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크스바겐 배출가스 스캔들은 단순히 유럽 최대 자동차 회사인 폴크스바겐이 타격을 입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이 사건은 더 큰 의미를 담고 있다. 그동안 유럽의 배기가스 저감 기술에 대한 규제가 잘못돼 있었으며 이제 잘못된 것을 바로잡을 때라는 것이다. 유럽 자동차 업체들은 이제 어쩔 수 없이 하이브리드카와 전기차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또 유럽 자동차들은 이에 필요한 기술과 자원을 충분히 갖고 있기도 하다.
폴크스바겐은 미국 시장에서 차를 팔기 위해 디젤 차량 배기가스 배출량을 의도적으로 조작했고, 관련 테스트를 통과했다. 규제 당국은 이를 잡아내지 못했다. 당국이 실시한 배기가스 배출량 테스트도 결국 실패한 셈이다.
무엇보다도 이 스캔들의 핵심은 '디젤 엔진'이다.
사실 디젤 엔진은 배기가스 배출량 테스트에서 나쁜 점수를 받곤 했다. 폴크스바겐의 엔지니어들은 '클린 디젤'의 등장이라고 마케팅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폴크스바겐은 디젤 기술에서 강점을 갖고 있었고, 미국 시장에서 자신들의 강점을 극대화하고 싶어 했다.
1990년대 중반 유럽공동체(EC)와 유럽연합(EU) 회원국 정부들은 디젤 엔진 사용을 촉진하기 위해 여러 정책을 내놓았다. 1990년대 초반에는 전 세계에서 운행 중인 디젤 차량의 10%가 유럽과 일본에 있었는데, 1995년 이후 이런 흐름이 달라졌다.
미셸 카메스와 에카르드 헬머스가 지난 2013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 정부의 개입이 없었을 경우 15개 주요 유럽연합 국가의 운행 차량 중 디젤 차량의 비율은 약 15%를 차지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현재 주요 유럽연합 국가 내 디젤 차량 비율은 35%에 달한다. 영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 휘발유 차량보다 디젤 차량에 낮은 세금을 부과했다. 산화질소와 유해물질 배출 기준도 완화했다. 실제로 벨기에, 프랑스, 스페인 등의 나라에서는 디젤 차량에 대해 장기간에 걸쳐 세제 혜택을 줬다.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주요 유럽연합 국가에서 다른 어떤 차량보다 디젤 차량의 비중이 높아졌다. 디젤 차량에 특별 대우를 하지 않았던 네덜란드와 제한적으로 혜택을 줬던 독일만이 예외였다.
휘발유 판매가 줄면서 디젤 연료를 더 많이 팔려고 했던 석유회사의 로비 덕분에 디젤 차량에 여러 혜택이 주어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결과는 디젤 엔진이 초래할 수 있는 환경 오염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것 때문이다. 유럽 국가들의 '녹색 규제'는 그동안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초점을 맞췄다. 실제로 디젤이 연소되면 이산화탄소는 상대적으로 매우 적게 발생한다. 대신 스모그를 유발하는 산화질소와 미세 먼지가 발생한다. 친환경에 중점을 둔 배출가스 규제인 '유로 6' 기준이 발효되는 이번 달까지도 이런 사실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프랑스 당국은 문제의 심각성을 이제야 깨닫고 있다. 파리는 1990년대에는 없었던 스모그 문제를 겪고 있다. 프랑스의 마누엘 발스 총리는 2014년 11월 한 환경 콘퍼런스에서 "프랑스에서는 디젤 엔진이 오랫동안 특전을 누려왔는데, 그것은 실수였다"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는 디젤을 금지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바꿀 방침이다. 디젤 차량이 금지되면 유럽에서 판매하는 차량의 3분의 2가 디젤 차량인 르노와 푸조에는 힘든 시기가 올 것이다.
사실 대부분의 유럽 자동차 업체들은 디젤 차량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기술적으로 유로 6 기준에 맞춰 배기가스 배출량이 적은 디젤 엔진을 만드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이런 기술을 채택하면 원가가 상승한다. 그리고 차량 소유주로서는 산화질소를 줄이는 데 쓰이는 액체의 양을 계속 점검해야만 하는 번거로움이 생긴다. 현재 팔리고 있는 차량들은 배기가스 배출량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
폴크스바겐 스캔들 이후 미국과 유럽 모두 배기가스 배출량에 대한 테스트는 더 엄격해질 것 같다. 자동차 업체들이 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다. 하나는 모든 새로운 디젤 차량의 배기가스 배출량을 기준에 맞춰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실제로는 쉽지 않은 일이다. 또 다른 하나는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한 것처럼 디젤 차량 제조를 중단하고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를 주력 상품으로 삼는 것이다.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에 따르면 2013년 일본 자동차 업체의 하이브리드카와 전기차 비중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21%에 달한다. 유럽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나라들은 노르웨이와 네덜란드로 각각 12.8%, 11.3%다. 독일은 겨우 1%다.
유럽의 자동차 회사들은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할 기술력을 갖고 있다. 유럽의 전기차 모델은 전기 구동장치가 인기 있는 유럽 국가에서 일본차나 미국차보다 더 많이 팔리고 있다. 그러나 비즈니스 관점에서는 디젤을 포기하면 엄청난 비용이 든다. 폴크스바겐 스캔들 여파로 직면하게 될 벌금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그래도 이제 터널 끝에서 빛이 보인다. 변화를 잘 극복하면, 엔지니어링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유럽 자동차 회사들은 하이브리드카와 전기차 시장에서 다른 나라의 업체들보다 더 경쟁력이 있을 것이다. 미국에서도 폴크스바겐이 다시 회복될 것이다. 폴크스바겐의 순수 전기차 'e-골프'는 현재 노르웨이에서 전기차 전문업체 테슬라가 생산한 S보다 더 많이 팔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