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비즈

'메이드 인 저머니' 큰 타격… 성장률 악영향 미칠 중요한 사건

Analysis 베를린(독일)=이혜운 기자
입력 2015.10.03 03:04

[마르틴 고르니히 독일경제연구소 팀장] 폴크스바겐 사태, 독일산 제품 전체로 확산 가능성… 아웃소싱 공장 있는 동유럽 경제까지 영향 받을 수도

마르틴 고르니히 독일경제연구소 팀장
"세계 시장에서 '메이드 인 저머니(made in Germany·독일산)'는 완벽한 품질과 안전성, 신뢰를 상징했습니다. 이번 폴크스바겐 사건은 독일만이 갖고 있는 '브랜드'에 큰 타격을 준 것입니다."
독일 베를린 중심가에 있는 독일경제연구소(DIW)는 독일에서 가장 큰 경제 연구소다. 1925년 '베를린 경기 예측소'로 설립된 후 독일 내 경제성장률을 예측하고 분석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독일에서는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곳이다. 폴크스바겐 사태에 대해 상대적으로 숨죽이는 다른 연구소와 달리 빨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곳이다.
지난달 29일 오후 DIW 내 도서관에서 만난 마르틴 고르니히(Gornig·55) 기업시장팀장은 "메이드 인 저머니'의 타격은 자동차를 넘어, 부품 등 자동차 업계, 이후 독일산 전체로 확산될 것"이라며 "이는 독일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릴 수도 있는 중요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메이드 인 저머니'의 타격
"2010년 유럽연합(EU)은 유럽 내에서 만드는 제품을 '메이드 인 EU'를 달아서 내보내자고 제안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독일 정부는 거절했습니다. '메이드 인 저머니'는 곧 '프리미엄'을 상징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독일 제품 전반뿐 아니라 국가 이미지를 높이는 데도 크게 기여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전 세계 소비자들은 '폴크스바겐이 사기를 쳤다'고 생각합니다. 신뢰에 금이 가면, 브랜드 위상에도 금이 가고, 결국 국가 신뢰도까지 하락할 수 있습니다. 만약 사건이 폴크스바겐만으로 그친다면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BMW나 벤츠 등 다른 자동차 업체로 번진다면 독일 경제뿐 아니라 EU의 경제성장률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독일 함부르크 항구 너머로 보이는 도시의 전경. 지난 2008년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 이후 독일의 수출이 크게 늘면서 독일 최대 항구 함부르크항(港)은 수출 컨테이너가 계속 몰려들고 있다. / 블룸버그 제공
독일 경제에서 자동차 산업은 주요 산업입니다. 독일인 7명 중 1명이 자동차와 관련된 일자리에서 일합니다. 독일 수출액 중 20% 가까이를 자동차가 차지합니다. 자동차와 관련된 부품이나 소프트웨어 사업까지 합치면 더욱 커집니다. 유럽 경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독일 자동차 업계는 독일 내 공장에서 조립만 할 뿐, 생산은 대부분 다른 EU 국가나 체코, 헝가리 등 동유럽에서 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판매량이 줄면 공장이 있는 동유럽 경제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자동차는 독일인에게 부의 상징이었고 경제적 안정감이었습니다. 독일인의 자동차에 대한 애정과 자동차 산업에 대한 자부심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사실 독일 기업이 전 세계적 사고를 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벤츠 A클래스의 기술 결함도 있었고, 도이체방크가 이자율로 사기를 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독일이 자부하는 제조업에서 발생했고 신뢰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독일인들이 '부끄럽다'고 말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이번 사건을 두고 제조업과 수출 중심의 독일식, 즉 '게르만 경제 시스템'의 허점이 드러난 것이라고 말하는 시각도 있는데, 일부는 맞는 말입니다.
마르셀 프라처 DIW 소장은 지난해에 발간한 '독일 경제의 환상(The Germany illusion)'이라는 책에서 독일 경제의 약점으로 많은 비정규직, 비(非)무역 서비스업의 경쟁력 저하, 투자 격차 등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지금 독일 경제 성장이 정체되고 있는 원인도 같습니다.
또 독일식 경제 시스템은 사실상 기업을 믿고 '자기 조절(self-control)'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입니다. 프랑스 등 다른 국가와 비교하면 규제가 적은 대신, 지원도 적습니다. 앞으로 정부는 기업에 대한 규제를 좀 더 강화하고 통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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