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중 가장 특별했던 순간을 생각해 보라… 그때의 감정을 이끌어내 보라
연극배우 출신 동원,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교육하는 다국적 기업들
얼마 전 보스턴에서 온 미국인 코치로부터 '리더십 프레젠스(Leadership Presence·리더십 존재감)'라는 제목의 코칭을 받았다. 조직에서 리더의 존재감을 높이려면 진정성, 공감 능력, 열정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것은 물론 이걸 말과 행동, 눈빛과 몸짓으로 더 잘 표현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첫 세션은 각자의 삶을 '인생을 상징하는 강' 위에 그려본 뒤,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훈련이었다. 연극배우 출신인 코치는 "자기 인생 중 가장 특별했던 한 순간을 골라서 당시의 상황, 그때 내가 느꼈던 감정을 충분히 이끌어내어 연기하라"며 큐 사인을 줬다. 언뜻 보면 연기 수업 같은데 개인사를 나눔으로써 직원들과 더 많이 공감하고, 연극적인 요소를 통해 설득력과 영향력을 높이기 위한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수업이었다.
글로벌 비즈니스 현장에서 전략적이고 설득력 있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단순 업무 능력이 아닌, 그 사람의 역량과 경쟁력으로 통한다. 본사 고위 임원 앞에서 비즈니스 리뷰를 받기 위한 프레젠테이션은 물론, 새로 맡게 된 지역의 직원들과 나누는 '대화의 시간', 지구 반대편에 있는 동료와 나누는 전화 회의까지도 그 사람의 능력과 맷집을 선보일 수 있는 무대가 된다.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자체가 '살아 움직이는 비즈니스' 자체라 할 만도 하다.
이 때문에 조직은 직원을, 직원은 조직을 상대로 각자의 스토리를 효과적이면서도 강렬하게 전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특히, 비즈니스 전쟁의 산물인 프레젠테이션은 전략적이면서도 감동을 전하고, 상대방의 변화까지 이끌어내야 하니 연극적 요소를 살린 코칭 프로그램까지 동원된다. 발표의 관객이 될 사람들의 얼굴을 패널에 그려서 세워놓고 연습하는가 하면, 연극배우 출신인 전문 코치로부터 말투와 표정 교정 같은 개인 레슨을 받기도 한다.
글로벌 회사에서 기본 소통 수단인 이메일 공간도 대표적인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공간이다. 최근 힐러리 클린턴이 국무장관 재임 시절, 관용 이메일이 아닌 개인 이메일을 써서 논란이 된 것처럼 조직에서 이메일은 공공재적 성격을 띤다. 부정 비리로 논란을 겪었던 미국 엔론사도 이후, 청렴도를 보여주겠다며 사내 이메일 내용을 외부 공개하기도 했다.
실제 몇 초 사이에 지구 몇 바퀴를 도는 이메일 쓰기에서 내용상 보안에 각별히 주의하고, 비즈니스 에티켓을 지켜야 하는 건 기본이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도 "상대방이 어떤 액션을 취해주길 바라는지 명확히 드러나게 하라" "이메일 쓴 이유를 제일 앞에 써라" "습관적으로 '전체 답장'을 누르기보다는 메일 받아야 하는 사람만 수신자에 포함하라" 같은 '이메일 잘 쓰기' 방법을 제시한다. 행간의 의미를 읽어내고 조직 내 복잡한 관계들을 잘 고려하는 센스도 중요한 덕목이다. 별생각 없이 상사에게도 보고하지 않은 사안을 상사의 상사에게 이메일로 보낸다거나, 함께 협력한 사람들을 빼놓고 자기 혼자 해낸 것처럼 이메일을 써서 성과를 채가는 일도 벌어진다. 자신의 상사가 갑작스러운 사안을 접하고 당황하지 않도록 미리 '내가 이러이러한 내용을 여럿에게 보낼 것'이라고 사전 설명을 하고 보내는 풍경도 펼쳐진다.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이 연극 무대와 다른 점은 상대방의 '감동'이 아니라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데 있다. 오늘도 무수한 글로벌 비즈니스 현장에선 좀 더 차별화된 스토리를 만들고, 그걸 잘 전달하기 위해 실력을 갈고 닦느라 분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