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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이야기] 피터 틸이 말하는 성공의 7가지 조건

Opinion 윤형준 기자
입력 2015.03.08 07:00
윤형준 기자
위클리비즈는 창간 이래 피터 틸(Thiel) 페이팔 창업자와의 인터뷰를 꾸준히 추진해 왔습니다. 그는 위클리비즈가 생기기도 전에 페이팔을 창업하고 이베이에 팔아 벤처 업계의 큰 손으로 자리매김 했으며, 페이스북 초기 투자로 대박을 터뜨려 투자자로의 면모도 보여준 바 있습니다. ‘섭외만 되면 대박’일텐데, 사실 출장 때마다 섭외에 실패했습니다. 도통 연락이 안 닿더라고요. 그랬던 사람이 한국에 온다는 걸 알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필사의 노력 끝에 단독 인터뷰를 성사시켰을 때는 정말 기뻤습니다.




피터 틸 페이팔 창업자. '왜 그렇게 답장이 없으셨나요?' /플리커


모든 기업은 시장을 독점하길 원할 겁니다. 그리고 오랜 기간 성공을 누리고 싶을 겁니다. 틸씨는 “기업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 아닌지를 알기 위해서는 아래의 7가지 질문에 자문자답 해봐야 한다”며 “1가지 이상 소홀히 해서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①기술: 점진적 개선이 아닌 획기적 기술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
“예컨대 기존 기술보다 20% 뛰어난 기술을 개발했다고 칩시다. 그러나 이는 개발자의 입장입니다.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20%의 개선이 전혀 개선으로 느껴지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아요. 게다가 20% 뛰어나다고 주장해봐도, 소비자들은 과장 광고에 익숙하기 때문에 이를 제대로 들어주지 않습니다. 적어도 기존 기술보다 10배는 뛰어나야 제품의 우월성이 입증됩니다.”

②시기: 이 사업을 시작하기에 지금이 적기인가?
“컴퓨터 칩(마이크로 프로세서)은 1970년 첫번째 제품이 나온 다음 기하급수적으로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당시 컴퓨터 기업들은 그 기하급수적으로 빠른 성장세에 올라타 성공을 누렸습니다. 반면 실리콘 태양전지는 1954년 벨 연구소에서 처음 만들어졌지만, 그 기술은 아주 천천히 조금씩 개선되고 있습니다. 지금 와서 ‘청정 에너지 기술을 개발할 때가 왔습니다’라고 말하기에는 타이밍이 조금 엇갈리는 것 같지 않으세요?”

③독점: 작은 시장에서 큰 점유율을 가지고 시작하는가?
“테슬라(전기차 브랜드)는 아주 작은 시장에서 시작했습니다. ‘고가의 전기차 스포츠카’라는 분야였죠. 테슬라는 2008년 첫번째 모델(로드스터)을 개발해 판매에 나섰습니다. 첫 해 팔린 건 고작 3000대입니다만, 그 시장을 완전히 장악했죠. 그 노하우를 바탕으로 신제품(모델S)을 만들고, 지금은 ‘고급 전기차 세단’ 시장까지 차지하게 됐습니다. 테슬라는 2013년 2만 대 이상의 세단을 팔았고, 더 큰 시장을 노리고 있습니다.”


피터 틸씨는 7가지 성공의 조건을 모두 지킨 모범사례로 전기차 브랜드 '테슬라'를 꼽았다. 테슬라의 주력 제품인 '모델S' 옆에 서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 /플리커


④사람: 제대로 된 팀을 갖고 있는가?
“친구들이 제 이름을 따서 ‘틸의 법칙(Thiel’s law)’이라고 부르는 게 있습니다. 어떤 기업이든 기초부터 망쳤다면 되살릴 수 없다는 뜻입니다. 기업의 최초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누구와 함께 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저는 ‘마피아’를 만들라고 권하고 싶어요. 마치 페이팔 마피아처럼요. 비슷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로 초기 직원을 구성하면 비슷한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협업의 효율성이 오릅니다. 아예 광신 집단을 만드는 것도 방법입니다. ‘몸과 마음을 바쳐 헌신한다’는 기업 문화는 0에서 1을 창조하는 선결 조건입니다.”


1999년의 페이팔 직원들. 제일 오른쪽 끝에 있는 사람이 피터 틸 창업자다. /한경BP 제공


⑤유통: 제품을 전할 방법을 갖고 있는가?
“제품을 전하고 파는 것은 제품 자체만큼 중요합니다. 이스라엘의 전기 자동차 벤처기업인 ‘베터플레이스’는 한때 아주 유망한 사업이었습니다. 자동차를 친환경적으로 대체할 제품을 창조했으니까요. 그런데 딱 1000대 팔리고 말았습니다. 왜냐하면 그 차들은 하나같이 고객이 구매하기 아주 힘든 차였거든요. 베터플레이스는 일체의 마케팅도 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이 차를 사려면 귀찮은 일 투성이였습니다. 베터플레이스의 배터리 교체소와 충분히 가깝게 살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했고, 정해진 길만 다니겠다고 약속해야 했습니다. 차량을 충전하려면 연료 구입 회원으로 등록까지 해야 했어요. 2013년 이 회사는 겨우 1200만 달러에 회사 자산을 모두 매각하고 말았습니다.”

⑥존속성: 시장에서의 현 위치를 향후 10년, 20년간 방어할 수 있는가?
“청정기술 기업들은 에너지 시장의 미래를 짐작하지 못했습니다. 원래 이 산업은 화석연료가 줄어들 것을 전제로 생겨난 산업인데, 갑자기 셰일가스라는 복병을 만났습니다. 2000년 미국 천연가스의 1.7%에 불과했던 셰일가스는 5년 뒤 4.1%까지 성장했어요. 그런데도 청정기술 업계는 이런 추세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생 에너지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믿어버린 거에요. 2013년 셰일가스는 미국 천연가스의 34%를 차지하게 됐고, 가스 가격은 2008년 이후 70%나 떨어졌습니다. 대부분의 재생 에너지 비즈니스는 몰락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셰일 가스 추출 현장 전경. /플리커


⑦숨겨진 비밀: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독특한 기회를 포착했는가?
“다시 테슬라의 이야기입니다. 부유한 사람들은 도요타의 프리우스나 혼다의 인사이트와 같이 친환경 차량을 운전함으로써 ‘친환경’적으로 보이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었습니다. 문제는 프리우스나 인사이트가 못생겼다는 거지요. 테슬라는 누가 운전하든 운전자를 근사하게 만들어 줄 차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디자인적인 요소가 가미되자 가격은 문제가 안 됐습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테슬라 로드스터가 나오자마자 프리우스를 버렸습니다. 테슬라는 ‘친환경적으로 멋있어 보이고 싶다’는 부자들의 욕구를 찾아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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