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가 큰 기업이 항상 작은 기업을 이기는 건 아니다. 그러나 빠른 기업은 언제나 느린 기업을 이긴다." 존 체임버스 시스코 회장의 말이다. 스피드가 필수 경쟁력이라는 것이다. 조직을 작게 가져가면 된다고? 커지는 기업의 규모를 한정 지을 수 없는 노릇이니 문제다. 어떻게 해야 하나?
첫째, 속도전에 유리한 조직 구조를 만든다. 여러 부서의 단계를 하나하나 거쳐서는 물리적인 시간 지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신속함을 필요로 하는 프로젝트의 경우, 관련 부서가 한데 모여 일할 수 있도록 따로 TF팀을 만든다. 하지만 사람만 모아 놓고 뚜렷한 책임자나 평가 라인이 없으면 구성원들이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매트릭스 조직' 도입을 검토해 본다.
매트릭스 조직이란, 행렬의 가로축에 기능별 부서를, 세로축에는 프로젝트를 놓고 조직을 구성하는 것을 말한다. 다양한 팀의 인력이 한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는 점에서는 TF와 비슷하다. TF와 다른 것은, 이들은 프로젝트 기간에 원래 부서 관리자와 프로젝트 양쪽의 업무를 모두 진행하면서 인사 평가도 두 관리자로부터 함께 받게 된다는 점이다. 이런 조직 구성하에서는 프로젝트의 시작 단계부터 다양한 부서에서 책임감을 가지고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다 보니 변화에 좀 더 유연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실제로 시스코, BMW, 유니레버 등 세계적인 기업이 매트릭스 조직을 도입해 큰 효과를 보았다. 특히 P&G에 회장 겸 CEO로 복귀한 A.G 래플리는 성공 요인 중 하나로 매트릭스 조직을 꼽았을 정도다.
그러나 매트릭스 조직을 운영할 때는 주의할 점이 있다. 기존 조직과 비교하면 구조가 복잡한 데다가 특유의 이중 보고 체제로 인해 업무 혼선이 일어나기 쉽다. 또 한 직원이 동시에 2~3개 팀에 속해 일하게 되니, 관계에서 생기는 갈등과 스트레스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매트릭스 조직을 운영할 때는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직원들이 매트릭스 조직에 대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또 커뮤니케이션 스킬이나 갈등 관리, 팀워크, 노하우 등의 주제에 대해 꾸준한 직원 교육을 제공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둘째, 속도전에 강한 기업은 조직 문화 측면에서의 장치도 필요하다. 미루지 않고 그 자리에서 끝내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현대카드의 '끝장 토론' '포커스 회의' 등이 좋은 사례다. 중대한 사항은 어떻게든 그 자리에서 결정한다는 원칙이 있는 '끝장 토론'은 의사 결정에 속도를 더한다. 거기에 안건에 꼭 필요한 사람들이 한꺼번에 모여 결정하는 '포커스 회의'까지 더해지면 몇백억짜리 유명 팝가수 초청 콘서트 투자도 단 몇 시간 만에 결정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시스템적인 보완도 고민해 본다. 결재만 빨라져도 프로젝트 진행의 속도가 달라진다. 스마트폰 등을 통해 결재가 가능하도록 한다거나, 24시간 안에 결재가 완료되지 않으면 경고 알람이 나가는 등의 방법이다.
여건이 된다면 전반적인 업무 프로세스 속도를 높이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삼성의 경우, 그룹웨어 하나로 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ERP), 공급망 관리시스템(SCM) 등 다른 모든 통합정보시스템과 연동하도록 했다. 직원이 그룹웨어에 접속하면 자신이 해야 하는 업무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살펴보고 즉각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자신이 속한 프로젝트의 단계별 공정이 그래픽으로 제공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으며, 개인별로 각 단계에서 맡은 역할과 처리 업무와 결재 사안도 알 수 있다. 특히 프로젝트가 지연되면 프로젝트 담당 과장이나 부장에게 자동 통보돼, 누가 어느 과정에서 작업이 지연되는지 단번에 파악할 수 있다.
오랜 기간 공들여 잘하는 것보다 부족하지만 빨리 해보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퀵 앤드 더티(Quick & Dirty)' 원칙이 중요한 요즘, 조직 구조, 의사 결정 문화, 업무 통합 시스템의 3박자로 속도 경쟁력을 높여 보자.