며 다른 일본 브랜드를 키워주던 것과 비교된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이 다른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이 부족한 것도 단점이라고 지적했다.

나비 라드주 선임연구원은 "한국의 가장 큰 약점은 연구개발(R&D)을 자체적으로(in-house) 하려고 한다는 것"이라며 "일본 기업이 경쟁력을 잃은 것도 결국은 혼자서 다 하려다가 좌초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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