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나쁜 행동 처벌 안 하면… 中, 오늘의 경기 부양이 내일의 수조달러 위기 부를 것
Opinion
윌리엄 페섹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지난 20일, 중국 부동산 시장의 호황을 상징하던 부동산 기업 카이사(佳兆業·자자오예)가 중국 기업 최초로 달러화 표시 채권 부채를 갚지 못해 파산하면서 새 역사를 썼다. 카이사의 파산 원인은 부동산 가격 급락에 따른 채무 누적이었다. 카이사의 실패가 중국의 미래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파악하기엔 아직 너무 이르다. 하지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단기적 경기 부양에 나설지, 아니면 국가의 미래를 위협하는 거품을 줄일지 결정할 때가 됐다.
중국 정부는 수출·투자보다 내수(內需)에 의존하는 성장 모델로 이행하면서 '시장의 힘'이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중국의 개혁개방을 이끈 덩샤오핑(鄧小平)조차 이 정도로 시장을 강조하진 않았었다. 중국 정부가 카이사의 파산과 국유기업 바오딩톈웨이(保定天威)의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용인한 것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시장의 힘'에 대한 강조에도, 다른 한편으로 중국 정부는 경제에 더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는 최근 중국 중앙은행이 은행들의 지급준비율을 1%포인트 인하한 조치에 대해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최우선시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지준율 인하는 중국 중앙정부가 채무 재조정을 통해 지방정부에 구제금융을 제공한 것에 뒤이은 조치였다.
시 주석이 중국의 신용 거품 붕괴에 따른 혼란과 곤혹스러움을 완화하려는 것은 일면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기업들과 은행들의 파산을 용인할 배짱을 키우지 않으면 건강한 경제를 구축할 수 없다. 지난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중국 기업들의 이익률 저하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면서 "더 많은 디폴트가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중국 정부가 더 많은 기업의 파산을 용인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앞으로 발생할 디폴트나 파산은 이번 주에 터진 것보다 훨씬 큰 규모가 될 수 있다. 카이사 파산의 직접적 원인이 된 5200만달러 디폴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의 부채 규모가 20조달러 이상 급증한 것을 놓고 보면 미미한 수준이다.
기업들의 파산에 따른 위험성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바로 헨리 폴슨 전 미 재무장관이다. 그가 장관이던 지난 2008년, 미 정부는 베어스턴스를 JP모건이 인수하도록 했지만 리먼브러더스는 망하도록 방치했고,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졌다. 그는 최근 저서 '중국 다루기(Dealing with China)'에서 "정부의 구제금융에 의지하려는 시장 참여자들의 나쁜 행동을 억제하려면, 정부는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회사'의 범위를 명확하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과 더불어 '나쁜 행동'을 처벌하는 조치를 함께 쓰지 않는다면, 오늘날의 경기 부양은 미래에 수조달러짜리 위기를 불러올 것이다. 카이사 파산은 경기 부양과 처벌의 비중을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볼 좋은 기회다. 시 주석은 이 기회를 날려버려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