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비즈

날은 저무는데… 브릭스, 태양은 내일 다시 뜰 것인가

Opinion 마이클 보스킨 스탠퍼드대 경제학과 교수
입력 2015.06.27 03:04

브라질, 경기후퇴·저유가 심각… 러시아, 저유가로 예산 압박 인도, 대부분 빈곤 허덕… 재정 취약

경제 전문가들은 몇 년 전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브릭스(BRICS)가 세계경제 성장을 이끌어내는 새로운 엔진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브릭스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세계경제의 미래 역시 밝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좋은 시절'은 이제 지나가 버렸다. 브라질과 러시아는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고, 중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성장률이 대폭 낮아지고 있다. 그나마 인도 경제가 다소 선전 중으로, 성장률이 중국보다 약간 높다. 과연 브릭스 국가들은 예전의 영광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난관을 결국 극복하지 못하고 말 것인가.

국민소득이 낮은 국가들은 컴퓨터, 공장, 사회기반시설(인프라)과 같은 고정 자본이 부족하고, 좋은 교육 훈련을 받은 인적 자본 역시 모자란다. 이런 국가들에 자본을 투자하면 높은 수익률이 나온다. 이는 다시 말하면 이 나라들이 1인당 국민소득이 선진국과 비슷해질 때까지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뜻이다.

중국과 인도, 브라질에서는 최근 수십 년 동안 수억 명이 가난에서 벗어났다. 여전히 농촌 지역에 많은 인구가 살고 있다는 한계는 있지만, 이는 놀라운 성과다. 이 과정에서 해당 국가의 중산층은 빠르게 늘어났다.

신흥국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유럽과 북미 경제에 대한 비관론은 상대적으로 커졌다. 결국 신흥국 경제 전체의 국내총생산(GDP)이 선진국의 국내총생산을 모두 합한 것보다 커졌다. 불과 30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상황이다.

게다가 중국, 인도, 동유럽이 경제 문호를 개방하면서 수억 명의 저임금 노동자가 글로벌 노동시장에 편입됐다. 선진국의 일부 숙련 노동자를 제외하면 모든 나라의 노동자는 임금 하락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사무엘슨이 1948년 출간한 '경제학원론'을 보면 업무 숙련도에 따른 국가별 조정 임금은 국제 교역을 통해 균등해진다.

브릭스 경제는 점점 더 고속 성장세를 유지하기 힘들어질 것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는 시점은 1인당 GDP가 미국의 3분의 1 수준인 1만5000~2만달러에 이르는 때다. 지난 수십년간 이런 '중진국 함정(middle-income trap)'에서 빠져나와 계속 뻗어나간 나라는 한국, 대만, 싱가포르 정도밖에 없다.

대다수 신흥국이 부실한 제도와 부적절한 지배 구조 등의 문제를 안고 있지만, 브릭스 국가별로 안고 있는 개별적인 문제도 심각하다. 예를 들어 브라질의 경우 경기 후퇴와 저유가 문제가 심각하고, 브라질 국영 에너지 기업인 페트로브라스의 부패 스캔들도 문제가 되고 있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좀 더 자유로운 국제 교역, 예를 들면 캐나다, 미국, 멕시코와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나 에너지 부문에 대한 외국인 투자 조건 완화를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러시아도 저유가 때문에 예산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에너지 부문 개발 사업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인접국에 공격적인 정책을 펼치자, 미국과 유럽이 경제제재로 맞서면서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러시아는 인구 감소, 선진국 평균보다 훨씬 짧은 예상 수명, 유능한 인재 유출 등 인구 구조적 문제도 안고 있다.

인도의 경제 상황은 단기간만 본다면 가장 좋다. 최근까지 인도 경제를 위협하던 인플레이션은 라구람 라잔 인도중앙은행 총재의 정책 아래 다소 숨을 돌렸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7.5%로 예상된다. 그러나 인도의 재정은 취약한 상태다. 인도 인구는 곧 중국을 추월한 것으로 보이는데, 아직도 대부분 인구가 시골에 살 뿐 아니라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과거 약속했던 경제 개혁을 신속하게 추진하지 않고 있다. 규제 개혁, 민영화, 빈곤층에 대한 지원 등에서 약간의 성과를 거두긴 했지만 토지 분야와 노동시장에 대한 과감한 개혁은 찾아보기 힘들다.

중국은 수출 주도형 성장 모델에서 내수 기반 성장 모델로 전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 경제는 설비 과잉 상태다. 이는 광범위한 분야의 실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시진핑 주석은 이를 막기 위해 중산층 소비를 늘리려 하는데, 이는 도박이나 다름없다.

중국의 가계 소비는 GDP의 40%에도 못 미친다. 선진국의 가계 소비가 GDP의 60%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중국의 가계 소비는 확실히 더 늘어날 여지가 있다. 하지만 중국 경제는 여전히 커다란 리스크를 안고 있다. 일본이 수십 년 전에 경험한 것처럼, 중국은 베트남 같은 나라들과 원가 경쟁을 하고 있다. 주식시장에는 거품이 꼈다. 시진핑 주석의 반부패 정책은 일반 시민들에게 인기를 끌었지만, '게임의 법칙'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커졌다.

마지막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정부에 대한 불신, 고질적 부패, 사회기반시설 부족, 경직된 노동시장, 외국인 투자 규제 등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 제이컵 주마 남아공 대통령이 올바른 길을 가고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브릭스도 다른 국가들처럼 시장의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도 브릭스 국가의 정부는 너무 많은 주요 경제 정책을 독단적으로 결정한다. 이 때문에 리스크는 커지고 위기가 발생한다. 브릭스 국가는 정부보다는 시장의 자유 경쟁을 더 우선하는, 경제적 자유를 확대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이 경우에만 브릭스 경제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화제의 Opinion 뉴스

'암흑의 숲'으로 들어가고 있는 미국과 중국
유럽 기업 빈부격차 줄이려면 '범유럽 주식형 펀드' 만들어야 한다
미국인들이 코로나 위험 무릅쓰고 직장에 복귀할까
WEEKLY BIZ가 새롭게 탄생합니다
테슬라 팬들은 좀 침착해야 한다

오늘의 WEEKLY BIZ

알립니다
아들을 죽여 人肉 맛보게한 신하를 중용한 임금, 훗날…
'암흑의 숲'으로 들어가고 있는 미국과 중국
유럽 기업 빈부격차 줄이려면 '범유럽 주식형 펀드' 만들어야 한다
미국인들이 코로나 위험 무릅쓰고 직장에 복귀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