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비즈

디즈니에선 환경 미화원도 배우… 모든 직원이 매 순간 '쇼'를 하죠

People 배정원 기자
입력 2015.02.28 03:03

'디즈니 유니버시티'의 교육 철학 70대 퇴직자가 "그립다"며 눈물 짓게 만드는 직장… '디즈니 왕국'충성 직원들을 만드는 건 돈이 아니었다

"디즈니랜드를 찾아오는 모든 손님들을 위해 우리는 무대 위에서 최고의 '쇼'를 선보여야 합니다.""이제 여러분도 이 쇼의 일부입니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우리는 서로를 '직원'이라고 부르지 않고 '배우(cast member)'라고 부릅니다."

플로리다에 있는 디즈니의 사내 교육기관 디즈니대학에서 52년 동안 매일 되풀이되는 교육 내용이다. 디즈니 직원은 정규직이든 파트 직원이든 임원이든 입사하면 이곳에서 반드시 6개월 정도 교육을 받아야 한다. 임원도 디즈니 캐릭터 털가죽 의상을 한 번은 반드시 입어봐야 한다.

디즈니대학에서 20년 이상 직원 교육을 담당했고, '디즈니유니버시티'란 책을 쓴 더그 립(Doug Lipp·60)씨는 "디즈니 신화는 그 유명한 월트 디즈니 외에도 일반인들에겐 생소한 밴 프란스란 인물에 의해 쓰였다"고 말했다. 1963년 디즈니대학을 설립해 직원 교육 프로그램을 혁신적으로 뜯어고친 인물이다.

밴 프란스는 연수 프로그램을 너무 난해하거나 학구적으로 끌고 가는 것을 싫어했다. 대신 '우리는 쇼에 출연하는 배우다' '우리는 행복을 만든다'와 같은 단순한 개념을 쉽고 반복적으로 교육해 몸으로 습득하게 했다. 더그 립씨는 밴 프란스의 부하 직원으로 함께 일하면서 그에게 배운 것들과 그와 나눈 대화들을 토대로 책을 썼다.

―디즈니에서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좋은 쇼'란 어떤 걸 말하는 건가요?

"손님이 디즈니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완벽한 쇼입니다. 한 일화를 소개해 드리지요. 디즈니랜드의 환경미화 직원 티머시는 길에 떨어진 쓰레기를 줍고 있다가 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었습니다. 아이가 팝콘 상자를 떨어뜨려 팝콘이 땅에 널브러져 있었습니다. 아이 아빠는 아이의 부주의함을 꾸짖었고, 울음은 쉽사리 멈추지 않았습니다. 티머시는 아이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고 말했습니다. '팝콘이 쏟아져 정말 슬프겠구나. 미키마우스가 그러더구나. 네가 많이 슬퍼한다고. 그래서 미키마우스는 저기 떨어진 것보다 훨씬 더 큰 새 팝콘을 선물해주고 싶어 한단다.' 말이 끝나자마자 티머시의 등 뒤에서는 마법처럼 새 팝콘이 나타났습니다. 전 세계 디즈니에서 매일 벌어지는 일입니다. 이 아이는 평생 디즈니를 추억하게 될 것입니다. 단순히 놀이기구를 타고 도널드덕 인형을 구경하는 것을 넘어서 최고의 쇼를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디즈니유니버시티’ 저자 더그 립.
더그 립씨는 디즈니에서는 모든 직원이 감동을 연출하는 배우이기 때문에 쇼의 흐름을 깨는 행동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백설공주나 미키마우스 같은 중요 캐릭터를 연기하는 직원은 백스테이지가 아닌 곳에선 물조차 마셔서는 안 됩니다.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는데, 캐릭터가 갑자기 인형 옷을 벗고 음식을 먹나요? 그러면 쇼의 흐름이 깨지게 됩니다. 고객이 있는 곳에서는 언제나 스스로를 애니메이션 속의 캐릭터라고 생각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디즈니에서 은퇴한 뒤 기업들을 대상으로 직원 교육과 서비스에 대해 컨설팅해 주고 강연하고 있다. 고객 중에는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유니버설스튜디오, 메릴린치가 포함돼 있다.

