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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시장의 갑작스러운 폭락? 주식·부동산은 몰라도…

Opinion 로버트 실러·예일대 교수(2013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입력 2015.03.21 03:03

[칼럼 Outside]

로버트 실러·예일대 교수(2013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장기 국채 가격은 최근 수년간 매우 높게 유지되고 있다. 즉, 수익률(금리)이 상당히 낮다는 의미다. 3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1월 30일 2.25%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사람들이 돈을 20~30년이나 묶어두면서 물가 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수익률을 받는 상황은 이상할 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하지도 않아 보인다. 이에 따라 채권시장에 극적인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많은 사람들은 그런 변화가 부동산이나 주식 시장을 침체시키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세미나와 콘퍼런스 같은 데서 내게 반복적으로 묻는 질문이다.

나는 채권시장에 대해 오래 연구해 왔다. 장기채권 시장은 1972년 내 박사 논문의 주제였고, 이듬해 지도 교수인 모딜리아니 교수와 함께 출간한 첫 논문에서 다루었던 것이기도 하다. 우리가 분석한 1952~1971년의 장기 채권시장은 설명하기가 매우 쉬웠다. 장기 금리는 직전 18분기 동안의 인플레이션과 단기 실질금리를 보면 쉽게 설명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 혹은 단기 실질 금리 중 하나만 오르면, 장기 금리도 올라갔다. 둘 중 하나라도 떨어지면 장기 금리도 하락했다.

그 논문 이후 추가적으로 40년 이상의 데이터를 갖고 있기 때문에 나는 우리 이론이 여전히 예측을 잘하는지 살펴봤다. 그 결과, 1973년 이후 20년간의 데이터까지는 잘 예측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이후 우리 이론은 어긋나기 시작했다. 우리 모델에 따르면 미국의 단기 실질이자율과 인플레이션이 사실상 제로나 마이너스였기 때문에 장기 이자율은 현재보다 더 낮아졌어야 한다. 2008년 이후의 양적 완화를 감안한다 해도 장기 이자율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높다.

하지만 우리가 개발한 모델은 채권시장에 폭락은 없을 것이라는 정도는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중앙은행이 급격한 통화 긴축 정책을 펴거나, 물가가 급상승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채권시장 붕괴는 드물었고 강도도 약했다. 1857년 이후 미국에서 30년 만기 회사채 가격의 하락 폭이 가장 컸던 때는 1980년 2월 12.5%였다. 반면에 주식시장에서는 대공황 당시 1년간 67.8% 폭락한 적이 있고, 1900년 이후 연간 하락폭이 12.5%를 넘은 경우도 23번 있었다.

1980년의 채권시장 폭락은 폴 볼커가 연준 의장 직을 맡은 직후에 일어났다. 그는 인플레이션 대처를 위해 단기 이자율을 극단적으로 인상하면서 불황을 초래했다. 당시 그는 살해 위협을 받을 정도로 적을 많이 만들었다.

주식과 부동산 시장을 보면 중대한 가격 하락 조정이 일어날 수 있어 보인다. 그러나 채권시장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지난 100년간 미 주식시장의 대폭락(1907, 1929, 1973, 2000, 2007년)과 미 부동산시장의 대폭락(1979, 1989, 2006년) 때도 채권시장은 비껴갔다.

비정상적으로 낮은 장기 채권 수익률 때문에 이런 역사적 경험이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채권시장의 갑작스러운 폭락이 주식과 주택 가격을 끌어내린다는 시나리오 역시 경험하지 못한 일이긴 마찬가지다. 역사상 한번도 일어난 적이 없는 상황을 자신감을 갖고 예측할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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