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에어비앤비가 프라이스라인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
Opinion
저스틴 폭스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망가진 인터넷 기업들 사들여 좋은 성과… 인터넷 붐의 잘못된 사례로 꼽히다 결국 살아남고 번창
어려운 시기에 좋은 기업 살 수 있는 현금 비축해야
지난 1999년 3월 30일, 설립한 지 11개월로 아직 적자를 보고 있던 인터넷 기업 프라이스라인닷컴(Priceline.com)이 기업 공개를 실시했다. 투자자들은 흥분했다. 거래 첫날 주가는 공모가의 4배로 뛰었다. 기업 공개 다음 날, 뉴욕타임스는 "프라이스라인닷컴의 기업 가치가 유나이티드항공, 콘티넨털항공, 노스웨스트항공을 합친 것보다 크다"고 썼다.
유명 영화배우 윌리엄 샤트너는 프라이스라인닷컴의 TV 광고에 나와 관심을 끌었고, 프라이스라인닷컴 창업자인 제이 워커는 '가격을 정하세요(name-your-price)'라는 모델이 비즈니스에 필요한 DNA를 재정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프라이스라인닷컴이 그보다 더욱 사람들의 관심을 끈 이유는 주가였다. 상장 직후 프라이스라인닷컴의 주가는 급등해, 1999년 4월에는 주당 974.25달러까지 갔다. 하지만 2000년에는 6.75달러로 폭락했다. 그러자 더 이상 프라이스라인닷컴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게 됐다. 그로부터 수년간 프라이스라인닷컴은 광적이었던 인터넷 붐을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거론되는 사례가 됐다.
차량 공유 서비스업체 우버의 기업 가치가 GM보다 더 크고, 숙박 공유 서비스업체 에어비앤비의 기업 가치가 매리엇 인터내셔널보다 더 크다고 한다. 과거 프라이스라인닷컴의 사례가 떠올랐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투자자들에 따르면 현재 모바일 메신저 스냅챗의 기업 가치는 CBS의 모기업 비아컴의 가치와 비슷하다. 이건 분명히 뭔가 문제가 있다. 물론 우버, 에어비앤비, 스냅챗의 기업 가치에 대한 내 의견은 개인적인 것임을 밝힌다. 블룸버그의 세라 프레이어와 에릭 뉴커머도 지난 3월에 이 기업들이 이 정도 가치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다시 처음부터 점검해 보자. 적자를 기록 중인 스타트업 기업들이 긴 역사를 가진 대기업들과 비슷한 가치를 지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1999년 프라이스라인닷컴도 똑같은 경험을 했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지금 의견은 두 갈래로 나뉜다. 한쪽에서는 이를 경제 패러다임이 바뀌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른 한쪽에서는 이를 거품의 징조라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그 후에 프라이스라인닷컴은 결국 어떻게 됐을까? 프라이스라인닷컴은 프라이스라인 그룹으로 이름을 바꿨다. 사실 프라이스라인닷컴 사이트가 그룹 전체 사업에서 현재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그럼에도 프라이스라인 그룹은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프라이스라인 그룹의 시가총액은 620억달러에 달한다. 유나이티드 콘티넨털 홀딩스(2010년 유나이티드항공과 콘티넨털항공이 합병하면서 탄생한 회사)와 델타항공(2008년 노스웨스트항공 인수)의 시가총액을 합친 것보다 더 크다.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보면, 1999년 프라이스라인닷컴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봤던 사람들은 옳았다. 프라이스라인닷컴은 반짝 성공을 거둔 것이 아니었다. 프라이스라인닷컴은 살아남았고 번창했다. 지난 16년 동안 델타항공, 유나이티드항공, 노스웨스트항공, US에어웨이스, 아메리칸항공 등은 모두 파산했다.
하지만 주가를 기준으로 프라이스라인닷컴이 성공했다고 할 수 있을까? 만약 프라이스라인닷컴의 주가가 정점을 찍었던 1999년 4월 30일에 이 주식을 산 투자자라면 많은 돈을 벌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우버와 에어비앤비, 스냅챗에 최근 투자했다면, 이는 별로 달갑지 못한 소식이다.
게다가 프라이스라인닷컴은 지금까지 살아남았지만, 워커가 1999년 창업 당시 생각했던 모습과는 많이 달라졌다. 워커는 2000년 말 회사를 떠났다. 같은 해 '닷컴 갑부'의 가능성에 끌린 제프리 보이드는 보험 회사인 옥스퍼드 헬스 플랜스(Oxford Health Plans)의 법률 자문직을 버리고 프라이스라인닷컴으로 이직했다. 두 회사의 본사는 코네티컷주 노와크의 같은 건물에 있었다. 보이드는 2002년 프라이스라인닷컴의 CEO가 된 후 망가진 인터넷 기업들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프라이스라인 그룹은 현재 여행 검색 엔진인 카약, 숙박 예약 서비스 사이트 아고다, 식당 예약 사이트인 오픈 테이블을 보유하고 있다. 보이드는 2013년 CEO에서 물러났고, 현재는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지금까지 그가 사들인 기업 가운데 가장 중요한 기업은 1996년 네덜란드에서 만들어진 호텔 예약 사이트 '부킹닷컴'이다. 부킹닷컴은 '지구 넘버원 예약 사이트'라는 슬로건을 내건 광고로 미국 TV 시청자들의 뇌리에 각인됐다. 부킹닷컴은 유럽에서 오랫동안 넘버원 예약 사이트 자리를 지켜왔는데, 프라이스라인은 그룹은 2005년 7월에 1억1000만유로(당시 환율로 1억3300만달러)의 현금을 주고 부킹닷컴의 모회사인 부킹스NV를 인수했다. 맥쿼리증권의 토머스 화이트 애널리스트는 "인터넷 역사상 이보다 더 좋은 인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프라이스라인 그룹은 매출과 이익을 브랜드별로 나눠서 발표하지 않지만 연례 보고서를 통해 부킹닷컴의 중요성을 짐작할 수는 있다. 프라이스라인 그룹 연결영업이익의 94%는 해외 부문에서 나오고 있고, 이 중 상당 부분은 부킹닷컴이 올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라이스라인 그룹의 2014년 순이익은 24억달러로 델타항공의 40억달러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여행객이 줄어들더라도 프라이스라인 그룹이 대규모 손실을 낼 가능성은 작다. 실제로 2008년 델타항공이 89억달러 순손실을 기록했을 때, 프라이스라인 그룹은 오히려 1억8200만달러 순익을 올렸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인가? 첫째로 스타트업 선두 기업이 엄청난 가치가 있다는 판단은 바보 같은 생각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둘째로 이 기업들의 가치가 치솟을 때 투자한 사모 투자자나 기업 공개 이후에 주식을 산 투자자들은, 우버나 에어비앤비, 스냅챗 같은 기업들이 계속 살아남고 성과를 내야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큰 교훈은 어려운 시기에 좋은 기업을 살 수 있게 현금을 비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업 인수를 잘해낼 수 있는, 예를 들어 법률자문 경력이 있는 사람을 CEO로 채용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