그는 디즈니에서 사내 커플로 만난 부인과 함께 샌프란시스코 피셔맨스워프의 한 해산물 식당에서 기자를 만났다. 두 사람 모두 어린 시절 추억을 얘기하듯 디즈니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이야기할 때 표정이 환해졌다.

'행복한 직원'이 '행복한 쇼'를 만든다

- 디즈니 대학에 대한 책을 쓰게 된 동기가 무엇입니까?

"월트 디즈니를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전설적인 존재이지요. 그의 천재성 덕분에 이 세상은 좀 더 재미있고 행복한 곳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의 멘토인 밴 프란스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는 디즈니 대학 설립을 통해 디즈니랜드의 직원 교육을 개선시킨 인물입니다. 그가 가졌던 철학, 열정을 소개하고자 책을 쓰게 됐습니다. "

- 직원을 배우라고 부르는 것이 신기합니다.

"우리는 직원을 단순히 일하는 사람으로 보지 않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곳'을 만드는 배우입니다. 구피와 도널드덕 등 디즈니 캐릭터로 분장한 직원과 놀이기구 진행 요원, 주차 요원, 레스토랑 직원은 물론, 정비나 시설관리, 미화를 담당하는 직원 역시 근무 중에는 관람객에게 노출돼 있으므로 다른 직원과 마찬가지로 쇼의 일부입니다. 디즈니 대학에선 정비나 시설 관리 담당 직원들에게는 길을 잃은 손님에게 도움을 줘야 하고, 미화 담당 직원에게는 손님들에게 사진을 찍어주면 좋은 인상을 오래 남길 수 있다고 교육합니다. 단순히 청소를 하고 시설을 점검하는 게 이들의 일이 아닙니다. 디즈니랜드를 방문하는 사람에게 '가장 행복한 시간'을 제공하는 배우의 역할을 수행해내야 합니다."

- 월트 디즈니는 어떤 인물이었나요?

"그는 언제나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직원들의 말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월트는 디즈니랜드가 개장하기 전 공사 현장을 여러 번 방문했는데, 종종 쭈그려 앉아 낮은 각도에서 건물을 올려다보았습니다. 아이들이 위를 올려다보는 모습을 상상해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한 에피소드를 소개해 볼게요. 스카이웨이 곤돌라 승차 구간에서 일하던 18세 운영요원이 있었습니다. 한번은 그의 뒤에 월트 디즈니가 나타났습니다. 깜짝 놀란 그에게 월트가 다가가 '스카이웨이를 좀 더 좋게 바꿔보려 하는데, 이곳에서 일하는 자네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거야. 혹시 좋은 아이디어가 있나?'하고 말했습니다. 직원은 처음에는 놀랐지만, 이내 '곤돌라 지붕이 너무 낮아서 손님들이 타고 내릴 때 머리를 찧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월트는 그 직원의 아이디어를 듣고 고맙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실제로 곤돌라를 타보았습니다. 직원의 말대로 천장에 머리를 찧은 월트는 곧바로 곤돌라의 천장을 좀 더 높였습니다. 18세 직원의 의견을 귀 기울여 듣고 실천한 것이지요."

더그 립씨는 디즈니가 구글이나 애플처럼 월급을 많이 주지 않는데도, 미국 대학생들이 가장 가고 싶은 기업으로 꼽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디즈니가 다른 회사보다 돈을 많이 주는 건 아닙니다. 신입사원 기준으로는 다른 대기업보다 못합니다. 그러나 직원들은 진심으로 회사에서 존중받기 때문에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는 것입니다. 앞서 소개한 18세 곤돌라 운영 요원은 지금 일흔 살쯤 됐습니다. 책을 쓰면서 그를 하루 동안 인터뷰했는데, 그는 월트에 대해 얘기하면서 여러 차례 '그립다'는 말과 함께 눈물을 보이곤 했습니다. 진심으로 자신이 일한 곳에 대해 행복한 추억이 가득했고, 그런 일자리를 준 월트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했습니다. 이 직원은 평생을 디즈니에서 일했습니다.

