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비즈

직원은 負債 아닌 資本이다

Opinion 송경모 미라위즈 대표·피터 드러커 연구가
입력 2015.01.24 03:01

[송경모의 '드러커式 세상읽기'] 회사의 역할은?… 직원 개발은 기업의 책임 교육·연구 기회 제공해 자기 성취감 갖도록 해야 직원은 어떻게?… 학습 통해 능력 길러 조직 발전에 기여해 야새로운 도전도 해볼 것

송경모 미라위즈 대표·피터 드러커 연구가
2015년은 특별한 해다. 정확히 100년 전에, 한 시대를 조성한 두 명의 거인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의 창업주 정주영(1915-2001) 회장과 미국의 경제학자 폴 새뮤얼슨(Samuelson, 1915-2009)이다. 그러나 그들이 각각 주도했던 한국형 기업집단 경영 방식과 합리성에 바탕을 둔 경제학은 지금 크게 도전받고 있다.

1977년에 드러커는 한국을 방문해서 정주영 회장을 만났다. 드러커는 식민지 통치와 전쟁을 거친 산업의 불모지 한국에서 건설과 중공업을 일으킨 정주영의 기업가 정신을 내내 극찬했다. 하지만 대담이 끝날 무렵 드러커는 기업가가 노동자를 경영의 동반자로 인식하지 않는 상태가 계속되면 한국은 성숙한 자본주의 단계로 진입하기 힘들 것이라고 뼈아픈 지적을 했다.

드러커의 지식노동자 개념을 적용해 21세기 경제의 패러다임 변화를 가늠해보자. 지식노동자는 자신이 보유한 지식을 이용하여 성과를 낸다. 그는 이 과정에서 두뇌를 주로 활용한다는 면에서 육체노동자와 구분되며 현대 기업 조직의 주축을 형성하고 있다.

지식노동자가 중심인 기업에서 경영자들은 사람이 최대의 자산이라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사람이 오히려 부담, 즉 부채처럼 비칠 때가 더 많다. 그런 인식을 반영하는 현상이 바로 인력 파견회사의 급증이다. 미국에서 1950년대에 단순 임시직 파견회사가, 1980년대 후반에 관리직 및 전문가의 파견과 인사행정 업무를 대행하는 전문가 관리회사가 등장한 이후, 이 방식은 급속히 확산되어 왔다.

기업 입장에서 비정규직을 확대하는 큰 이유는, 정규직 유지에 따른 생산성 증대는 불확실한 반면에 그에 수반하는 각종 비용 부담이 너무 크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즉 사람을 부채로 인식하는 것이다. 그러나 드러커는 2002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 기고문에서 "어떤 상황이든 기업은 지식노동자를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드러커의 관점에서는, 기업 입장에서 정규직을 줄이고 비정규직을 늘이려 하거나, 반대로 노동자 입장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해야 한다는 주장 어느 쪽도 문제의 본질과는 상관이 없다. 중요한 것은 자본으로서 지식노동자의 생산성을 어떻게 향상시키느냐에 있다.

새로이 형성되는 산업에서는 기업가 정신만으로도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다. 새로운 기회 자체가 고객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과거 한국 경제의 고도 성장기에 그런 일이 가능했다. 반면에 이미 형성된 산업에서는 자본의 생산성을 높여야만 그것이 가능하다. 이미 형성된 산업에서 새로운 기회를 스스로 찾을 길이 잘 안 보인다면, 지식노동자의 자본 생산성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 그에게 교육, 경험, 도전, 연구 기회를 지속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기업 안에서 자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1977년 10월 12일 당시 전경련 회장이던 고 정주영 현대 회장이 방한중이던 경영학의 구루 피터 드러커와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전경련 제공
반면에 정규직, 비정규직 여부를 막론하고 기업이 지식노동자를 단순히 기업에 예속된 하수인 내지 수단으로만 간주한다면, 그는 결코 자본으로 대접받지 못하고 기간 경과 후 폐기 처분되는 소모품에 불과한 처지가 된다. 그의 심리 불안은 바로 여기에 있고, 이 때문에 그는 기업에 저항한다. 문제는 심리다. 더구나 경제는 자본의 소유 여부가 중요하지 않은 시대로 조금씩 접어들기 시작했다. 제레미 리프킨(Rifkin)이 주장한, 공유 경제에 기반을 둔 사회적 자본의 증가 추세가 이를 보여준다.

드러커는 정규직 고용 부담 때문에 아웃소싱을 택했다 하더라도 지식노동자의 개발과 육성이라는 본연의 책임이 사라졌다고 생각한다면 큰 잘못이라고 말했다. 사람을 수단이나 물건으로 대하지 않으면서 그의 심리를 이해하고 강점을 활용함으로써 높은 생산성에 도달하도록 만들 의지와 능력을 갖춘 경영자가 절실하다.

또한 지식노동자 본인 입장에서도 부단한 학습을 통해 자신의 생존을 유지하고 조직에 기여하는 능력을 스스로 개발해 나가야 한다. 보통 한 분야의 업무 지식이 20년 내외로 수명이 다한다고 본다면, 지식노동자는 인생 중반 즈음에 제2의 경력과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찾아야 한다. 만일 정년을 보장받았다 해도 이미 수명이 다한 지식으로 도전 없는 조직생활을 이어간다면, 한 명의 '사람'으로서 무슨 심리적 만족을 느낄 것이며, 성과를 창출해야 할 기업에 무슨 기여를 할 수 있을까?

기업 경영에서나 경제인에 대한 이해에서나, 과거 정주영 회장과 새뮤얼슨 교수가 이룩했던 딱딱한 세계는 이제 심리를 더욱 중시하는,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모습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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