이런 열정은 절대 돈으로 살 수 없습니다. 단순히 월급을 많이 준다고 해서, 직원이 사장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릴 수 있을까요? 그리고 수십년이 지난 지금까지 고맙다는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요? 이런 충성심은 절대로 돈이 아닌 다른 요인으로 생깁니다. 디즈니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단순히 다른 직장에서 월급을 많이 준다고 해서 이직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쉽게, 반복해서, 재미있게 교육해야

- 밴 프란스가 가진 직원에 대한 철학은 무엇이었습니까?

"그는 '행복한 직원이 행복한 쇼를 제작한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예를 들어 영화산업에 종사하는 직원이 자신이 하는 일에 행복을 느끼지 않거나, 혹은 감독이 지원에 인색하고 스태프에게 명확한 목표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최고의 배우와 소품으로 무장한 촬영장이라고 해도 영화는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디즈니에선 미키마우스나 구피, 도널드덕이 몸값 높은 배우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디즈니라는 브랜드가 오랜 성공을 누릴 수 있는 이유는 이런 애니메이션 캐릭터나 듣기 좋은 음악 때문만은 아닙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곳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 직원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눈에 보이는 화려함과 눈에는 보이지 않는 가치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찾는 게 중요합니다."

- 디즈니 대학만의 직원 교육 노하우는 무엇입니까?

"한마디로 쉽게, 반복적으로 교육해야 합니다. 어려운 용어를 써가면서 직원을 가르치는 것은 부질없는 짓입니다. 쉽게 설명하면서, 반복적으로 끊임없이 알려줘야 직원들도 교육의 내용을 몸으로 습득할 수 있습니다. 또한 우선순위를 명확하게 정해 반복적으로 가르칩니다. 우선순위를 명확하게 정해 놓지 않고 모든 업무를 감당하게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디즈니의 놀이기구 업무 지침은 우선순위에 따라 크게 네 가지로 나뉩니다. 안전(safety), 친절(courtesy), 쇼(show), 효율성(efficiency)입니다. 이 단어들의 앞글자를 따서 'SCSE' 모델이라고 합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죠."

디즈니 대학의 교육 방침이 남다른 것 중 하나는 '즐겁게 교육하라'이다. "월트는 '웃음은 배움의 적이 아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밴 역시 디즈니 대학을 웃음이 넘치는 곳으로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었습니다. 방향만 올바르게 잡는다면 웃음과 배움, 이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디즈니의 직원들이 입사 후에 처음 배우는 것 중 하나는 "디즈니랜드가 주연이고 그 외 모든 직원은 조연"이라는 것이라고 더그 립씨는 말했다.

"다시 말해 디즈니랜드 외에 주인공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조연의 역할은 생각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뛰어난 재능을 지닌 조연 배우가 영화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도 있는 반면, 한 사람의 잘못된 조연 배우가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제작자, 시나리오 작가, 미술팀이 창조해낸 무대를 엉망으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디즈니랜드에서 모든 직원은 자신이 맡은 역할이 무엇이든 손님에게 멋진 경험을 선사할 수도, 반대로 그 경험을 망쳐버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습니다."

- 디즈니에서 일하려면 임원도 털가죽 의상을 입어봐야 한다면서요.

"그렇습니다. 우리 교육 중 악명 높기도 한 프로그램인데, 바로 디즈니 캐릭터를 경험하는 것입니다. 경영진은 직접 디즈니의 캐릭터 의상을 입고 디즈니랜드를 돌아다녀야 합니다. 바람이 통하지도 않는 털가죽 의상을 입고 호랑이 머리 모양의 거대한 헬멧을 뒤집어쓴 채 같이 사진을 찍거나 사인 받기를 원하는 군중 속을 걸어 다니는 것보다 더 인상적인 수업이 어디 있을까요? 이 잠깐의 시간 동안 디즈니의 고위 간부들은 일선 업무의 현실과 대면하게 되는 것입니다.

밴은 경영진이 직원이 어떤 생각을 하고 무슨 행동을 하는지 이해하도록 하기 위해 이 프로그램을 개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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